주간동아 347

2002.08.15

“PD인지, 브로커인지…”

일부는 PR비 노골적 요구 넘어 ‘동업자 수준’ … 모 방송사는 ‘자동판매기’ 소문도

  •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0-07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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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인지, 브로커인지…”
    ”음반제작비 중 PD, 기자에게 가는 홍보비만 1억~3억원이고 골프 접대와 술자리에서의 성 상납도 관행화됐다. 일부 간부급 PD, 기자들과 기획사는 동업자 관계라고 봐야 한다.”

    A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검찰이 연예·방송계의 검은 카르텔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것은 지난 7월11일. 엠넷 제작본부장 김종진씨를 사법 처리할 때만 해도 ‘단발성’ 수사로 끝맺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연예계와 방송계가 음습한 제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김종진씨 외에 전·현직 MBC PD 황용우 김영철 이성호씨, 스포츠투데이 이창세 본부장, 스포츠조선 윤태섭 부국장 등이 구속됐고 MBC PD 은경표씨, GM기획 대주주 김광수씨, 도레미미디어 박남성씨 등이 지명수배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출국금지된 사람만 40여명에 이른다.

    PD와 기자들의 뇌물수수 실태는 충격적이다. 수백만~수천만원대의 현금, 가족들을 위한 항공권 및 숙박권 , 룸살롱 접대, 골프채 선물, 경조사비 명목의 촌지 수수 등 금품을 받는 방법 또한 매우 다양했다. 돈을 받은 장소도 강남의 고급 룸살롱, 해외호텔, 고급 식당, 로비 대상자의 사무실 등을 망라한다.

    윤태섭씨는 가수 매니저와 기획사 등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비롯 515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MBC 전 PD 황용우씨는 현금과 수차례의 룸살롱 접대(900만원 상당), 가족 3명이 사용할 이탈리아 왕복 항공권 및 호텔 숙박권(890만원 상당)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수배된 은경표씨의 경우는 브로커인지 PD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은씨는 모 기획사에서 수천만원대의 현금과 고급 외제 자동차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은씨는 또 모 연예기획사의 사외이사로서 주식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섭외가 안 되는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은씨와 기획사들의 관계를 일부에선 ‘동업자 관계’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댄스그룹 득세 TV영향력 막강

    PR비가 생겨나는 구조는 단순하다. PD와 기자들이 돈을 받은 기획사의 가수들을 방송에 집중 출연시키고 홍보성 기사를 실어주기 때문. 홍보성 기사를 싣고, 가수들을 출연시키고, 순위프로그램을 조작해 주면서 돈을 받은 간부급 PD와 고참 연예기자들은 썩을 대로 썩은 연예계의 ‘권력’이다.

    특히 방송 PD들의 경우엔 스포츠신문 기자들보다 뇌물수수 관행이 더 광범위하다. 가요계에서 모 방송사는 ‘자동판매기’라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다. PR비가 없으면 출연 자체가 안 된다는 것. 일부 PD들은 노골적으로 PR비를 요구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PR비 규모는 통상 일선 PD의 경우 100만원, 간부급은 300만~5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음반 시장을 립싱크 위주의 댄스그룹이 장악하면서 TV가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주요 음반 소비자인 10대 청소년들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만들어지는 음반은 100여개에 이르지만 공중파 방송사는 3곳에 불과하다. 자연히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이 오갈 수밖에 없는 것.

    앨범 홍보비로 2억~3억을 쓰더라도 인기를 얻으면 들인 돈 회수는 시간문제다. 방송 출연료는 회당 50만원을 넘지 않지만 음반판매 수익과 소속 가수가 각종 행사, CF에 출연해 받는 돈으로 쉽게 목돈을 챙길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예기획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PD들에게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작은 기획사들은 친분이 있는 PD 위주로 챙기고 대형 기획사들은 간부급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게 음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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