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7

2002.08.15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김경애 교수의 장상 옹호론 …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대선후보 철저 검증

  • <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여성학) > kaki49@hanmail.net

    입력2004-10-07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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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최초의 여성총리 등장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장상 전 총리서리는 그러한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한 채 물러나고 말았다.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뒤 모든 것을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돌리며 깨끗이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기독교인의 소명의식으로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장상 전 총리서리는 총장으로 이화여대를 훌륭히 이끌었고, 사회봉사에도 열심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면에서 장상 전 총리서리가 그의 능력을 선보일 기회마저 갖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학력 기재라든지, 장남의 미국적 취득과 주민등록 문제, 잦은 전입 등 명쾌하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력서의 학력 기재와 잦은 전입에 대해 비서나 시어머니의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진술을 번복하는 태도는 지도자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한 큰 요인이 되었던 것 같다. 장상 전 총리서리가 결국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한 것은 국민들이 전에 없이 국가 지도층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 적용?

    그렇다고 해도 국회 인준이 부결된 것이 단지 그 이유 때문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안타까움 또한 크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잦은 전입이나 금융자산을 근거로 확증도 없으면서 부동산 투기로 몰고 간 점, 이희호 여사와의 관련성 추궁 등은 타당성이 없어 보였다. 이에 앞선 장상 전 총리서리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에서도 ‘당당하고 `잘난’ 여성을 용납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성이 드러났다.



    총리 인준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성으로서 참으로 두꺼운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여성들은 여성부가 설치되고 일부에서 여성할당제가 실시되고 가족법을 비롯한 여성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남녀평등과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성이 실제로 사회의 주류에 진입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각 정당이나 청문회에 나선 국회의원들, 남성이 주류인 시민단체 등은 일단 총리 지명자가 여성인 것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이는 여성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언술에 지나지 않고, 실상으로는 여성이기 때문에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닐까.

    그동안 고위 공직자로 임명되었다가 중도 하차한 여성들의 경우 물론 문제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사회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칙을 잘 모른 데에도 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들은 국회 답변에서 핵심을 피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책잡히지 않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정치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순수하다. 그래서 정치사회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고 테크닉이 부족해 오해를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제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다음 임명될 국무총리, 나아가 그보다 더 막중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후보를 철저히 검증할 것이다. 위장전입으로 땅 투기 한 정치인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지를 살필 것이고, 후보나 자녀의 병력과 국적 문제를 따질 것이며 부패한 정치인을 심판할 것이다. 이미지 관리로 진실을 호도하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치인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장상 전 총리서리에게 들이댔던 높은 도덕적 기준의 잣대를 이제 남성들 자신에게도 엄격히 들이대야 한다. 여성총리가 나올 때까지 다시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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