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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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당’이 가능할까?

지지도 하락에 당 내외서 혹독한 검증 요구 … 지방선거 후 쇄신·개혁으로 당 재정비 계획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0-13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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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당’이 가능할까?
    ”노무현 후보는 당 및 중진들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기보다 보편적이지 않은 스타일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점을 고치지 않으면 하나의 섬으로 고립돼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중진 K씨는 지난 6월 초 민주당에 또 돌출했던 쇄신론의 배경을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에서 찾았다. 집권여당의 각종 비리의혹이 민심을 자극한 부분도 있지만, 위기의 본질은 민심이반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당 지도부의 안이한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후보로서의 ‘허니문’ 기간을 끝낸 노후보의 지도력이 당 내외로부터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를 전후해 벌어지는 노후보의 지도력 검증은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몰고 오는 등 심각한 내홍상태를 유발하고 있다. 일부 비주류는 최근 당의 위기가 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에서 기인한 ‘인재’(人災)라며 지도부와 노후보를 몰아붙이고 있다. 노후보로서는 후보 선출 이후 첫번째 맞는 위기인 셈이다.

    후보 선출 초기와 달리 노후보의 지도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선거 참패론이 불거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노후보측은 지방선거 후 노후보를 감쌀 정치환경이 매우 열악할 것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노후보의 리더십이 아직 당내에 접속이 안 된 상태를 인정하고 있는 것.

    ‘노무현당’이 가능할까?
    그러나 민주당의 위기를 몰고 온 원인에 대해서는 지도력 부재보다 외부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이 강하다. 당 지도부는 잇따른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게이트가 민주당의 위기를 불러온 결정적 원인이라고 본다. 쇄신파 인사들이 위기 돌파의 첫번째 카드로 김대중 대통령과의 절연을 내놓은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후보 특유의 개혁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전에 지도력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 노후보측의 반박 논리.



    노후보측은 지방선거 후 대대적인 쇄신과 개혁을 단행, 당의 전열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가 가시화하면 지도력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쇄신파들은 지방선거 후 민주당을 ‘노무현당화’할 것이라며 DJ 색깔 걷어내기 등 차별화와 관련한 대강의 얼개를 설명한다. 쇄신판 인사의 한 측근은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청와대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청와대에 요구하는 것은 각종 게이트에 대한 청와대의 솔직한 사과와 단호한 조치, 재발 방지책 등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한화갑 대표를 청와대에 보내 이 문제를 처리하게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론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김홍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 아태재단 해체 주장도 유산과 채무를 정리하기 위한 절차다.

    노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지만 쇄신파 인사들의 입장에 결국 동참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지난 6월8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조찬회동을 가진 노후보와 한화갑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대강의 얼개를 맞춘 것으로 한 측근은 설명했다.

    당내 인사들 일부를 배제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쇄신론의 한 줄기로 흘러나온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팔짱만 끼고 있는 일부 비주류나 중진들에 대해 따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쇄신파의 한 관계자는 “경선에서 경쟁했던 당 중진들은 어디서 무얼 하느냐”며 선거활동에 소극적인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쇄신파 인사들은 영남 인물 영입 등을 통해 외연을 넓혀 나가자는 대체론을 내놓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체제 문제도 짚고 넘어가길 기대한다. 노후보의 지도력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는 후보와 당 대표가 분리된 지도체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 제왕적 리더십에 길들여진 정치권이 당과 대표가 분리된 현실을 제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 대선 때까지라도 지도체제 문제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쇄신파 인사들은 제2창당에 버금가는 쇄신과 노무현식 리더십을 개발, 강력하게 당을 이끌어 나가야 돌아앉은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8·8 재보선에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노후보와 쇄신파의 기본 구상이다.

    그렇지만 쇄신은 자체 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순항 여부는 불투명하다. 쇄신과 개혁의 내용도 알맹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노후보측은 무엇보다 구주류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를 부담스러워한다. 이들은 지방선거 및 민주당을 감싸고 있는 위기의 원인에 대해 지도부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당을 감싸고 있는 위기가 대통령 아들들 문제에서 일정 부분 파생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현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한다.

    정권 말기 권력형 비리에 따른 지지율 하락은 어차피 예상한 만큼 후보와 당이 갖고 있는 자체적 불안요인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 구 동교동계 L의원은 “성급한 YS 방문, 잇따른 막말 등이 ‘노풍’(盧風)의 쇠락과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뜨린 직접적인 원인 아니냐”고 대놓고 반문한다.

    구주류측은 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전 거론한 ‘쇄신론’에 의혹을 제기한다. 지방선거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단계 밟기 아니냐는 것. 비주류측의 한 측근은 당 지도부가 무리한 희생양 찾기를 추진할 경우 소외세력들이 일부 최고위원을 내세워 ‘반(反)노무현’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지난 6월 초 쇄신론이 터져나오자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이 지도부 총사퇴론을 거론한 것은 이런 비주류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쇄신파 인사들도 이 점이 무엇보다 부담스럽다는 눈치를 보인다. 탈DJ 및 제2창당을 추진해야 할 상황에 자칫 내부 소모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인제 고문을 따랐던 충청권 및 수도권 인사들과의 화학적 결합도 아직 난제로 남은 상태이다. 이런 문제가 표면화되면 신진인물을 영입하겠다는 민주당의 외연 확대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후보측은 최근 신주류와 구주류 간의 효율적인 조율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조율 없이 쇄신작업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 내홍상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 파워게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전후한 민주당의 촉각은 이제 노후보가 쥐고 있는 쇄신 및 개혁안에 모아졌다. 그동안의 부진을 딛고 회생할 것인가, 아니면 중도낙마에 버금가는 또 다른 위기로 빠져들 것인가. 노후보로서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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