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홈 경기 텃세는 ‘남성호르몬’ 덕

평소보다 40% 이상 치솟아 힘 펄펄 … 심판들, 함성에 주눅 파울 15% 못 본 척

  •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 cosmos@donga.com

    입력2004-10-12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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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 경기 텃세는 ‘남성호르몬’ 덕
    드디어 지구촌의 축제 2002 한·일 월드컵이 시작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놓치면 후회하게 될 관전포인트를 과학으로 짚어보자.

    우리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은 뭐니뭐니 해도 대표팀의 16강 진출. 실력이 부쩍 향상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안방으로 불러들였으니 실력 이상의 힘이 솟구칠 수 있다고 믿는 것. 지금까지 월드컵 개최국이 16강에 오르지 못한 적이 없다는 점은 이러한 믿음을 더욱 확실하게 한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은 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난 3월 영국심리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홈 어드밴티지는 홈팀 선수의 남성 호르몬이 급증한다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습경기나 원정경기를 앞두고는 남성호르몬 평균수치를 나타내는 데 반해 라이벌팀을 상대할 때는 평균수치보다 40%, 치열한 라이벌팀을 홈으로 불러들인 경우에는 67%가 높아진다는 것. 남성호르몬 수치는 지배력, 자신감, 공격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므로 우리 대표선수들도 홈 어드밴티지를 잘 이용해야 할 듯.

    선수뿐만 아니라 홈팀의 응원도 홈 어드밴티지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최근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에는 홈 관중의 함성에 주눅 든 심판이 홈팀 선수의 파울 가운데 15%를 눈감아주었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기 때문이다.

    경기 중 가장 주목받는 존재는 다름 아닌 축구공. 2002 한·일 월드컵의 공식 축구공인 ‘피버노바’는 이전보다 반발력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정확성도 높아졌다. 실제 로봇발로 피버노바를 차 35m 떨어진 또 다른 공을 맞추는 2000번의 실험에서 빗나간 건 한두 번뿐이다.



    이런 놀라운 정확성을 보여주는 피버노바의 비밀은 공 가죽에 들어가는 ‘신택틱 폼’이라는 첨단 신소재에 있다. 신테틱 폼에는 미세하면서도 극도로 압력이 높은 상태로 특수 가스가 주입된다. 이 소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의 축구공에 사용됐을 때보다 미세거품의 크기가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피버노바의 놀라운 반발력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골이 많이 터지는 경기를 유도하겠다는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홈 경기 텃세는 ‘남성호르몬’ 덕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평균 2.67골이 터졌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얼마나 많은 골이 터질까. 우리는 2대 0보다 5대 0의 스코어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2대 0보다 5대 0으로 지고 있을 때 수비하는 팀은 기운이 더 꺾여 상대편이 골을 넣을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두 팀이 대등하다 하더라도 4대 4 같은 많은 점수에 도달하면 경기는 더 격렬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에서 한 부분의 행위가 다른 부분의 행위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수록 두 부분 사이에는 더욱 활발한 상관관계가 발생하는 원리를 보여준다.

    선수들은 점차 첨단의 축구화와 축구복으로 무장하고 있다. 신발에서는 1920년부터 축구화를 제작해 온 아디다스와 최근 축구화 시장에 뛰어든 나이키가 대격돌중이다. 아디다스는 발등 부분에 특수 고무재질로 된 돌기가 달린 ‘프레데터 마니아’를, 나이키는 가능한 한 얇고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머큐리얼 베이퍼’를 선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중원의 마술사 프랑스의 지단과 새로운 축구황제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각각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대리전을 치른다.

    이번 월드컵에 등장한 축구복은 두 겹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 기존의 한 겹 축구복보다 오히려 가볍고, 안쪽에는 땀을 빠르게 흡수·건조시키는 소재를, 바깥쪽에는 열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에 통풍이 잘되는 소재와 망사구조를 쓰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과학적으로 만들어졌다. 경기가 진행되는 6월 한 달 동안 섭씨 20도가 넘는 고온과 80%에 달하는 습도를 보이는 한국과 일본의 날씨를 고려해 제작된 것.

    홈 경기 텃세는 ‘남성호르몬’ 덕
    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 16강 경기에서 전체 골의 40%가 마지막 20분 동안에 터졌고, 부상의 25%는 경기 종료 15분 전에 발생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선수들의 체력이 후반에 급격히 떨어지면서 두 팀 간의 균형도 깨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 선수들에게 체력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대체 선수들은 한 경기당 얼마나 뛸까. 대부분의 선수가 10여km를 뛰고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골키퍼도 경기당 4km,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미드필더는 12km까지 뛴다. 주심의 경우에도 많게는 경기당 12km 정도 그라운드를 누빈다고 하니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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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미리 상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 공을 받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경기장 외곽에 위치한 선심이 이를 잡아낸다. 하지만 선심은 경기장 외곽선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오프사이드를 정확히 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

    2000년 3월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프사이드 판정 가운데 20%가 오심이다. 오심을 하는 주된 이유는 선심이 선수들과 나란히 위치하지 않기 때문. 선심은 많은 경우 최종 수비수보다 1m 앞에 위치하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만일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한발 앞서 선심에게 가까운 쪽으로 파고들면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오른발잡이 선수는 오른발만 정확할까? 지난해 ‘스포츠사이언스 저널’ 11월호에서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전 경기를 분석한 결과, 슛과 패스의 성공률이 양발 모두 90%로 전혀 차이가 없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정상급 선수라면 양발을 원하는 대로 다루는 일이 기본이라는 뜻. 그럼에도 축구 전문가들은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이면 좀더 선호하는 쪽 발을 선택하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홈 경기 텃세는 ‘남성호르몬’ 덕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골키퍼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골문을 지킬까. 대부분의 골키퍼는 한쪽을 포기한다. 키커와 50대 50으로 나누자는 것. 물론 분석적인 골키퍼는 이런 결정을 상대편 선수의 발과 공의 방향을 포착하는 순간까지 미루기도 한다. 어느 한쪽을 정하지 않고 가운데를 지키는 전략도 있다. 혹은 운 좋게도 94년 미국 월드컵 결승전에서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섰던 이탈리아의 바조처럼 골대와 상관없이 공을 멀리 날려버리기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리 골기퍼들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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