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억만장자’ 장소금 회장의 평범한 재테크

  • < 임동하/ 웰시아닷컴(wealthia.com) 금융마스터 >

    입력2004-10-11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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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만장자’ 장소금 회장의 평범한 재테크
    K은행 역삼동 지점 오당찬 과장은 늘 머리가 아프다. 거액을 예치한 장소금 회장(78) 때문. K은행에 거래하는 예금이 무려 100억원이 넘는데, 금리 조건이 안 맞거나 서비스 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과감하게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주식에 투자하거나 뭔가 구입할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인출하곤 한다. 당연히 운 나쁘면 실적 악화로 인한 타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당찬 과장은담당자로서 공손하면서도 장회장 앞에서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편이라, 장회장은 오과장의 그런 당당함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신용카드 안 쓰고 주식은 평생 보유할 수 있는 우량종목만

    장회장은 한마디로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국전쟁 때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폐품수집 등으로 연명하다 목재회사, 제분회사 직원을 거쳐 무역상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돈을 벌었다. 번 돈의 절반은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사람들이 앞으로 많이 살게 될 지역(70년대 여의도, 80년대 서초구 일대와 강남 및 과천, 90년대 분당)에 땅과 집을 미리 사두었다. 주식투자도 주로 우량주 위주로 장기간 투자해 항상 종합주가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현재 그는 강남과 도심지 일대에 10~15층의 상업용 건물을 몇 채 보유하고 있으며, 현금자산은 은행과 증권사를 주로 이용한다. 그럼에도 장회장은 퍽 근검절약하는 편이다. 승용차는 LPG 리스 차량이고 인건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자가용 운전은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셋째 아들에게 시켰다. 아직도 그에게는 200원, 300원 정도 돈 단위가 의미가 있고, 개인적 용도로는 신용카드 한번 쓰는 법이 없다.

    다음은 어느 가을날 장회장이 오과장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물론 점심값은 오과장이 냈다) 장회장 사무실에서 녹차를 마시면서 나눈 얘기.



    오과장 : 참, 회장님. 최근에는 주식투자에서도 꽤 버신 것 같습니다.

    장회장 : 오과장 당신이 계좌관계를 다 알고 있으니 숨길 수는 없고, 몇 푼 벌긴 했지. 나는 주식에 대해 잘 몰라요. 그저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가 어디라는 것을 알고 그런 회사에만 투자하는 것이지.

    오과장 : 주식만 그런 게 아니라 부동산도 돈 되는 곳만 사시고 또 가치가 오르지 않습니까? 사업도 전반적으로 잘되시는 편이고요.

    장회장 : 운이 좋아 그런 거지 뭐. 우리나라는 정부가 중요해요. 그래서 정부청사를 짓는다든지, 공무원들이 많이 이사하는 지역으로 늘 옮겨 다녔어. 집도 여의도아파트, 반포아파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개포동 아파트, 분당 신도시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분양으로 장만한 거야. 할인해 줄 때 말야. 땅은 경기가 좀 어려울 때 정부로부터 불하받거나 경매로 샀고. 그냥 별것 아니라니까.

    오과장 :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회장님만의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으신가요?

    장회장 : 우선, 아무리 어려워도 난 빚을 지지 않았지. 처음 장사 시작했을 때 빚 얻어 했는데, 결국 완전히 망해버렸고 덕분에 인심과 신용마저 잃었어. 그리고 은행빚은 얻기가 너무 어려웠고…. 특히 외상거래와 빚을 지는 일은 어떤 경우라도 안 했네. 그리고 사업을 할 때 충분히 현금을 확보하고, 납품업체에 물건값은 반드시 현금으로 주었지. 물건의 품질도 좋았고. 물론 대폭 값을 후려쳤지. 그게 내 물건의 경쟁력이었던 게야. 난 카드는 절대 안 써. 얼마를 썼는지 느낌이 없잖아?

    오과장 : 모든 진리는 평범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아직도 모든 일을 직접 하시나 봅니다.

    장회장 : 경험 때문이야. 처음 사업할 땐 친구와 동업했었지. 결과는 사기당했고. 친한 척하는 사람을 더 못 믿지. 가까운 사람이 사기치는 법이거든. 대신 나는 약속은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긴다고. 사소한 시간 약속조차 소홀히 하는 사람을 어떻게 믿겠나?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오과장은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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