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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꼬여버린 ‘한국 CDMA’

수익배분율 낮아 밑지는 장사 불 보듯 … 불리한 계약 파기도 어려워 ‘진퇴양난’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베트남서 꼬여버린 ‘한국 CDMA’

베트남서 꼬여버린 ‘한국 CDMA’
잘나가던 SK텔레콤이 베트남에서 ‘진퇴양난의 늪’에 빠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CDMA 휴대폰업계는 ‘아시아-태평양 CDMA 벨트 구축’이라는 ‘세계화 기치’ 아래 거칠 것 없어 보였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선 “어, 베트남이?”라는 당혹감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LG전자, 동아일레콤과 함께 CDMA 컨소시엄인 SLD텔레콤을 구성, 2001년 9월 베트남에 CDMA 서비스망 사업권을 획득했다. 2002년 1월 말에는 캄보디아에서 CDMA 사업권을 땄고, 최근엔 필리핀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식 CDMA 서비스망, 각종 시설, 휴대폰단말기 시장을 환태평양 지역 전반에 확산시키겠다’는 정부와 휴대폰업계 전략의 일환이다. 이한동 총리가 지난 2월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 총리에게 CDMA 상용화 지원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었다. CDMA 휴대폰 시스템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선 후발주자이지만 이미 미국이나 남미 여러 국가, 일본, 중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이 도입을 결정했고 홍콩 대만 호주에서도 도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53개국이 도입한 상태.

베트남서 꼬여버린 ‘한국 CDMA’
그런데 SK에 따르면 SLD텔레콤이 계약한 방식은 SLD측이 일체의 사업(건설)비용을 모두 대는 조건이었다. SLD텔레콤은 올해 10월께 베트남에서 CDMA 이동전화 서비스에 들어가 향후 15년 동안 통신요금 등 수익을 베트남 사업자와 나눠 가진 뒤 투자장비 일체를 베트남측에 양도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조건이 결국 자승자박이 됐다.

SK 고위관계자 A씨는 “계약조건 자체가 SLD텔레콤에 불리한 것이었다. 더구나 최근 SK 내부적으로 사업개시 후 예상수익을 분석해 본 결과, 지난해 10월 베트남측과 계약한 수익배분율로는 SLD텔레콤의 투자비용 대비 예상수익이 적어 베트남의 CDMA 서비스는 사업성이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무선휴대폰 통신 서비스를 유선전화 서비스와 연결할 때 지불하는 접속료의 경우, 후발 휴대폰 서비스업체는 기존 업체에 비해 유리하게 책정되는 것이 국제적 관례인데 베트남의 경우 이마저 거꾸로 됐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었다. 올해 초까지 ‘한국 CDMA 해외 진출’의 대표적 사례로 정부와 업계가 국내외에 홍보해 온 베트남 합작사업은 한국 업체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이었던 것.



이 때문에 SK측은 최근 두 달여에 걸쳐 긴급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A씨는 “그 결과 SLD텔레콤이 베트남 현지에 당초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베트남측은 수익배분상의 SLD텔레콤 몫을 늘려주고 접속료를 인하해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SLD텔레콤측은 이 같은 새로운 안을 베트남 계약 당사자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측은 투자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특정 장비 구입비만 300억원 이상이어서 총 부담금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이 SK의 새로운 제안을 받아줄지도 미지수다. 현 상황에서 SK측은 계약을 파기할 수도, 그렇다고 대규모 신규투자를 추가로 단행하기도 난감한 처지. 그러는 사이 베트남의 CDMA 상용화 시기는 두 달이 또 늦춰져 일러야 연말에나 가능하게 됐다.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국가에서 CDMA 휴대폰 시장은 급성장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철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SK측 입장이다. 그러나 국내 무선통신업계의 선두주자 SK텔레콤이 베트남에서 고전한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한국 CDMA에 관한 한 ‘굿 뉴스’만 들어온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일이다. SK텔레콤과 ‘CDMA 전도사’를 자처해 온 정부가 ‘베트남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2.06.13 338호 (p32~32)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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