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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달동네에도 월드컵이 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가난”

이천수, 아버지 실직으로 축구 꿈 접을 뻔 … 가족 격려에 목숨 걸고 훈련

  • < 기영노/스포츠 평론가 >kisports@hanmail.net

“나를 키운 건 8할이 가난”

“나를 키운 건 8할이 가난”
부평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천수는 밥보다 축구가 좋았지만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딱 세 번 있었다.

첫번째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되는 바람에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였다. 집안에 수입은 없고, 운동선수라 성적도 오르지 않는 데다 돈만 들어가 정말 축구가 하기 싫었다. 아버지(47·이준만)가 이를 눈치채고 “집안 걱정 말고 축구나 열심히 하라”며 격려해 주지 않았다면 벌써 축구를 그만두었을 것이다.

당시 아버지는 수입이 전혀 없던 터라 부평고등학교 선수단 버스를 직접 운전하는 등 아들을 위해 그야말로 몸으로 때웠다. 이천수는 그런 아버지가 한편으로는 부끄러웠지만, 아버지가 그렇게까지 해주었기 때문에 더욱 축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그야말로 목숨 걸고 훈련에 임했다. 아마 그때 다진 기본기가 오늘날의 이천수를 만드는 발판이 됐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부평고등학교 3학년 말, 고려대와 프로구단 사이에서 진로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주위 사람들은 서로 이해관계만 앞세울 뿐 진정으로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정말 외로웠다.

이때 “우리 집에 언제 돈이 있었더냐. 그보다는 우리 집안에서도 대학생 하나 만들어보자”는 아버지의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던 마음을 다잡았다. 이천수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고려대를 가는 대신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다면 지금의 이천수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프로에서도 언젠가는 두각을 나타냈겠지만 프로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1999년 초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였다. 이천수는 축구를 시작한 후 그 또래에서는 항상 발군의 플레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떤 선발’이든 엔트리에서 탈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시 청소년축구 대표팀의 조영증 감독도 “최태욱과 이천수를 무조건 뽑는다”는 언질을 주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막상 청소년대표선수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당시에는 인생의 패배자라도 된 것 같아 열흘 동안 제대로 훈련조차 할 수 없었다. 축구를 시작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축구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천수는 지난해 말 프로축구 울산현대와 3억원에 계약했다. 이천수의 이름값에 비해 계약금이 적은 것은 계약조건에 이천수가 외국팀으로 가겠다고 할 경우 언제든지 들어준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천수가 외국행을 서두르는 것은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다진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루라도 빨리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울산현대에서 활약하며 유럽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만약 여의치 않으면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1∼2년 뛰다가 다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 등 빅리그에 진출할 기회를 엿볼 참이다. 이천수는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그에서 뛰고 있는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마이클 오언(리버풀)처럼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할 자신이 있다.

허정무 신문선 등 국내 축구 전문가들도 이천수의 기량이면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체격조건(172cm, 63kg)은 불리하지만 워낙 스피드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문선씨는 “덩치가 큰 빅리그팀의 수비진은 스피드와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천수 정도의 스피드와 기량이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이천수의 꿈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의 빅리그에서 최고 몸값을 받는 선수로 활약한 뒤 당당하게 은퇴해, 축구로 벌어들인 돈으로 어려운 선수들을 거둘 수 있는 축구교실을 여는 것이다. 물론 돈이 없어 축구를 못하는 선수들에게도 언제든지 문을 열어놓을 생각이다. 결혼은 이 같은 목표를 이룬 뒤에나 생각해 볼 계획. 당분간은 축구에만 몰두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2.06.13 338호 (p27~27)

< 기영노/스포츠 평론가 >kispor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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