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YS, “월드컵 유치했는데 이렇게 홀대하냐”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1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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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S, “월드컵 유치했는데 이렇게 홀대하냐”
    ‘상도동’이 월드컵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노태우 전두환 두 전 대통령은 상도동과 ‘다른’ 대접을 받아 눈길을 끈다. 김대중 대통령은 5월27일, 전립선염 비대증을 치료하기 위해 5월29일 미국으로 떠난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개막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말과 함께 “건강을 회복하라”는 덕담을 건네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 최근 타계한 사이토 에이시로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전 회장의 문상을 위해 6월3일 출국한 전 전 대통령은 당초 요인에 대한 경호와 VIP 관리 등에 대한 월드컵조직위의 부담을 이유로 개막식 참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5월28일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김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입장을 바꿔 전직으로서는 유일하게 개막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정작 월드컵을 유치한 YS는 김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상도동을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월드컵 개막식 초청장 문제. 5월31일 열리는 서울 상암경기장 개막식 및 경기 초청장이 상도동에 전달된 것은 5월28일, 행사일을 불과 3일 앞둔 시점이었다. YS의 한 측근은 “아무리 ‘전직’이지만 행사 3일 전에 초청장을 주는 비례(非禮)가 어디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초 상도동은 초청장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막식 참석을 포기했다. 이런 입장은 5월21일 요미우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대로 노출됐다. ‘월드컵을 유치한 대통령’을 인터뷰한 외신은 당연히 YS의 개막식 참석 여부를 물었다. YS가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하자 왜 “가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고, 머뭇거리던 YS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이 내용은 요미우리신문 5월22일자에 큰 박스로 보도됐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3일 뒤 월드컵조직위 관계자가 초청장을 들고 왔다. 초청장을 받은 상도동은 “바깥(외신)에 안 간다고 했는데 초청장을 준다고 다시 간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점잖게 불참을 통보했지만 씁쓸한 표정이 역력했다. 초청장 발송이 늦은 이유가 월드컵조직위의 행정착오인지, 정치적 배경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가 영향을 미친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정치권은 이를 놓고 “DJ와 YS의 40년 협력과 경쟁관계가 3김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아들 문제로 좋은 얘기 들을 것 하나 없는 김대통령이 굳이 YS에게 전화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게 중평. 경남고 시절 축구선수(센터포드)였던 YS는 월드컵 개막식이 벌어지던 5월28일 상도동 측근들과 함께 시내 모처에서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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