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6

2002.05.30

“국가 발전 원동력 왜 모르나”

한겨레네트워크 정지석 간사 … “특혜 아닌 기본권리 부여, 동포들 에너지 모으는 첫걸음”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4-10-05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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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발전 원동력 왜 모르나”
    국내에 거주하면서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운동을 펴고 있는 정지석 변호사(42·한겨레합동법률사무소)는 이 문제에 대한 최근의 활발한 논의를 반기면서 관련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자신이 펴낸 책 때문에 구속(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되기도 했던 그는 98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성적이 상위 10% 안에 들었으나 판사에 임용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과거 전력을 문제 삼은 것이 부당하다며 최근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정씨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직접적으로는 파리 동포신문 ‘오니바’ 편집인인 김제완씨가 권유해 참여했다. 어려서부터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그리고 국외에 거주하는 국민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 다음으로 재외국민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민족사적 고난이 많았다는 얘기다. ‘집에서 대접받는 아이가 나가서도 대접받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재외국민을 우리 국민으로 대접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들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참정권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인데….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회복하자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자는 게 아니다. 기본권리를 부여하고 이것을 통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의 에너지를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끌어오자는 취지다. ‘살기 싫어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참정권은 왜 요구하는가?’라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끌어안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재외국민들 스스로도 이 문제에 무관심한 듯하다.

    “그 원인은 그들에게 있는 게 아니고 잘못된 법률 탓이다. 이런 비유를 들고 싶다. 예컨대 어떤 학자가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그를 감금하려고 몰래 문을 잠갔다가 몇 시간 후 마음을 바꿔 문을 열어놓았다고 하자. 그때까지 그 학자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 친구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답은 감금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감금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죄의 성립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한겨레네트워크측에서 주장하는 ‘재외국민 참정권의 전면적 허용론’은 현실 여건을 무시한 이상론 아닌가.

    “재외국민의 참정권 문제를 해외 거주자의 부재자 투표권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부재자 투표권뿐만 아니라 참정권의 전면적 허용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 외국의 시행착오를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의지만 있다면 현실 여건은 문제가 안 된다고 본다.”

    -정치권이나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정치적인 논리에 밀려 오히려 폐지되었다.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불거졌다가 흐지부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이제는 이 문제를 표로만 계산하지 말고 기본권을 박탈당한 이들의 고통의 문제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올 대선에서 재외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있나.

    “지난 97년 선관위가 선거 3개월 전까지 법안이 통과된다면 실무준비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던 것으로 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인 면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과연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법 개정을 하도록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참정권 회복운동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가장 탄력받기 때문에 올 대선이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파리 도쿄 LA 등지를 네트워크화해 활동반경을 넓힐 계획이다.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법 개정 노력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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