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제2의 최경주’는 나야 나!

차세대 유망 골퍼들 美 PGA 진출 의욕 불태워… 체력·언어 등 철저한 준비는 기본

  • < 안성찬/ 스포츠투데이 골프 전문기자 > golfahn@sportstoday.co.kr

    입력2004-10-04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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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최경주’는 나야 나!
    ‘완도 촌놈’ 최경주(32·슈페리어)가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기적처럼 우승하자 국내 정상급 새내기들이 조심스럽게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대표주자인 위창수(30·미국명 찰리 위)를 비롯해 허석호(29·이동수패션) 박도규(32·테일러메이드) 김성윤(20·KTF) 김대섭(19·성균관대) 등이 그들이다.

    가장 유력시되는 선수는 위창수. 일찌감치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한 그는 이미 아시아 무대를 휘젓고 있다. 미 LPGA 투어 프로 펄 신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위창수는 일단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데다 든든한 스폰서(노키아)를 업고 있다. 체격 조건도 최경주보다 낫다. 178cm, 70kg으로 호쾌한 드라이버샷과 정확한 아이언샷이 강점이다.

    얼마 전 그는 레이크사이드CC에서 끝난 A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달성하며 APGA 투어 3승을 손에 쥐었다. 통산 국내에서 2승, 해외에서 5승을 올렸다.

    위창수 허석호 박도규 등 두각



    위창수는 83년 골프에 입문해 97년 프로로 전향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일본 프로 테스트를 2위로 통과해 올 시즌부터 일본 투어에도 나선다. 일 PGA 투어 24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올해 그는 미국 프로테스트(Q스쿨)에 도전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위창수는 “목표는 미국이다. 올 시즌 일본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뒤 미국을 노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어쨌든 위창수는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어 미국 진출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제2의 최경주’는 나야 나!
    ‘꽃미남’ 허석호도 미 PGA 투어에 남다른 미련을 갖고 있다. 화려한 국가대표를 지낸 허석호는 초창기 레슨 프로였던 허재현씨의 아들이다. 샷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는 허석호는 지난해 포카리스웨트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하반기 일본 PGA 투어 풀시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성적을 낸 뒤 초청 케이스로 미국 무대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1차 목표. 일본 투어 적응이 급선무기 때문에 상황을 보아가며 미 Q스쿨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현재 일본에서 훈련중인 허석호는 시즌 2승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데 “일본이나 미국은 매주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 보강뿐 아니라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미국 PGA 투어에 욕심을 내고 있는 선수는 김성윤. 국가대표 시절 US아마추어오픈에서 2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성윤은 주니어 때부터 미국의 메이저 대회를 석권할 선수로 낙점됐다.

    현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인 김승학씨의 골프매니지먼트사가 김성윤을 아예 월드 스타로 만들기 위해 스타마케팅까지 도입해, 정상급 프로 김영일 곽유현 김성호 등에게 조련을 맡겼다.

    ‘제2의 최경주’는 나야 나!
    올 시즌 들어 KTF가 스폰서로 나서면서 김성윤은 힘을 얻고 있다. 180cm, 88kg의 좋은 체격 조건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김성윤은 지난해 프로 테스트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 파워에 쇼트게임이 뛰어나 국가대표 시절의 감각만 살아난다면 미국 투어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김성윤은 “반드시 최경주 선배의 뒤를 이어가겠다. 현재 주춤한 상태지만 미국 PGA 무대는 반드시 정복하겠다”면서 ‘제2의 최경주’가 되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 밖에 프로이면서 아직 학생 신분인 김대섭은 국내 활동을 하면서 바로 미국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대섭은 고등학교 2년 때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제치고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새내기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오픈에서 다시 정상을 차지, 프로에 데뷔했다. 얼마 전 끝난 매경LG패션오픈에서 상위권에 오르면서 김성윤과 함께 차세대 기대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김대섭의 강점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대담한 성격으로 플레이가 매우 공격적이라는 것. 이 때문에 성적이 고르지 않지만 5~7언더파를 뽑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폰서 계약을 앞두고 있는 김대섭은 스폰서가 확정되는 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Q스쿨에 나갈 계획. 그러나 김대섭은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고의 주가를 올린 박도규도 내심 미국에 신경을 쓰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인 박도규는 이미 기량이 검증된 상태로 빠제로가 스폰서로 나서며 숨겨진 기량이 빛을 보았고 올해 KTF와 인연을 맺으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유의 장타에다가 섬세함까지 갖춰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도규는 “욕심은 나지만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 선수들이 언제든지 미국 투어에 진출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또 국가대표 출신의 김종명을 비롯해 서종현·종철 형제도 일본을 노크하고 있는데 내친김에 미국까지 진출하겠다며 강훈중이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미국 투어 정상에 오르려면 10년은 걸리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경주가 일을 내자 아예 처음부터 미국을 겨냥해 골프를 하는 주니어들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경주의 단 한 번 우승으로 미 PGA 투어 무대가 그렇게 쉽게 열리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최경주의 경우 역도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을 갖췄고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았으며 가난을 극복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거기에 신앙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까지 있어 오늘의 그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PGA 투어를 결심하는 주니어라면 지금부터 탄탄한 체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도록 영어와 일어를 공부해야 하며 ‘골프 마인드’를 갖추는 등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일이다.

    어쨌든 한국은 최경주의 이번 우승으로 골프 강국 대열에 합류한 것만은 틀림없다. 따라서 그에 걸맞은 선진국형의 주니어 골프 교수법이 나와야 하고 골프 발전을 위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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