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노무현, ‘양다리 걸치기’ YS 꼼수 “왜 몰랐을까”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01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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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양다리 걸치기’ YS 꼼수 “왜 몰랐을까”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순진했던 것일까.”

    신민주대연합 구도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묵시적 거절로 삐걱거린 후 당내에서 나온 의문이다.

    “정말 YS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알고도 모른 척 추진했다면 너무 깊이 발을 넣은 전략적 미스”라는 책임론이 제기된다. 어느 쪽이든 여당 대선후보인 노무현 후보의 정치력과 지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노후보는 아쉬운 대로 한이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부산시장 후보로 결정해 영남 교두보 확보에 나섰지만 지난 4월의 기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런 와중에 당내에서는 노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무현식 정치’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나치게 노무현식으로 정치를 하니 이런 일(YS의 부산시장 공천 거부)이 생기고 부담만 가중된다”는 것이 노후보의 튀는 행동을 지적하는 당내 인사들의 시각이다.

    노후보측은 당초 YS가 신민주대연합 구도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노후보를 맞은 YS의 태도와 반응이 워낙 호의적이었고, 비선을 통해 사전에 주고받은 내용들이 노후보의 기대치를 한껏 올렸다는 후문이다. 박종웅 의원도 “YS만 묵인하면 출마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것이 YS 특유의 양다리식 전법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YS는 노후보의 청을 받아놓고 부산 여론을 살폈다. 지난 2000년 민국당 창당 당시에도 비슷한 순서를 밟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론이 크게 호응하지 않았고 YS는 당연히 발을 뺐다. 승산 없는 선거에 출마해 패배하면 스스로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손상될 것은 뻔한 이치. 정치 9단 YS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결과적으로 YS와의 연대에 실패한 노후보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명분도 잃고, 실리도 얻지 못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영남지역 광역단체장을 한 석 이상 건지지 못하면 재평가받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노후보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노후보는 최근 신민주대연합론을 묻고 대신 개혁세력 연합이라는 새로운 구상을 들고 나왔다. 단순한 용어의 변경인지, 정계개편의 초점을 이동하겠다는 뜻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YS와의 연대에 제동이 걸린 탓에 개혁연합식 정계개편의 파괴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사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노풍’(盧風) 주인공의 5월은 이래저래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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