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1

2002.04.25

찜은 술안주, 탕은 속풀이 일품!

  • 시인 송수권

    입력2004-11-01 17: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찜은 술안주, 탕은 속풀이 일품!
    ‘물텀벙이’는 아귀라고 하는 물고기로 유독 인천에서만 그렇게 부른다. 물고기가 흔했던 시절엔 먹지도 않고 잡히는 대로 물에다 ‘텀벙’ 버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천시 남구 용현동에는 물텀벙이 골목이 따로 있다. ‘성진물텀벙’(대표 전병찬ㆍ032-883-6690)을 비롯해 ‘대신’ ‘동원’ ‘본가’ ‘복천’ ‘능허대’ 등의 물텀벙이 집이 있는데 모두 10여년 안에 생긴 집들이고, 성진물텀벙만 3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원조집으로 못생긴 아귀와는 달리 위풍당당하다. 손맛이 좋고 그만큼 노하우도 쌓였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의 향토음식점 거리로 ‘물텀벙 골목’을 지정, 조형물까지 설치했다. 대구의 동인동 양재기 골목과 앞산 따로국밥집 골목, 광주의 떡갈비 골목, 마산의 아귀찜 골목 등 향토음식들이 손맛을 자랑하며 골목을 이루는 것은 덧정나는 일이다. 옛날 서울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 그랬고, 마산 아귀찜은 서울 신사동에 와 신사동 아귀찜 골목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아귀처럼 퍼먹는다’는 말이 있다. 식탐이 센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물텀벙이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생각나게 한다. 오죽이나 위장이 크고 입이 커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집어삼켰으면 배가 부른 채 물에 던졌을 때 물텀벙 소리를 내는 걸까. 13종의 핀치(finch)가 각각 다른 부리를 가지고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변이에 의한 창조를 해 나가듯, 아귀란 놈도 배를 갈라보면 씹지도 않은 고등어 대여섯 마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 맛에 어떤 자린고비는 아귀를 즐겨 사온다고도 한다. 고등어 배 속을 열면 까나리, 까나리 배 속을 열면 뱅어 잔챙이들…. 이런 경우 진화론의 자연선택설이야말로 얼마나 평등한 먹이사슬 관계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래고기가 장생포(울산)의 상징이듯, 이쯤 되면 물텀벙이는 인천 먹자골목의 대표 상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성진물텀벙의 주메뉴는 찌개와 찜인데 찌개는 그 국물 맛이 유달리 시원해 술국으로도 그만이다. 찜은 생물을 그대로 이용하는데 다른 집보다 달지 않아 혀에 부드럽게 감긴다. 또 이 집 반찬은 짠지를 이용한 물김치가 일품이다. 짠지의 1년 소비량만도 트럭 10대 분량이라고 하니 물텀벙이 찌개나 찜을 찾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는 상상조차 안 될 정도다. 물김치는 바로 아귀찜의 맵고 저린 맛을 중화해 주는 조미료 구실까지 해준다. 그래서 성진물텀벙(용현동)의 규모는 200석이며, 송도비치호텔 뒤에 있는 송도점은 대지 360평에 건평 300평이니 인천에서 물텀벙이의 텃세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물텀벙이는 고단백 물고기여서 탕을 끓이면 담백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먹을 수 있고, 특히 숙취 해소에 그만이어서 날로 단골손님이 늘어난다고 한다. 재료는 연안부두에 특별히 주문한 싱싱한 것만 사용한다.

    전병찬 사장은 “30여년 동안 물텀벙이만 조리하다 보니 손님의 취향과 입맛에 환할 수밖에요”라며 환한 미소를 띤다. 그는 또 왕년의 코미디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가 없어 못 마신다’는 한 토막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물텀벙 소리가 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아예 물텀벙이로 돈 벌어 사회사업에 한몫했으면 좋겠다고 복지사업 구상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성진물텀벙은 종업원만도 15~17명에 이른다. 가격은 찌개, 찜 구분 없이 3만5000원(대), 3만원(중), 2만6000원(소)으로 구분돼 있어 가족 나들이에도 좋고, 송도점은 그쪽의 풍광 때문에 인기를 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