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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들판으로 봄마중 갈까요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숲과 들판으로 봄마중 갈까요

숲과 들판으로 봄마중 갈까요
‘나를 부르는 숲’은 한마디로 유쾌한 책이다. 해외생활 2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빌 브라이슨이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하면서 좌충우돌 종주기는 시작된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조지아주에서 메인주까지 14개 주를 관통하는 약 3400km의 산길을 가리킨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이 1600km라고 하니 그 두 배가 넘는다. 3400km 가운데 1500m가 넘는 봉우리가 350개나 있고 종주에 최소 5개월이 걸리며 걸음으로 치면 500만번을 내디뎌야 한다. 그것도 18kg짜리 배낭을 메고.

그런데도 매년 3월 초와 4월 말 사이 2000여명의 등산객이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한다. 그중 20%는 등반 첫 주에 포기하고, 절반은 총길이의 3분의 1도 안 되는 지점에서 포기한다. 성공률은 10%. 브라이슨과 고교 동창생 카츠는 애초부터 10%에 들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1996년 3월9일, 그들을 출발했다. 등반 첫날부터 지옥이었다. 배낭은 그냥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천근만근이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힘겨운 투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포기했다. 주파거리는 1392km.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절반도 안 되는 거리였다. 이들이 실망했을까?

“어쨌든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텐트 치는 방법도 알게 됐고, 별빛 아래서 자는 것도 배웠다.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자랑스럽게도 몸이 날렵하고 튼튼해졌다. 삼림과 자연, 그리고 숲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꼈다. 나는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게 됐다.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도 발견했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아직도 모르고 있는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친구를 얻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정과 자연의 재발견. 그것으로 실패한 종주의 가치는 충분했다. 여기에 산행중 만난 다종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버무려진다. 위대한 자연과 다종다양한 인간군상, 그들이 만들어가는 역사를 이처럼 유쾌하게 써내려간 책이 있을까. 당장 배낭을 싸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러나 브라이언도 25년간 숲을 지킨 카우프만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숲과 들판으로 봄마중 갈까요
윌리스 카우프만은 25년 동안 숲에 살며 변해가는 자연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가 쓴 ‘길을 잃는 즐거움’은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에 다가간다. 카우프만은 늘 소로에 비교되지만-실제로 소로의 영향을 받아 숲으로 들어갔다-숲 속 생활 25년은 아름답고 목가적인 은둔이 아니라 비정한 자연과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카우프만은 소로의 말을 하나씩 부정한다. 소로가 “인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의 수에 비례해 풍요롭다”고 했다면 카우프만은 “나는 주변의 땅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미국이 소로의 시대처럼 천천히 성장한다면 땅을 소유하지 않고도 경치를 소유할 수 있었겠지만 카우프만의 숲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는 무분별한 개발과 무조건적인 보존 사이에서 ‘환경친화’라는 접점을 찾아낸다. 그래서 자연에게는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숲에서 나와 흐르는 강물로 가보자. 리처드 브라우티건이 쓴 ‘미국의 송어낚시’는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을 소설 형식으로 고발한 책이다. 이 책은 1967년 발표되자마자 미국의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옆구리에 끼고 다녔을 만큼 60년대 미국의 지성을 상징했다. 주인공인 화자가 어렸을 때 송어낚시를 하던 하천이 오염돼 더 이상 낚시를 할 수 없게 되자 낚시할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줄거리다. 송어가 잡히지 않는 하천은 오염된 미국의 자연을 대표한다. 그리고 낚시터에서 고함 지르는 다리 없는 중년 남자 쇼티는 병든 미국의 정신을 대표한다. 독자들은 ‘미국의 송어낚시’에 실려 있는 47개의 짧은 이야기가 신랄한 현실 패러디라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봄 나들이를 위해 세밀화로 그린 그림책 ‘들나물 하러 가자’를 꼭 챙기자. 사진에 담기 어려운 부분까지 묘사해내는 세밀화의 장점을 살려 지칭개, 양지꽃, 망초, 꽃다지, 엉겅퀴, 달맞이꽃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들나물들을 소개했다.

쌈도 싸먹고 무쳐 먹기도 하던 민들레잎 그 맛을 아는 지금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냉이와 달래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도시인의 잃어버린 봄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홍은택 옮김/ 동아일보사 펴냄/416쪽/ 9500원

길을 잃는 즐거움/ 윌리스 카우프만/ 강주헌 옮김/ 나무심는사람 펴냄/ 520쪽/ 9800원

미국의 송어낚시/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해설/ 252쪽/ 8500원

들나물 하러 가자/ 도토리기획/ 이재호 그림/ 보리 펴냄/ 23쪽/ 1만1000원



주간동아 327호 (p86~87)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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