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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최고의 디자인 ‘레스 앤드 모어’展… 기능성+예술성 극대화 ‘집 안 꾸미기’ 자극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물렁물렁한 세면대
드룩 디자인 ‘드라이 배싱’

지금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를 한번 살펴보라. 눈에 익은 이 의자가 실은 근대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한 명품이라면? 아니면 당신이 손에 쥐고 있는 물컵이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세의 작품 ‘파치아’라면? 또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삑삑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삐삐 주전자가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휘슬 주전자’라면?



전시 명품 80%는 이미 상품화

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빌딩 위에 떠오르는 해?
가에타노 페세 ‘뉴욕의 트라몬토’

약간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이야기지만 이 모든 가정은 사실이다. 100만원을 훌쩍 넘는 프라다의 핸드백이나 구치의 시계만이 명품은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생활용품 가운데도 유명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한 ‘디자인 명품’이 상당수 있다.

5월3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레스 앤드 모어’(Less & More)전은 이처럼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명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엉뚱하게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화장대다. 넒은 전시장에는 의자, 소파, 찻잔, 주방용품, 조명등, 책장, 선반 등이 가득하다. 대부분 80년대 이후 디자인된 전시작들은 모두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기금(FNAC)의 소장품이다. 이중 80% 정도는 이미 상품화되어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어, 공원 의자네
버너 팬튼 '팬튼 의자'



예를 들면 모노크롬으로 만들어진 버너 팬튼의 ‘팬튼 의자’는 공원 등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유병 모양을 조명등에 응용한 ‘우유병 램프’도 마찬가지다. 그런가 하면 돌멩이 모양의 CD 플레이어나 귀마개 겸용 라디오는 아직 실용화되지 않은 첨단 디자인들이다.

전시작 중에서도 단연 압권은 네덜란드의 디자인 브랜드 ‘드룩 디자인’이 내놓은 진짜 욕실이다. ‘뽀송뽀송한 화장실’(Dry Bathing)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화장실은 기능성과 예술성이 동시에 극대화된 작품(혹은 제품?)이다. 신소재 아라미드 섬유로 제작한 그물의자가 놓여 있는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타일이 깔려 있고 세면대는 물렁물렁하다(사실 욕실에서 넘어지면 세면대에 부딪혀 다칠 위험이 얼마나 큰가!). 욕실 벽의 타일에는 수건걸이, 선반, 콘센트 등이 말끔하게 숨겨져 있다. 약품 서랍이 들어 있는 빨간 적십자 모양 타일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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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의자가 진짜 명품
알베르토 메다
‘프레임 컬렉션-프레임’

드룩 디자인은 이미 도자기 회사 로젠탈이나 리바이스 청바지를 생산하는 레비스트로스 등과 협력해 신상품을 내놓은 전력이 있다.

전시 작품 못지않게 전시장의 분위기도 독특하다. 흰 벽에 작품을 거는 여느 미술 전시와는 달리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전시장 벽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팝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틀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시회 제목인 ‘레스 앤드 모어’는 설명할 것도 없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Less is more)는 말에서 따온 것이다. 현대의 디자인은 기능을 중시하고 장식이 최소화된 ‘레스’(Less)를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화려한 장식을 가미한 포스트모던적 디자인(More)도 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생활 명품, 쓰기 아까운 작품이네

사람 얼굴이 컵 안에
가에타노 페세 ‘파치아’

“디자인 명품들은 기능성을 우선하면서 동시에 예술성이 가미된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명품이라 불리는 의자들은 조각품처럼 보이지만 실제 앉으면 아주 편안하죠. 또 스파게티 면을 재료로 만든 가에타노 페세의 ‘스파게티 화병’처럼 순전히 예술성의 추구를 위해 작가가 장식이나 색채를 가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영란 학예연구사의 설명이다.

국립현대미술관측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가 관객들로 하여금 현대미술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표시했다. 그래서일까,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몰려들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가끔 이런 전화가 걸려온다고. “미술관이죠? 거기서 가구 전시회 하는 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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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327호 (p70~71)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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