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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철도 내년에 개통시키겠다”

박근혜 의원 대선공약 ‘전략 보고서’ … “2002년 北-러 협정에도 영향력 행사”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유라시아철도 내년에 개통시키겠다”

“유라시아철도 내년에 개통시키겠다”
무소속 박근혜 의원에 대한 의문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진보인지 보수인지 색깔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박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개혁당인지, 동서화합당인지, 보수 영남당인지 먼저 밝히라는 요구도 이 때문에 나온다. 두 번째는 박의원이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느냐는 것이다. 나라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권능력, 국가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박의원은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두 가지 궁금점에 대해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딴판이다. ‘주간동아’는 매스컴에 공개되지 않은 박의원 외곽 대선캠프인 한러문제연구소의 권영갑 소장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작업의 막전막후를 들었다.

권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의원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비전과 능력’을 국민에게 제시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경제, 국방, 외교, 교육 등 각 분야에 걸친 대선공약 개발과 대선전략 수립을 한러문제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팀에서 분담해 맡고 있다는 것. 권소장은 “박의원을 돕고 있는 박사급 인원만 300명 정도”라고 말했다.

한러문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박의원이 제시하게 될 국가 비전은 ‘남북 경제협력과 대륙 진출을 통한 경제 도약’이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이 ‘부산~모스크바 유라시아철도의 2003년 말 개통 계획’이다. 즉 박의원이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면 유라시아철도 개통 건은 대선공약 1호가 된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철도 내년에 개통시키겠다”
그러나 유라시아철도 연결 문제는 이미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이름만 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권소장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한국, 러시아, 북한 간에 진행되어 온 유라시아철도 연결사업의 숨은 조역자가 박근혜 의원이라는 것이다. 2000년 2월 러시아와 북한이 부산~모스크바 유라시아철도 공동추진 협약을 맺은 데는 러시아 정부에 영향을 미친 박의원의 힘이 컸다는 것. 권소장은 그 근거로 러시아 정부와 박의원 사이에 맺은 유라시아철도 공동 추진 협의문, 러시아 정부가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겠다고 박의원에게 보낸 문서, 북한이 동의했다고 다시 박의원에게 알려온 문서를 제시했다.



러시아 정부에서 이인자로 통한 스테파신 감사원장이 지난해 10월 방한했을 때 인천공항으로 그를 마중 나온 사람은 한국 정부 인사가 아닌 한러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었다. 스테파신 원장은 한국 정부가 마련한 행사를 마다하고 박근혜 의원이 초청한 만찬장으로 향했다.

한러문제연구소에는 15명의 러시아 현직 장관, 국회의원이 이사로 등재되어 박의원과 교분을 쌓고 있다고 한다. 박의원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러시아 하원의 현직 의원인 유리 텐씨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10여년 이상 꾸준히 러시아 정계에 인맥을 개척해 왔다는 것. 박의원은 러시아 권력 요직과 친분이 있는 거의 유일한 국내 정치인이라는 게 권소장의 주장이다.

박의원이 구상하는 유라시아철도는 서울~경원선~연해주~모스크바 노선이다. 이 점은 경의선을 거쳐 중국 통과를 우선하는 정부안과 배치된다. 중국을 통과하면 동북아 물류기지가 만주에 세워지지만 러시아를 통과하면 한국 휴전선 부근에 세워진다는 게 한러문제연구소의 주장이다. 5년간의 연구 결과, 두 노선의 경쟁력에서 이미 러시아 노선이 앞선 것으로 자체 계산이 끝났다는 것이다. 한러문제연구소는 유라시아철도와 연계된 연해주 개발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라는 보고서를 박의원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유라시아철도 추진은 박의원이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하고, 주변 4강국 중 러시아와 미국을 가까이하는 외교를 펴며, 침체된 한국경제의 돌파구로서 대륙 진출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박의원의 또 다른 색깔이 읽혔다. 즉 박의원은 한반도 정책에서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당 정권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소장은 “방향은 비슷하지만 ‘아마추어리즘’에 빠져 실수를 연발하는 현 정권의 외교정책과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박의원 대선캠프에서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 인사권 등 실질적 권한을 총리에게 나눠주어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한다는 논의다. 이는 최근 박의원과 만난 이수성 전 총리, 박의원에게 호의적인 신현확 전 총리의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신당은 또한 집단지도체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구상은 신당 창당의 명분 확보, 신당 참여세력 넓히기에 유리한 대목이다.

외교 행보와 관련, 올 들어 박의원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대사 등 여러 명의 서울 주재 외국 외교관들과 만났다. 서울에 부임하는 신임 대사는 예외 없이 인사 올 정도로 박의원은 서울 외교가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익힌 박의원의 외교적 매너와 외국어 실력에 대사들이 좋은 점수를 준다는 것. 탈당 이후 가진 주한 미국 대사와의 면담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초에는 영국을 방문해 대처 전 총리와 만날 계획이다. 여성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박근혜 의원은 냉전시대 극단적 ‘반공정책’을 추진한 그의 아버지와 정반대 길을 택했다. ‘유신의 딸’이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고치겠다는 것도 역사의 아이러니다. 권소장은 이것이 바로 박의원의 대선전략이라고 강조한다. 박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은 의심의 여지 없이 개혁신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당민주화는 대북 포용정책과 비슷한 색깔이다. ‘박근혜는 개혁적이며 일관성 있다’는 이미지를 심겠다는 의도다. ‘수구세력’ 이미지를 털면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 더 빛난다는 계산일까.

자질 시비의 경우 ‘정책대결’에서 뒤지지 않는 대선공약을 내놓는 한편, 퍼스트레이디 5년여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학습받은 통치기술, 외교력, 정치적 결단력, ‘엘리트 후원 그룹’을 내세워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박의원의 색깔과 자질에 대한 의구심은 이런 수순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박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막상 나가서 뭘 하겠나’라는 견해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섣부른 선입견은 잠시 유보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박의원의 ‘마스터플랜’은 이제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주간동아 327호 (p26~27)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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