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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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권하는 사회

  • 조용준 기자

    입력2004-10-29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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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 권하는 사회
    자살에 관한 한 나는 두 가지 태도를 경계한다. 첫번째는 자살을 범죄 혹은 질병으로 몰아붙이는 태도이고, 두 번째는 자살을 통계로 환원함으로써 자살로부터 그 실존적 의미를 박탈해 버리는 태도다.”(알프레드 알바레즈, ‘자살의 연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대한 통계수치부터 언급해야겠다. 지난 90년 한국인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9.8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에는 14.6명으로 49% 증가했다. 자살로 인한 남성의 사망은 여성의 2.2배다(2001년 9월 통계청 발표 ‘2000년 사망원인 조사’). 우리나라 인구를 4700만명(2000년 7월 기준)으로 잡았을 때 한 해 평균 6862명, 매일 18.8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얘기다.

    아시아의 ‘자살 왕국’은 여전히 일본이다. 한국은 모든 면에서, 심지어 ‘자살에 대한 경향’까지도 일본을 매우 급속도로 따라가고 있다. 지난 2월14일 밤 서울경찰청에서는 자살방조 혐의로 조사받은 22세 오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단 독극물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경찰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1월 영등포구치소 경비교도대를 탈영해 수배를 받아온 오씨는 지난 8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3개의 사이버 카페에 ‘자살단 100명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는 혐의로 14일 긴급체포됐다. 체포 당시 오씨는 지난해 11월 자살한 김모씨(22)의 지갑과 주민등록증, 수첩을 소지하고 있었다. 오씨는 김씨가 자살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안티 자살 사이트’에 “필요한 약을 판다. 고가(高價)지만 확실하다”는 등의 게시물을 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매일 18.8명 자살 … 이젠 되돌아보아야 할 때

    이 사건은 모든 언론에 실렸지만, 주요 기사로 취급되진 않았다. 경찰 조사중 자살로 사망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지만, 이미 ‘자살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 충격성이 덜하게 판단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살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마저 덩달아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10∼30대에선 자살이 교통사고를 제외한 최대 사망 원인이다.



    마침 대중문화비평 전문 포털사이트 ‘컬티즌’(cultizen.co.kr)에서 ‘자살, 도대체 왜들 소란인가’라는 이슈 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먼저 미디어평론가 변정수씨의 격한 ‘격문’이 눈길을 끈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무슨 짓을 한다 해도 그 고통이 손톱만큼도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절망’이다. 우리는 그 숱한 절망 앞에서 좀더 겸허해져야 한다. ‘자살 권하는 사회’는 내버려둔 채 방관하면서 ‘자살하는 사람’들만 나무라는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비겁함’이 나는 역겹다!”.

    에세이스트 김보일씨의 다음과 같은 글도 있다. “…‘순교에서 개죽음까지’. 왜 죽음마저도 철저하게 등급화시키고 위계화시켜야 하는 것인지.…모든 대의명분을 향한 순교자들의 죽음이 여타의 뭇 죽음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 어떤 죽음이든 그 죽음엔 실존의 총중량이 얹혀 있는 것이므로. 그러므로 우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자살이 결단의 문제이지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고….”

    소장 철학가로 필명이 알려진 김영민 교수(한일대)도 거들었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은, 자살에 대한 공론이 보다 풍성하고 자유롭게 활성화될 수 있는 ‘담론적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특히 자살을 개인의 문제, 그리고 윤리와 종교의 문제로만 치부하려는 타성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만일 이 같은 훈련이 없다면, ‘바른생활’ 수준의 이데올로기만 재생산할 뿐,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공론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자살은 그것이 ‘병리 현상’이든 아니든, 자살에 관한 뒤르켐의 유명한 3분법(이타적 자살,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에 속하든 아니든,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현상’이 되었다. 이는 모른 척한다고,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현상은 아닐 듯하다. 정말로 우리 사회가 ‘자살을 권하는 사회’는 아닌지 심각히 되돌아볼 필요는 없는 것일까?

    다음은 ‘컬티즌’에서 실시중인 여론조사(2월18일 오전 현재 총 7592명 참여)의 결과다. 물론 온라인 조사이므로 정확성은 떨어지겠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겠다. ‘자살? △생각해 본 적 있다(19.6%) △시도해 본 적 있다(25.9%) △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18.5%) △계획중이다(23.7%) △생각해 본 적 없다(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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