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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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승객보다 정치 거물이 우선?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27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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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 승객보다 정치 거물이 우선?
    설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2월9일(토). 이회창 총재를 포함한 한나라당 정치인 일행이 오후 2시30분 서울 김포공항에서 대구행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1박2일간 영남지방을 둘러볼 목적에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비행기 안에서 여러 승객을 불편하게 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현희씨(33·회사원·서울 강서구 등촌동)는 남편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기 위해 이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항공표 두 장을 구입해 두고 있었다. 이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은 모두 8석. 탑승일인 9일 아침 그녀는 대한항공 본사 직원에게서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항공사 직원은 “오늘 오후 서울에서 대구로 급하게 내려가야 할 VIP들이 있다. 그분들에게 비즈니스석을 드려야 한다”면서 이씨에게 “일반석으로 교체하면 안 되겠느냐”고 다급하게 요청했다.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난데없는 부탁을 받은 이씨는 당황했지만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제는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항공사측은 출발 직전까지 이씨 부부에게 좌석을 배정해 주지 않았다. 이씨 부부는 비행기를 놓칠까봐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일반석 예약이 꽉 찬 상태여서 항공사측이 이씨 부부를 위해 좌석 2개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어렵사리 비행기에 오른 이씨 부부는 또 한번 ‘벌’을 서야 했다. 비행기엔 일반석 빈자리가 한 석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씨는 남편과 함께 무거운 짐을 들고 기내 복도를 오가며 빈자리를 찾아다녔다. 이 때문에 비행기 이륙이 20여분 지연됐다. 다른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불만을 표시했다. 이씨 부부는 “창피하고 불안해 차라리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승무원은 어린이 승객 한 명과 어른 승객 한 명을 한 좌석에 앉히는 ‘위험한 조치’를 단행해 이씨 부부에게 2개의 좌석을 마련해 주었다.



    이런 흔치 않은 불상사가 벌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VIP들이 원하는 시간대의 좌석을 마련해 주기 위해 항공사측이 무리수를 두었다는 게 이씨의 판단이다. “그 때문에 정상적으로 줄 서서 어렵게 표 구한 사람은 짐짝 취급 당하고…” 이씨 부부는 항공사측에 항의하려 했지만 고객서비스센터는 불통이었다.

    이번 해프닝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했다. “2월9일 오전 9시쯤 상부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 2시30분 대구행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좌석을 가능한 한 많이 비워두라’는 지시였다. 설 연휴여서 비즈니스석은 이미 예약이 만료돼 있었다. 우리 직원이 비즈니스석 예약자 8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일반석과 교환해 주는 조건으로 몇 자리를 양보받은 것으로 안다. 특정인에게 비즈니스 좌석을 급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이미 예약된 손님까지 일반석으로 돌리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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