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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잔다라’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영화가 시작되면 ‘어린이나 종교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야하다’고 소문나 예매 시작과 동시에 표가 매진된 바로 그 영화. 우리에겐 아직 낯선 태국영화지만, 홍콩의 유명 여배우 종려시가 주연을 맡은 ‘섹슈얼 드라마’라는 점에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잔다라’는 음란성 시비로 30년 동안 판금되었던 태국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동성애, 근친상간 등 파격적인 성(性) 소재와 적나라한 성애 묘사로 논란이 되었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기는 작업인 만큼 촬영 초기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다.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종려시가 출연하게 된 배경 역시 태국의 주연급 여배우들이 영화 전체 분량의 20%에 달하는 섹스 신을 연기하는 데 부담을 느껴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 ‘태국의 강제규’로 불리는 흥행감독 논지 니미부트르가 메가폰을 잡고,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아 ‘아시아우드’ 최강의 맨 파워를 자랑한다.

이러한 인적 구성은 이 영화에 자극적인 포르노그라피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는 미완성 필름 상태로 작년 칸영화제 마켓에서 엄청난 수출 실적을 올렸고, 세계 유수 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이미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비도덕적이고 무절제해 보이는 섹스 신이 이어지지만 ‘잔다라’는 포르노그라피와 예술영화의 경계선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성에 대해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영화의 주인공 잔다라는 축복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인물. 그를 낳다 어머니가 사망한 탓에 아버지는 아들을 증오한다. 아버지의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며 자란 잔다라는 끊임없이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키운다. 그를 감싸주는 사람은 아버지의 후처로 들어온 이모뿐. 잔다라는 아버지의 첩으로 들어온 쿤 분렁의 퇴폐적인 매력에 이끌려 과감한 성애의 세계에 빠져든다.



세상과 단절한 잔다라의 아버지가 벌이는 섹스 행각과 함께, 청년 잔다라가 여자들을 차례차례 경험하는 과정이 영화의 축을 이룬다. 학대로 유린된 어린 시절의 아픔에서 복수를 다짐하는 잔다라에게 섹스는 아버지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 잔다라가 자라면서 그토록 혐오했던 아버지와 닮아가는 것을 보면서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인생의 역설을 느낄 수 있다.

서로를 증오하고, 서로에게 집착하면서 서서히 파멸해 가는 잔다라의 가족. 이들의 모습에서 프리섹스, 호모섹스 등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성문화가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쳤던 40년 전 방콕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주간동아 318호 (p80~81)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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