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8

2002.01.17

사람잡는 내시경?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1-05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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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잡는 내시경?
    지난해 12월 부산지역에서는 흔치 않은 의료사고 두 건이 발생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2월8일 소화불량 증세로 위 내시경을 받던 환자(43)가 식도 파열로 숨져 관련 의사들이 법원에 기소되고,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13일에는 부정맥 증세를 호소한 환자가 수면 내시경을 받다 사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 국내에서 내시경 검사 도중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시경 검사는 식도와 위장계 질환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아주 흔히 사용되는 검사항목이라는 점에서 충격과 파장이 크다. 특히 검사할 때의 호흡 곤란과 불쾌감 때문에 기피하는 검사 항목이라 그 반응은 더욱 민감했다.

    위 내시경 검진으로 식도가 천공될 확률과 그로 인한 사망률은 각각 0.005%(10만명당 5명꼴)과 0.002%로, 흔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문제는 식도 천공만으로 환자가 사망하진 않는다는 점. 이번 사건의 경우도 식도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른 채 퇴원한 환자가 구토와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사가 식도 천공을 발견하지 못하고 환자에게 “물을 마셔도 된다”고 권유한 것이 화근이었다.

    연세드림내과 고준호 원장(내과 전문의)은 “환자의 식도 천공 부위 틈새로 물, 음식물 같은 이물질이나 심지어 침이 들어가도 식도 벽에 염증(패혈증)이 생긴다. 이 경우 즉시 응급수술을 못하면 환자는 사망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심폐질환이나 간경변증, 부정맥, 중풍을 앓는 환자 등은 본인이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가운데 호흡 곤란이 오면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 수면내시경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내시경 검사 후 흉통, 토혈, 고열, 목과 가슴 부어오름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전문의 진단을 받아볼 것과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은 내시경 검사 전 반드시 의사에게 그 사실을 통보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래도 전문의가 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못해 환자를 사망케 했다면 이는 명백한 ‘의료사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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