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7

2001.11.01

‘蘭’대신 쌀을 보냅시다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4-11-16 16: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蘭’대신 쌀을 보냅시다
    10월20일 서울 흑석동 중앙대 중앙문화예술관에서 열린 한국광고홍보학회에서 임기 2년의 제2대 회장에 선임된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이명천 교수(44)는 취임 소감에 앞서 “축하의 뜻을 표하시려면 난보다는 쌀을 보내달라”는 얘기부터 했다.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하던 참석자들은 이교수의 설명을 듣고 박수를 보냈다.

    “97년 처음으로 학교 보직을 맡으면서 축하 난을 받아보았는데, 일생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반갑고 내심 흥분까지 됐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이었고, 곧 10만 원 안팎의 난 화분을 선물하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뜻은 고맙지만 앞으로 그럴 일이 있으면 난 대신 쌀을 보내주십시오’라고 얘기했다.”

    이교수의 이런 부탁은 올 3월 그가 학교 홍보실장 보직을 맡았을 때 효과를 나타냈다. 각양각색 리본이 달린 20kg, 10kg짜리 쌀 포대가 그의 연구실에 도착하기 시작한 것. 주위에서는 83년 학교 역사상 학교 본관 건물에 쌀이 배달되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신기해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교수는 그 쌀을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서울의 한 지체장애 시설에 보냈다.

    중앙대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92년 모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천주교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상임위원, UN 환경프로그램 한국위원회 이사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광고학회나 홍보학회 등 관련 학회가 광고의 효과 등 공급자 중심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소비자나 시청자 중심의 연구활동을 활발히 펼치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게 학회장으로서의 그의 포부.

    이교수는 요리가 종합예술인 데다 가족간 대화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의 요청이 있거나 일찍 퇴근할 때는 직접 요리를 즐기기도 하는 만점 아빠.





    이 사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