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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벼랑에 선 언론

‘세무조사’란 이름의 언론 융단폭격

고강도 조사에 충격적 추징금… 여권 내에서조차 무리수 지적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세무조사’란 이름의 언론 융단폭격

‘세무조사’란 이름의 언론 융단폭격
김대중 정부가 언론에 ‘융단 폭격’을 가하고 있다. 지난 6월20일 국세청은 23개 중앙 언론사에 대한 5056억 원의 세금 추징과 6~7개 언론사에 대한 검찰 고발 방침을 발표했다.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는 13개 언론사에 대해 부당 내부거래 과징금 242억 원을 부과했으며, 7월1일부터는 신문고시가 부활한다.

원래 개혁은 정권이 힘이 있는 임기 초반에 단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부는 임기 후반에, 그것도 가장 어렵다는 ‘언론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언론사 세무조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세무조사를 시작했을 때 우리가 예상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여권 ‘언론 장악 시나리오’의 일환이라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 의해 미리 짜인 전략에 따라 국세청 조사와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고, 앞으로는 국세청의 고발에 따른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언론계 안팎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추징금과 과징금 액수가 워낙 많은데다 조사 대상도 광범위했다. ‘이 잡듯 뒤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고 한 언론사의 경리담당 간부는 말한다.

물론 국세청과 공정위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엄정하게 조사한 결과라고 말한다. 언론사의 반발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결국 정부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셈’이 되었다. 언론사와 긴장 관계를 형성할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서거나 ‘타협’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수위가 높아진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난 2월9일 일본 도쿄 발언이 기폭제가 되었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94년) 당시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면 언론 존립 자체에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조사 결과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하면 안 될 것 같아 얼마만 추징하라고 (국세청에) 딱 잘라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에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YS가 세금 집행을 중단시킨 사실을 자인한 것은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YS를 고발하기까지 했다.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 있던 차에 터져 나온 YS의 발언으로 국세청과 공정위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역대 정권의 사례를 볼 때 이번 조사 역시 언론 장악용이며 결국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추측 때문이었다.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국세청과 공정위는 조사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YS 발언 이후 국세청 수뇌부가 유난히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언론사 세무조사에서도 YS와의 차별성을 보이고 싶은 김대중 대통령의 ‘뜻’이 국세청 수뇌부에 전달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마침 시민단체들이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주장했으며, 여론도 시민단체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하였다고 판단한 김대통령이 ‘법과 원칙’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라고 국세청에 주문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후 김대통령의 ‘뜻’은 확고부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도중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지난 5월 말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도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대통령을 면담한 이 최고위원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김대통령은 “법대로 해야지”라고만 답했다는 것.

김대통령의 이런 뜻은 6월20일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세무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손청장이 이날 개별 납세자의 과세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국세기본법의 규정을 ‘기술적으로’ 피해 추징액 총액과 탈루 유형을 공개한 것은 YS와 달리 정치적 타협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무조사’란 이름의 언론 융단폭격
정부측은 이번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측 해명을 그대로 믿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세금 추징액과 공정위 부과금 때문에 문닫는 언론사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언론 전 업종에 걸쳐 이처럼 ‘가혹한’ 조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내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들의 시기와 방법, 추징 및 부과액수 등을 놓고 볼 때 결코 통상적인 조치라 보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야당과 언론이 ‘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정황 때문일 것이다.

우선 조사 강도나 기간부터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받을 만하다. 국세청은 95~99년 정기 법인세 조사라고 밝히지만 언론사는 “2월8일부터 시작해 공식 조사 기간만 132일이 걸린데다 동원한 인원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절반인 400명을 비롯해 지방 판매지국과 보급소에 나간 일선 세무서 인력까지 합하면 1000명이 넘는 등 사상 유례 없는 고강도 특별세무조사였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조사반원들은 신문사와 거래하는 제지업체를 비롯해 광고 대행업체와 판매지국, 보급소 등을 사전 통보 없이 방문해 관련 자료, 컴퓨터 등을 일제히 영치(압수)하기도 했다. 기업 회계뿐만 아니라 대주주의 주식, 자금이동에도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 언론사 간부들에 대한 계좌 추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세청 조사와 함께 진행한 공정위 조사도 재벌이나 공기업 조사보다 더 심한 강도로 진행하였다. 조사는 2월12일~4월20일까지 68일간 진행하였고, 대기업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조사국 직원 37명을 투입하였다. 지난해 이후 이뤄진 공정위 조사 가운데 △5개 공기업 조사는 32일 △4대그룹 조사는 56일 △6대 이하 7개그룹 조사는 53일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공정위가 언론사 조사에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언론사에 부과한 과징금이 작년에 조사 받은 30대 그룹 중 과징금이 부과된 7대 그룹의 경우보다 더 많다는 점도 언론사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언론사별 부과 규모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 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표 참조).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여권은 언론사와 일전 불사할 각오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권 관계자는 “여권 내부적으로 균열 방지에 노력하는 한편 법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 나갈 것”이라면서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부 언론의 경우 세금 추징 명세를 통보 받으면 자진 공개한다고 밝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별 회사와 추징액을 놓고 협상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다만 언론사가 법에 정한 구제절차에 따라 이의신청 등을 하는 경우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고위공직자 등에 대한 언론의 감정적 ‘흠집내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응하겠다는 게 여권의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언론이 특정 고위공직자에 대해 합리적인 문제제기를 할 경우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공직자의 희생도 감수하겠지만, 감정적인 내용이라면 우리도 법에 호소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은 국세청과 공정위 조사 결과에 이어 언론 개혁을 위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언론 관계 법안 통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초기 단계부터 ‘보고하거나 보고 받지도 말고, 알아보려 하지도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기 때문에 청와대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전략적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면서 “세무조사 이후의 문제는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제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1월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공동으로 입법 청원한 ‘정기 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재벌의 신문사 소유 금지 및 편집권 독립 등이 골자다. 아울러 지난해 7월13일 여야 의원 31명이 발의한 언론발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계류중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 결과 다양한 여론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권이 그들의 주장처럼 비록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그들이 말하는 ‘다양한 여론이 경쟁하는 토대’란 그동안 독자들의 성원과 지지로 성장해 온 3대 언론(동아 조선 중앙)을 ‘인위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91호 (p10~12)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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