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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입학만이 活路” 밀어붙이는 연세대

재정 확보해야 외국 대학과도 경쟁 … 안팎 반대 무릅쓰고 ‘기여우대제도 실무위’ 발족

  • < 황일도 기자shamora@donga.com >

“기여입학만이 活路” 밀어붙이는 연세대

“기여입학만이 活路” 밀어붙이는 연세대
정권이 바뀌고 교육부총리가 교체되어도 학교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연세대 고위 관계자). “국민 정서는 ‘누구는 아버지를 잘 만나 대학 가고 누구는 그 반대라서 대학에 못 간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 총리).

“오히려 차기정권에서의 성사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 본다”(이수연 연세대 총학생회 학원자주화 정책실장).

지난 5월16일 연세대 김우식 총장이 “사회나 학교에 크게 기여한 사람의 자녀에게 입학시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 밝혀 벌어진 기여입학제 논란이 식을 줄 모른다. 핵심은 연세대가 공식적으로 밝힌 ‘물질적 기여에 대한 우대 입학’ 부분.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어떠한 종류의 기여입학도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설사 도입을 검토한다 하더라도 그 방법과 규모는 우리가 생각할 일이지 일선 대학이 자체적으로 만들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연세대의 이번 움직임을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여기에 총학생회가 ‘20억원 이상’이라는 액수와 ‘대학 설립자, 역대 이사장 등’이라는 대상자 범위를 명시한 학교측 문서를 공개하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전 국회의장 L씨, 모 언론사주 등 조건에 부합하는 정-재계 인사들을 거명하자 학교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당초 연세대측은 이 문서에 대해 “내부 검토용이었으며 곧바로 폐기 처분하였다”고 말했지만 지난 3월 김총장이 한완상 교육부총리에게도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계획안은 “경제력과 대학 입학을 맞교환하는 기부금 입학제와 기여행위가 있은 후 일정 기간(10년 이상으로 검토 중)이 경과한 때부터 보은 차원에서 이뤄지는 기여입학제는 다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 계획안은 지난 90년에 이미 골격을 완성한 것. 비물질적-정신적 기여의 포함, 대상자는 정원 외 2% 이내, 최소한의 수학능력 평가 등 핵심 내용은 90년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에서 발표한 것과 똑같다. 현재 학교측은 “아직 확정한 것은 없으며 시행 역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후로 미루겠다”고 말하지만 ‘사회적 공로자에 대한 특별전형’은 오는 6월부터 계획안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연세대가 ‘물질적 기여자에 대한 우대 입학까지’라는 최종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거센 사회적 반대 여론. 6월 수시모집의 특별전형은 사실상 이를 넘기 위한 ‘가지치기 작업’이다. 이미 상당수 대학들이 독립유공자, 환경미화원 자녀 등에 대한 특별전형을 실시하지만 해외 선교사의 자녀를 포함하겠다는 것은 학교의 고유 기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학교측 고위 관계자 역시 이번 특별전형이 당장 교육부의 반발과 사회적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우회’의 시작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일단 사회 기여부터 시작하지만 점차 학교에 대한 공헌, 물질적 기여까지 확대하는 3단계 시나리오를 통해 곧바로 도입할 때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두 번째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35조, 즉 대학 입학자 선발을 위한 전형자료를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 고사 등으로 제한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연세대측은 법 개정을 위한 로비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 5월16일 김우식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대통령께 적극 건의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도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것. 이에 대해 연세대 이영선 기획실장은 “언젠가는 개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세대가 5월25일 보직교수 8명으로 구성한 ‘기여우대제도 실무위원회’를 발족한 데에는 이러한 자신감이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단호한 반대 의사를 보이는 것은 총학생회. “기여입학제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는 일이므로 도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장정규 총학생회장(인문학부 4학년)은 말한다. 특히 총학생회측은 제도 도입과 관련해 교내 공청회 등의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가 없었다는 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먼저 서명운동과 성토대회 등을 통해 반대의사를 전달하고 그래도 학교측이 도입을 강행할 경우 2학기 ‘한총련 교육대개혁 투쟁’과 연계해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열악한 연구환경에 분통을 터뜨려온 교수들은 대부분 찬성 입장을 표한다. 지난 3월29일 교수평의회(의장 이순희 교수)는 이 제도의 도입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이 평의회의 대표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전체 교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몰고 가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남은 상황. 상경대 경영학부의 오세철 교수는 “기여입학제는 교육을 적자생존 체제로 재편하려는 신자유주의 산물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한편, 비물질적 기여입학에 대해서도 “그 수혜자가 재단이나 학교의 고위인사 자녀라면 자동적인 계급세습이 되므로 역시 부정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기여입학만이 活路” 밀어붙이는 연세대
이러한 학내외의 강한 반대 여론이 있음에도 연세대가 기여입학제를 강행하는 가장 큰 배경은 사립대의 재정난 때문. 연세대의 99년 예산보고서에 따르면 자금수입 3239억원 가운데 등록금이 1548억원으로 48%에 이른다. 기부금 액수로는 전국대학 1위지만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 수준. 여기에 최근의 경제상황도 한몫한 듯하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동문회장을 맡아 많은 지원을 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좌초가 학교의 재정 담당자들을 더욱 다급하게 만든 것 같다”고 한다.

반면 기여입학제를 안(案)대로 실시할 경우 입학 정원의 2% 내에서 20억원 이상의 물질적 기여자에게 입학권리를 줄 수 있다. 입학정원이 4000명선임을 감안하면 최대 1600억원 이상의 기부금 수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비물질적 기여자도 상당수일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예측에 무리가 있지만, 엄청난 재정을 확보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연세대측은 재정 확보가 학교의 명운을 좌우하는 열쇠라 본다. 수조원대의 예산을 사용하는 외국 대학과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에 반대하는 측은 재단이 손쉽게 재정을 확보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과연 다수 국민에게 부당한 박탈감을 안기는 제도를 실시해야 할 만큼 학교가 최선을 다했느냐는 것. 한편 총학생회측은 막대한 규모의 기부금 운영이나 수혜자 선정과 관련해 학교 측의 투명한 운영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학교측이 작성한 심사평가위원회 구성안은 학생대표 1인도 포함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장정규 총학생회장은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비판에 상관없이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겠다는 연세대의 의도는 학교 내외에서의 반발을 상당기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논란을 통해 연세대는 ‘사회적 쟁점 조성’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한다는 한 교수가 남긴 말은 그런 의미에서 되새길 만하다. “이번 논란으로 학교가 잃은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10년 후를 생각해 지금부터라도 기부금을 내려는 돈 많은 부모들도 있지 않겠나.”



주간동아 2001.06.07 287호 (p52~53)

< 황일도 기자shamor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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