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7

2001.06.07

검찰 ‘신승남 친정체제’로 헤쳐 모여!

5·27 간부 인사 ‘세대교체·호남중용’ 뚜렷… 최장관보다 신총장 입김 더 작용한 듯

  • < 이수형/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sooh@donga.com >

    입력2005-02-01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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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신승남 친정체제’로 헤쳐 모여!
    충성문건’ 파문으로 경질된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최경원(崔慶元) 변호사가 임명되면서 가장 큰 관심사는 후속 검찰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였다. 최변호사는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를 나왔다. 경기고 출신 검사들은 검찰 내 최대 인맥을 형성하면서도 호남정권이 들어서면서 요직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 “인사에 불이익을 받는다”며 불만이 많은 상태였다. 따라서 검찰 내부에서는 경기고 출신의 최장관이 이런 갈등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장관은 지난 5월24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후속 인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내정자와 협의해 공정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장관은 하루 전 장관 임명 직후에도 ‘신총장 내정자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최장관은 사법시험 8회로 9회인 신총장보다 법조 선배지만 대학(서울대 법대)은 신총장이 1년 선배다. 물론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절친한 사이다.

    신총장 고교 후배가 선배 제치고 차관에

    지난 5월25일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이렇게 말했다. “최장관이 ‘신총장 내정자와 협의해 인사를 하겠다’는 말을 자꾸 하는데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인사권은 장관에게 있는데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검사 인사권은 장관에게 있지만 대개 검찰총장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이변호사는 “그래도 최장관의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검찰 인사에서 장관과 총장 중 어느 쪽의 구상을 더 강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그만큼 미묘한 문제였다. 그 ‘승부’는 이틀 뒤인 5월27일의 검찰 간부 인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한 검사는 “최장관이 좀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인사에서 최장관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검찰 인사 및 예산을 맡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송광수(宋光洙) 부산고검장을 기용한 것이다. 사시 13회로 서울 출신인 송검사장은 검찰국 검찰1과 출신으로 그의 검찰국장 임명은 적절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송고검장이 검찰국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는 동기인 사시13회 6명 가운데 호남 출신 3명(김대웅 김학재 정충수)이 서울지검장과 검찰국장 수원지검장 등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에는 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송검사장은 최장관 체제 아래서 검사장 가운데 서울지검장 다음의 요직으로 꼽히는 검찰국장 자리를 맡았다.



    송검사장 인사를 제외하면 이번 검찰간부 인사는 대부분이 신승남 총장 친정체제로 이뤄진 인상을 풍긴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안정과 지역 안배를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대 교체를 통한 조직 개편과 호남 중용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조직 개편과 호남 중용은 곧 신총장 친정체제로 직결된다. 후자, 즉 ‘세대 교체와 호남 중용’의 근거로는 신총장 고교(목포고) 후배인 사시13회 김학재(金鶴在) 검찰국장이 고검장 승진과 함께 선배기수를 제치고 법무부 차관에 오른 것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법무부 차관에는 사시12회의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과 한부환(韓富煥) 대전고검장, 이종찬(李鍾燦) 대구고검장 등 사시12회의 쟁쟁한 간부들이 후보에 올랐다. 김고검장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고검장 서열 1위인 법무 차관에 올랐다. ‘검찰 2인자’ 자리인 대검 차장에 사시11회 대신 12회의 김각영(金珏泳) 서울지검장을 임명한 것도 세대 교체 분위기를 풍긴다.

    검찰 ‘신승남 친정체제’로 헤쳐 모여!
    사시12회 검사장 가운데 비호남 출신의 조준웅(趙俊雄) 인천지검장이 사퇴하고 호남 출신인 김승규(金昇圭)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고검장으로 승진한 것과 검사장 승진자 6명 중 호남 출신이 절반을 차지한 것 등도 신총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정수사의 최고사령탑인 대검 중수부장 자리는 사시14회의 유창종(柳昌宗) 대검 강력부장이 차지했는데 유부장은 93년 문민정부 초기 서울지검 3차장이던 신총장 밑에서 강력부를 이끌며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주도한 인연이 있다.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서울고검의 김상희(金相喜·사시16회) 부장이 뒤늦게 부산고검 차장으로 승진해 검사장 대열에 합류한 것. 김검사장은 95년 12·12 및 5·18 때 주임부장이었으며, 97년 4월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으로 김현철(金賢哲) 비리사건 수사에 참여하는 등 쟁쟁한 이력(履歷)을 갖췄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동기 4명이 승진하는 데 끼지 못하고 탈락했다. 김검사장이 승진대열에 들어 ‘구제된’ 배경에는 이명재(李明載) 서울고검장의 용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검장은 지난 5월25일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바로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났다. 그의 퇴임은 후배 검사들과 직원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는 선배는 물론 후배검사에게서 ‘당대 최고의 검사’로 불리며 특별수사통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검사였다(상자 기사 참조). 능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과 품성을 갖춰 검찰조직 전체에서 ‘신선’이라 하였다.

    그는 “원로가 되면 최소한 후배들이 나가는 길에 방해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아름다운 퇴장을 하자고 다짐해 왔고 이제 그 다짐을 실천할 때가 왔다”고 퇴임의 변을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그가 염두에 둔 ‘후배’ 중에는 김상희 부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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