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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 1라운드 ‘라팔’ 선두 비행

공군 시험평가에서 최고 성적… 기술·가격 협상서 우위 예상 F-15E와 ‘치열한 경합’ 가능성

  •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hoon@donga.com >

FX 1라운드 ‘라팔’ 선두 비행

FX 1라운드 ‘라팔’ 선두 비행
오는 9월 기종 선정을 목표로 진행중인 FX(차기 전투기)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동안 언론은 FX 경쟁이 과열되었다는 보도를 쏟아냈으나, 대체로 공군과 국방부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이 사업을 추진시키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때문에 FX 사업에 착수했을 때 기대한 효과, 즉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4개 업체의 진을 빼는 현상이 일부에서 발견되고 있다.

FX 평가는 모두 4개 부분에서 진행하는데, 이중 평가가 끝난 것은 시험평가 부분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공군의 시험평가단은 4개 기종을 직접 몰아본 후 200점 만점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만들어 지난 4월 중순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은 프랑스 다쏘사의 라팔이다. 2등은 유럽 4개국이 공동 제작한 유러파이터 타이푼인데, 라팔은 타이푼보다 쫛쫛점을 더 얻었다. 3위는 미국 보잉사의 F-15K로, F-15K는 타이푼보다 쫛점이 적다.

라팔이 1등을 한 데는 쉬운 조종법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쏘사를 방문한 시험평가단은 시뮬레이터로 조종술을 배운 바로 그날, 라팔을 몰고 이륙했다. 그러나 미국의 F-15E(F-15K의 원모델) 기지를 방문한 시험평가단은 10여 일 정도 지상에서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은 후 비로소 F-15E를 출격시켰다. 조종술에서 타이푼은 라팔 이상으로 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4개국이 공동 제작한 관계로, 스페인에서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고 영국으로 건너간 다음에야 타이푼을 발진시킬 수 있었다.

라팔과 타이푼은 조종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우리 공군이 원하는 전폭과 제공 기능을 모두 구비했느냐는 조건에서는 차이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이푼은 제공기로만 개발했기 때문에 전폭 기능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유럽 4개국은 전폭 기능을 겸한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2007년쯤을 목표로 전폭 기능도 겸하는 다목적기 타이푼을 내놓을 예정이다.

비록 1라운드에서는 우세를 점했지만, 라팔이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2, 3, 4라운드격인 기술평가와 가격 협상,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는 오히려 라팔이 불리하거나 혼전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술평가 부분부터 살펴보자. 이 부분은 조종법과는 관계없이 그 전투기가 갖고 있는 기술수준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를 위해 4개 기종 개발사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수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것이 여간 빡빡하지 않다.



고속기동 중에 기수(機首)를 꼿꼿이 들고 서 있는 코브라 기동으로 관심을 끈 러시아의 수호이-35는 기술평가단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지 못해 사실상 FX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타이푼측조차도 요구 자료를 제때에 제출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 부문의 경쟁은 라팔과 F-15K로 압축되었는데, 여기서는 F-15K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이유는 한국 공군이 보유한 무기가 대부분 미국산이기 때문. F-15K는 한국 공군이 보유한 미국제 무기를 전부 장착할 수 있으나, 라팔은 NATO 회원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만든 관계로 미국제 무기를 다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프랑스는 “한국 공군이 보유한 미국제 무기를 라팔에 달 수 있도록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 정부는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프랑스는 자존심이 상해 “라팔 같은 첨단 전투기에 왜 구식인 미제 무기를 달려고 하느냐. 한국이 라팔을 선택한다면 라팔의 성능에 가장 잘 부합하는 프랑스제 무기를 제공하겠다”며 오히려 한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기술평가 부문이 주목받자 예민해진 공군은 짧게나마 각 전투기를 몰아본 시험평가단원을 기술평가단에 합세시켰다. 이들의 경험을 활용해 각 나라가 제출한 기술보고서가 사실인지의 여부를 판단케 한 것이다.

국방부 조달본부가 주관하는 ‘가격협상’ 부문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여기에는 절충교역(offset)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절충교역이란 한국이 40억달러어치의 FX 전투기를 사주면, 전투기를 파는 나라에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서 뭔가를 사주는 제도다. 국방부 내규는 한국에 무기를 파는 나라는 총 거래금액의 30% 이상에 이르는 물량을 한국에서 사가거나,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한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방부는 FX 사업과 관련한 절충교역 규모를 ‘사상 유례없는’ 70%(금액으로 환산하면 28억달러)로 올렸다. 70% 중에서 40%(금액으로는 11억2000만달러)는 ‘한국에서 물건으로 사가는 것’으로 명시하고, 60%는 그만한 금액의 물량을 수출했을 때 한국이 벌 수 있는 이익에 해당하는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도록 했다. 절충교역 70%는 다쏘와 보잉 등 FX 사업에 참여한 업체로서는 엄청난 장벽이 아닐 수 없다. 다소 유리한 것은 보잉이다. 보잉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B-747, B-777 등 민항기도 많이 제작하므로 민항기 부품의 제작을 한국에 넘길 수 있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작은 다쏘측은 한계가 있다.

내년부터 한국은 미국과 공동 개발해 온 고등훈련기 T-50 양산에 착수하는데, T-50의 수출선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항공 전문가들은 FX 사업 절충교역에는 T-50 구매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차츰 힘을 얻고 있는데, 이로써 절충교역을 둘러싼 가격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FX 1라운드 ‘라팔’ 선두 비행
FX 가격을 둘러싼 협상에서도 보잉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유는 F-15K에 탑재할 수 있는 엔진 가격을 내릴 수 있기 때문. 엔진은 전투기 전체 가격에서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미국에서는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엔진을 제작한다. F-16 전투기에는 PW와 GE사 엔진이 모두 탑재되나, F-15에서는 PW사 엔진만 탑재되어 왔다. 미국 정부는 ‘GE 엔진도 F-15에 탑재할 수 있다’고 인정해 줬으나, 아직까지 GE 엔진은 F-15에 탑재된 적이 없다. 때문에 GE측은 ‘한국의 F-15K에는 반드시 GE 엔진을 탑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PW보다 30% 싼 가격을 제시했다. 따라서 한국이 GE 엔진을 선택한다면, F-15K의 전체 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GE는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국방일보’ 등에 ‘한국은 F-15K와 함께 GE 엔진을 선택해야 한다’는 광고를 냈다. 그러나 여기에도 장벽이 있다. F-15에는 F-16에 탑재하는 엔진이 두 개 들어가는데, 그동안 KFP 사업을 벌여온 한국은 PW사 엔진을 면허 생산해 왔다. 따라서 F-15K를 선정하면, 엔진만큼은 한국에서 제작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값이 싸다는 이유로 GE 엔진을 선택하면, 엔진 제작권은 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설사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다 하더라도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하므로 그만큼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 PW측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GE의 공세는 일단 한국 시장을 선점한 후 이윤을 뽑기 위한 술책”이라 공격한다.

마지막 라운드인 ‘비용 대 효과’ 분석에는 라팔이 유리할 전망이다. 비용 대 효과 분석이란, FX 전투기를 30년 동안 쓴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총 연료비와 부속품 가격, 그리고 전투효과 등을 비교하는 것이다. 라팔의 ‘몸무게’는 F-15K의 64% 정도다. 그런데도 라팔은 F-15K에 비교했을 때 ‘몸무게 비율’인 64%보다 적은 연료를 쓰므로 비용 비교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덩치가 큰 F-15K는 장거리 침투가 가능해 ‘효과’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비용과 효과 면을 비교해 비교우위가 높은 것을 1위로 선정한다.

FX 사업은 1, 4라운드인 시험평가와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는 라팔이, 2, 3라운드인 기술평가와 가격협상에서는 F-15K가 다소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고등훈련기 T-50을 비롯한 한국 제품의 구매 규모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경쟁이 치열하면 업체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 정치권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로비를 막고, 이들이 준비한 로비자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FX 사업비를 추가로 깎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FX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간동아 2001.06.07 287호 (p18~19)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hoo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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