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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의 LA 주택 미스터리

이신범 전 의원 “호화주택 소유” 또 주장… 김씨측 “60만불 융자에 지인이 도움” 해명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김홍걸의 LA 주택 미스터리

김홍걸의 LA 주택 미스터리
김대중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씨(38)는 꿈속에서도 한나라당의 이신범 전 의원을 만나는 악몽에 시달릴 것 같다. 이 전 의원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 3월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서부 팔로스버디스시 허니 크릭로드 주택 앞 골목길에서 “김홍걸씨 부부가 하워드 H. 김, 미셀 M. 김이라는 이름으로 97만5000달러 상당의 이 집을 소유-거주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첨부한 12장 분량의 회견문을 돌렸다.

지난해 2월8일 국회 본회의에서 “홍걸씨가 로스앤젤레스 인근 팔로스버디스에 있는 무기중개상 조풍언씨 소유 220만달러 상당의 저택에 살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이를 계기로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과 홍걸씨의 질긴 악연이 새삼 화제가 되면서 그의 주장의 진실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씨가 폭로한 홍걸씨 소유 저택은 전체 면적이 0.49에이커(600평) 규모로 방이 5개, 욕실 3개인 이층집이다. 홍걸씨는 구입 가격 97만5000달러(약 13억원) 가운데 60만달러를 월드세이빙스 은행에서 융자 받았고 2000년 5월16일 등기이전을 신청해 6월14일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이씨의 폭로 직후 “홍걸씨는 팔로스버디스가 아니고 토랜스시 스틸 스트리트 4788번지의 검소한 주택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씨가 주장한 홍걸씨의 거처가 1년 만에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씨가 홍걸씨의 팔로스버디스 주택을 발견하게 된 것은 법정소송 때문이다. 이씨는 올 1월3일 홍걸씨를 피고로 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낸 상태. 지난해 2월 민주당 등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홍걸씨가 증언을 거부한 데 대한 소송이었다. 이씨는 “미국에서는 원고측이 피고측에 소송관계 서류를 전달해야 한다. 그런데 홍걸씨가 올 초 갑자기 토랜스 집에서 사라졌다. 그래서 서류 전달을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팔로스버디스의 한 주택에 하워드 김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이름이 홍걸이라고 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홍걸씨가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이후 7월과 12월만 빼고 매달 미국을 방문해 홍걸씨 사건해결에 주력해왔다. 그가 주장하는 ‘의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은행 융자금을 제외한 40만 달러의 현금지급에 대한 자금출처 의문 △영주권자도 아니고 뚜렷한 수입도 없는데 은행융자를 받은 경위 불투명 △유학생으로서 수천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월 할부금 등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 등. 이씨는 “이런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측과 홍걸씨 주변에서는 이렇게 해명하고 있다. “홍걸씨는 모 대학의 연구원으로 있어 할부금 등을 갚아나갈 능력이 있고 한 지인이 토랜스 집 매매대금을 받는 조건으로 미리 대금을 지급했다”는 것.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홍걸씨가 이사하게 된 것은 이 전 의원의 폭로로 거처가 노출돼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기자들이 쫓아오는 등 피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홍걸씨의 토랜스 집이 팔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양측의 주장이 명쾌하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의문이 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홍걸씨가 왜 지난해에 이 집을 구입했느냐는 점이다. 홍걸씨는 지난해 5월 융자신청을 하고 6월 소유권 이전을 마친 뒤에도 최소한 6개월 정도를 팔로스버디스 집에 거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지난해에 이 집을 구입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씨는 “미국에서는 통상 융자신청 2, 3개월 전에 서류를 제출하기 때문에 지난해 내가 국회에서 홍걸씨 관련 내용을 폭로했을 때 이미 주택 구입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홍걸의 LA 주택 미스터리
토랜스 집 구입대금으로 은행융자금 외의 나머지 부분을 충당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이씨는 “토랜스 집을 팔아봐야 남는 돈이 20만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95년 구입 당시 34만5000달러였던 이 집을 홍걸씨는 매매희망가격 47만5000달러에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해 줬다는 ‘한 지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이씨는 “무기중개상 조풍언씨와 현재 홍걸씨가 살고 있는 곳은 그리 멀지 않다”며 은근히 조씨를 겨냥했다. 그러나 청와대 한 관계자는 “조씨는 우리에게도 주요 경계대상 인물”이라며 “그는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호화주택’ 논란도 풀어야 할 대목 중 하나다. 이씨는 “홍걸씨 주택이 있는 지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성북동이나 한남동 외인주택 같은 고급 주택가”라며 ‘호화주택’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팔로스버디스 지역은 땅값이 워낙 비싼 곳이기에 97만달러 정도면 호화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왜 이렇게 끈질기게 홍걸씨를 괴롭히는 것일까.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기에…. 그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권은 지난 총선 때 나를 ‘폭로전문가’ ‘거짓말전문가’로 몰아붙였다. 이런 이미지를 벗지 않고서는 앞으로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다. 이 문제는 내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다.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홍걸씨와 관련한 진실을 밝히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걸씨 주변 사람들은 이씨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사정에 밝은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여러 사람을 복잡하게 한다.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다니 너무 심했다. 홍걸씨는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럴 수가 있느냐는 입장이고 또다시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라는 게 현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이씨의 폭로로 인해 홍걸씨의 거처가 노출된 뒤 경호문제로 고심한 끝에 경호원 한 명을 현지에 파견, 홍걸씨를 경호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가족의 경호와 관련한 법률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 당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의 폭로로 안 들어가도 될 국민 혈세가 더 들어가게 됐다”며 이씨를 원망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첫째아들인 은철씨가 외국에 머문 적이 있었으나 당시 경호원은 파견되지 않았다.

정국이 여야간 팽팽한 대결로 치달을수록 이씨와 홍걸씨 사이의 줄다리기는 더욱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1.04.05 278호 (p18~19)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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