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0

2000.06.29

공식 무대 데뷔한 ‘ 인민군 실질 책임자’

  • 입력2006-01-25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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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무대 데뷔한 ‘ 인민군 실질 책임자’
    조명록 차수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외에도 김정일을 위원장으로 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14명으로 구성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조명록은 명실상부한 인민군 내 2인자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의 피날레를 장식한 6월15일 오찬에서는 사복 차림으로 나온 조선인민군 차수인 조명록(趙明祿·70) 총정치국장이 오찬사를 발표해 시선을 끌었다. 미끈한 외모에 강건한 풍채까지 가진 그는 만 7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체력과 건강이 좋아 보였다. 조명록 차수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외에도 김정일을 위원장으로 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우리 개념으로는 수석 부위원장)과 14명으로 구성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중 앞에서는 연설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조명록 제1부위원장으로 하여금 오찬사를 ‘대독’(代讀)케 했다는 것.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없어야 제대로 된 대독이 되므로, 조차수는 이 오찬사를 자기의 오찬사로 바꿔 읽었다. 이에 따라 우리도 김대중대통령 명의로 작성한 답사를 임동원 특보(국정원장)가 자신의 것으로 바꿔 읽었다고 한다.

    조차수는 1930년 만주 옌지(延吉)에서 태어났다. 공군 출신인 그가 어떤 경로를 거쳐 인민군 간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는 상태다. 1975년 그는 ‘반(反)항공사령관’(우리 공군 개념으로는 방공포병사령관)이 되면서 비로소 우리 정보 당국에 포착되었다. 1980년 10월 상장(한국군의 중장)이던 그는 오극렬(69·현 조선노동당 작전부장)의 후임으로 ‘공군 사령관’이 돼, 북한 공군 현대화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공군사령관 시절인 1980년 10월 그는 현직이기도 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취임하였다. 1982년에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제7기 대의원에 당선돼, 10기인 지금까지도 대의원을 겸하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4선 의원인 것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노동당을 이끄는 최고기구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명목상으로는 중앙위원회의 하부 조직이나,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인민군에 관한 일을 결정하는 핵심 기관이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와 비교되는 것이 국방위원회다. 중앙군사위원회는 노동당 규약에 의해 설치된 기관이나, 국방위원회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다. 북한은 72년 12월 처음으로 ‘사회주의 헌법’을 만들며 최고 권력 지도기관으로 ‘중앙인민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중앙인민위원회의 장(長)이 바로 ‘주석’이다. 국방위원회는 중앙인민위원회를 돕는 기관으로 설치했는데 이 기관의 장은 김정일이 맡았다.

    92년 4월 헌법을 개정하며 북한은 국방위원회를 중앙인민위원회에서 분리시키고, ‘전반적인 국방 건설사업 지도와 주요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 전시상태와 동원령을 선포할 권한을 부여’했다. 김일성 사후인 98년 9월 김정일은 자신이 위원장을 맡지 못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헌법을 개정해, 국방위원회를 ‘최고 군사지도 기관이며 전반적으로 국방을 관리하는 기구’로 또다시 격상시켰다.

    조명록은 이러한 국방위원회의 2인자다. 국방위원회에는 그보다 ‘군사칭호’(계급)가 높은 이을설 원수(79·호위사령관)와 계선상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인민무력상 김일철 차수(67·국방부 장관에 해당) 등이 있으나, 이들을 제치고 제1부위원장을 차지했다. 이러한 사실은 그에 대한 김정일의 신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민군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인민군 안에 공식적으로 노동당 조직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다. 즉 대대급 이상 부대에는 대대 본부 외에 별도로 ‘당 위원회’를 만들고, 중대 이하에는 ‘당 세포’와 ‘당 분조’를 두고 있다. 인민군 내에서 ‘당적(黨的)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 총정치국인데 조명록은 이 부서도 이끌고 있다. 조명록은 명실상부한 인민군 내 2인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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