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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희망없는 정치에 국민은 서럽다

희망없는 정치에 국민은 서럽다

희망없는 정치에 국민은 서럽다
1980년대 초반, 그 엄혹(嚴酷)했던 시절을 뚫고 당시 군부 모반자들을 야유하고 풍자하는 우스갯소리가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간 적이 있었다. IQ를 재는 기계에다 어느 인사가 머리를 집어 넣었더니 ‘돌은 넣지 말라’는 답이 나왔다는 것이 아마도 인기순위 1위의 ‘애창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민들은 소주 한 잔에 이런 농담을 ‘안줏거리’ 삼으며 울분을 삭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험담이 알고 보니 기관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유포한 것이었다는 그럴 듯한 추론이 제기되자 그만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폭발 직전의 민심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 풍자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술 마시는 지식인’을 부추겼던 식민지시대 간교(奸巧)와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그러니 욕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전직’의 분수를 모른 채 천방지축인 형편이기는 하나, 김대중대통령을 욕하면서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배울까봐 걱정’이라고 한 YS의 직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자기가 손수 만든 정당을 하루아침에 깨부수고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해서 ‘새 천년 민주당’의 당위성을 강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DJ 신당 코미디의 결정판은 경선에 불복하고 뛰쳐나간 인물이 새 시대 운운하며 활개치고 있다는 것이다.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한 총재 밑에서 이른바 ‘무지개 연합’을 하자는 심산인가.

어디 DJ뿐이랴. 김종필씨의 행적을 보노라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천하의 투전꾼도 그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판이다. 몇푼 안되는 밑천으로 어쩌면 그렇게 야무지게 잇속을 챙길 수 있을까. 그런 그가 선거철이 다가오니 난데없이 ‘국민의 정부’를 욕하고 나섰다. 지난 2년간 집권세력의 한 축으로서 온갖 단물을 다 빼먹은 처지에 ‘공조파기’는 또 웬말인가. 언필칭 온갖 구차한 변명을 들이대지만, 그 속셈에 DJ에 대한 충청도민의 반감을 증폭시켜 ‘골목대장’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얄팍하디 얄팍한 계산이 들어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제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또 무슨 요설(饒舌)로 다시 김대중씨 품안으로 돌아갈지 벌써 궁금해진다.

이회창씨는 또 어떤가. 그의 소위 ‘대쪽‘ 이미지는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구태를 일신하겠다는 사람이 어째서 지금까지 구린내 진동하는 ‘민정계’를 등에 업고 정치를 해 나왔을까. 세가 불리하니 또 그렇다 쳐주자.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내세우는 트레이드 마크의 실상이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비전과 방향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저 소아병적 독선에다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편협함과 팩팩함만 넘쳐나니, 이래 가지고서야 어디 안심하고 정권을 맡길 도리가 있겠는가.



‘땅 갈라먹기’식 정치 언제까지 봐주어야 하나

영남을 바탕으로 신당을 만들겠다는 일군의 ‘바람잡이’들에 대해서는 더이상 욕할 가치도 없다. YS 식으로 한다면, ‘인간이 되어야 말이나 하지’ 수준이기 때문이다. ‘산신령’께서 종로에서 강원도로 왔다갔다하며 노추(老醜)를 연발하는 것이나 TK니 PK니 하며 강토에다 칼질하고 다니는 졸장부들을 보노라면 왜 진작 팽당하지 못했을까 유감스러울 정도다.

시정잡배도 이 지경은 아니지 않은가. 이러니 소주 한 잔 걸치며 정치꾼들에 대해 깡그리 쌍욕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될 일이다. 욕지거리 한 두마디 내뱉었답시고 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뜬금없이 수그러들면 또 어쩔 것인가. 그러니 차라리 침묵이 금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가? 무거운 침묵 속에 울분과 한탄과 걱정을 꾹꾹 눌러 담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때가 오면 활화산처럼 그 분노를 폭발시킬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더구나 이들 정치꾼이 오만방자하게 휘젓고 다니도록 방조한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따라서 유권자들은 깊은 침묵 속에 그저 ‘내 탓이요’ 철학이나 음미하며 반성하고 지낼 일이다. 좌우간 지금은 욕이나 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은 것이다.



주간동아 224호 (p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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