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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는 말썽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들 대형 설치작품 자비 부담에 빚더미… “제작비 보조하라” 사퇴로 맞서

광주비엔날레는 말썽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는 말썽비엔날레
지난해 제3회 광주비엔날레의 최민 총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등이 광주시와 마찰을 빚다 사퇴했을 때 광주비엔날레는 ‘그들만의 잔치’로 진행될 듯했다. 대부분의 미술인들이 등을 돌렸고 광주비엔날레와 관련한 서울의 기자간담회는 항상 ‘썰렁’했다.

그러나 ‘이대로 광주비엔날레를 버려둘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작가들과 기획자들이 하나 둘씩 합류했다. 이 때문에 광주비엔날레 참가자와 참가 불가론자들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미술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광주로 갔던 작가들은 광주비엔날레를 그대로 ‘버려두지 않았다’. 3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한국관에 선정돼 참여한 대표작가 9명 중 5인(윤석남 홍성담 김호석 임영선 김태곤)이 ‘제작지원금’을 요구하며 오광수 현 총감독 체제와 갈등을 빚다 1월18일 ‘사퇴’를 발표했고 3일 뒤인 21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위원회는 이들의 사퇴를 ‘사실 그대로 받아들인다’ 고 발표했다.

작가들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한국관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요구하고 있고 그 공간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최소한의 제작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측은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다른 작가들과의 형평 때문에 지원금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여기에 ‘인사동에 가면 비엔날레 오려는 작가들이 줄을 서있다’ ‘차라리 간부들이 돈을 걷어주겠다’는 오광수총감독 등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작가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 현대사를 소재로 27m의 대작을 제작하는 한국화가 김호석씨의 경우 이미 개인적으로 제지회사, 화랑에서 지원받은 6000만원을 다 쓰고도 돈이 없어 작업이 중단되었는데 비엔날레 관계자들은 “누가 돈 많이 들어가는 작품을 하라고 했느냐”며 비웃기도 했다는 것. 작가 김태곤씨는 “광주비엔날레 같은 국가적 행사에서 돈을 타내려는 작가들이 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원금 요구는 작가들의 정당한 권리다. 작가들이 미술학원에서 돈을 벌어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게 정상인가”고 되묻는다. 실제로 2회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 한국작가는 대규모의 설치작품을 자비로 부담하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한다.



제2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였던 성완경교수(인하대)는 “우리 나라처럼 작가들이 기업이나 재단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예술가에게 새로운 작품을 유도하거나 전시의 특별한 개념을 실현하려면 제작비는 반드시 지원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3회 광주비엔날레의 장석원전시기획실장은 “광주시민들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한국적’ 비엔날레의 개념에 따라 전시-영상-행사 등 3개의 축으로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며 “다른 예산을 줄여 작가들을 지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적 비엔날레’란 결국 미술행사라기보다 ‘이벤트’ 여야 한다는 의미다.

잊혔던 광주비엔날레는 작가들의 사퇴 파동으로 인해 다시 한번 한국 문화계 전체에서 갖는 비중을 확인했다. 그것은 왜 광주비엔날레가 열려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는 의미이다. 1, 2회 때 작가들에게 적잖은 ‘설치 지원비’를 내주고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가 끝나자마자 부숴서 내다버리는 미술 행사가 광주비엔날레였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성공’의 유일한 기준은 관객수인가. 광주비엔날레와 먹거리 바자의 차이는 무엇인가. 많은 미술관계자들은 개막을 겨우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작가들의 사퇴를 질책하면서도 한편으론 ‘잘됐다’고 말한다. 잘못된 원칙이라면 지금이라도 바꾸는 것이 광주비엔날레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0.02.03 220호 (p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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