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리, 커피 많이 마시면 코피 나, 코피!”
커피를 마시던 직원에게 상사가 던진 썰렁한 농담. 이에 박장대소하며 웃던 직원은 상사가 사라지자마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 전 혼자 깔깔 웃으며 봤던 TV 광고.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모 직장에서는 상사가 던지는 유머에 배꼽을 잡고 웃어주는 척하다가 “웃어주느라 힘들었네. 진짜 자기가 웃기는 줄 아나 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부하직원이 있을지 모른다.
실제 그런 유머를 던지는 50대 샐러리맨들 또한 상사의 유머에 ‘오버액션’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20∼30대 직장인과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입사 초기 기업문화에 자신을 동화하고자 자아를 망각하기도 했고, 회사를 번창시키겠다면서 야근비를 마다한 채 밤새운 세대라는 것. 신세대로 분류되던 1990년대 학번 직장인의 일부도 지금은 기업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동화해 50대의 행동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년이라 불리는 그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정신없이 살아온 나이.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마인드와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둔하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꽤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더욱 강력해진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젊음을 자랑하는 요즘 20~30대는 젊은 시절 고생한 얘기를 하거나 웃기지도 않는 유머를 구사하는 50대를 ‘꼰대’로 몬다. 50대여, 젊은 시절 무용담은 술자리에서 절대 꺼내놓지 마라.
선진 한국 만든 우리 시대 영웅들
꼰대. 소설가 김훈이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서 내린 정의를 빌리자면 “자라면서 고생한 얘기를 자랑처럼 자주 하고, 자기가 만든 틀에 젊은이를 자꾸 끌어들이려 하는, 잔소리와 간섭이 많은 사람”이란다. 한마디로 재미도 없으면서 자꾸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의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는 ‘간섭꾼’인 것이다. 외모라도 그럴 듯하면 봐주겠는데, 매스미디어와 함께 성장하면서 비주얼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 요즘 새내기 눈에는 회사 내 ‘배 나온 아저씨’의 꼰대 짓은 눈 뜨고 봐주기 어렵다.
우리의 50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면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60∼70대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면, 이들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50대는 서툰 영어와 맨주먹으로 글로벌 무대에 나가 한국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시킨 ‘영웅’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무용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소통이 원활치 않아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그들. 그렇다면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젊은이들이 먼저 변해줄 리 만무하니 말이다. 필자는 매력 있는 50대가 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기에 앞서 먼저 신구세대 간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부터 찾아보자. 의사소통 자체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같은 얘기라도 사람에 따라 해석과 전달에 왜곡된 부분이 생기기 십상이다. 이는 아래위 계층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수직적 의사소통을 거치면서 내용이 변질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01 易地思之
매력적인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역지사지 전법. 듣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욕구, 환경 및 개인적 특성에 부합하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또 인간은 이성적이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을 주관적 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존재기에 상대가 하는 말의 본질 조금에다 본인의 느낌은 많이 반영해 그 이야기 전체를 재편집한다. 여기에서부터 오해가 생기고 소통은 불통이 된다. 따라서 말하는 나, 즉 화자의 처지에서 말하지 말고 청자의 관심도와 수준을 고려해 이야기하는 눈높이 대화 스킬을 익혀야 한다.
본인 기억 속 어려운 시절 이야기는 경험치가 없으면 공감할 수 없고, 역사 교과서 같은 지루한 무용담일 뿐 젊은 세대에겐 너무 멀다. 따라서 본인 위주의 이야기보다 최근 떠오르는 인물이나 문화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뜨겁게 회자되는 빅 이슈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좀 더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유머 코드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다큐멘터리와 뉴스에서 가끔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02 類類相從
둘째, 유유상종 전법. 사람은 나와 ‘같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본인과 다른 취향, 의견에 ‘난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부정하는 태도는 던져버리자. 그 대신 뭐라도 같은 부분을 찾아 동질감을 이끌어내자. 그리고 자신과 일치하는 부분에는 공감을 해주자. 여기에 효과적인 방법은 ‘호기심 표출’과 ‘맞장구쳐주기’다. 대화 도중 “아 그랬어? 나도 그런데…” 또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는 반응만 보여도 소통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전달된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 또한 좋은 양념으로 작용한다.
요즘 20∼30대는 해외 경험이 많은 만큼 눈을 마주치는 행위나 리액션에 능하다. 세대는 달라도 한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 또 성별이 같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느 누구든, 어디서든 타인과의 공통분모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화성에서 혼자 날아온 듯한 정신세계를 바득바득 고집하거나 비평적인 대화법을 구사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루한 옛날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지름길이다.
03 一笑一笑
셋째, 일소일소 전법.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대 우리의 50대는 특히 웃음에 인색하다. 같은 이야기라도 입가에 미소를 더하면 상대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미간의 주름보다 눈가의 주름이 더 멋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간혹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본인 처지에선 진지한 모습일지 모르나 상대는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거절하고 싶거나 피하고 싶어진다. 이왕 할 이야기라면 좋은 얼굴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자. 그러려면 부하 직원에게 말할 때는 여유롭고 즐거운 감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자신의 감정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어렵다면 타인과 눈을 마주쳤을 때 무표정하게 있지 말고 엷은 미소를 짓거나, 신입 시절의 초심을 가지고 주변의 유머에 관대하게 웃어주는 것도 간단하지만 좋은 방법이다.
04 同價紅裳
넷째,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전법.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요즘 대세는 비주얼이다. 그리고 입은 옷과 넥타이 색깔도 비언어적 소통의 한 요소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들은 멋있는 사람을 보면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영리할 것이라고 연상한다”는 재미난 주장을 내놓았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양복, 별로 세련되지 않은 셔츠와 타이의 컬러 코디네이션, 얼굴형과 어울리지 않는 안경, 구부정한 어깨, 팔자 걸음걸이, 지나치게 절제된 제스처가 일 잘하는 사람의 구성요소인 시대는 지났다. 이런 것이 통했던 이유는 실적만으로 평가하는 지나친 합리주의와 외모를 터부시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본인에게 멋진 외모를 선사하는 것이 더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잊지 말자. 꾸준히 운동해 보기 좋고 탄력적인 몸매로 가꾸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아저씨’가 아닌 ‘신사’로 유지되는 남자
이를 종합하면 결국 답은 하나다. 매력 있는 50대 이후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커피 광고를 떠올려보자. 커피 머신에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조지 클루니. 광팬임을 자처하며 호들갑 떠는 여성에게 인사하다 자기 커피를 빼앗긴다. 그러나 화내지 않고 흘리는 매력적인 웃음. 다시 캡슐커피를 만든다. 그리고 또다시 다가온 아름다운 여성. “당신 조지 클루니 아닌가요?”라고 말하자 이번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니요”라고 답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커피회사는 이 61년생 남자를 모델로 내세워 여심 잡기에 나섰고 마케팅은 성공했다. 자신이 지닌 나이 흔적을 중후한 매력으로 바꾼 남자. 적당한 유머와 패션감각 덕분일까. ‘아저씨’가 아닌 ‘신사’로 유지되는 이 남자, 자신을 남자라는 사실에서 놓아버리지 않고 긴장한 모습은 아직 섹시하기까지 하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중년전문가로 유명한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서드 에이지(The Third Age), 마흔 이후 30년’을 보면 제3기 인생, 즉 40대 이후의 성장과 새로운 삶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나온다. 이 책에 따르면 인생의 정점은 40대에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기에 따라 50대 이후에도 또 한 번 있을 수 있다. 수명 연장으로 이제는 아무도 60대를 노인이라 하지 않으며 우리 중 아무도 일선에서 빨리 퇴출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마흔 살 이후 30년. 인생을 언제나, 어디서나 주류인 황금세대(Golden Age)로 사는 비결은 생각보다 쉽다. 절대로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것, 꾸준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인간 수명을 100세로 본다면 이제 반밖에 살지 않은 나이 50. 더 화려한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
커피를 마시던 직원에게 상사가 던진 썰렁한 농담. 이에 박장대소하며 웃던 직원은 상사가 사라지자마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얼마 전 혼자 깔깔 웃으며 봤던 TV 광고.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모 직장에서는 상사가 던지는 유머에 배꼽을 잡고 웃어주는 척하다가 “웃어주느라 힘들었네. 진짜 자기가 웃기는 줄 아나 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부하직원이 있을지 모른다.
실제 그런 유머를 던지는 50대 샐러리맨들 또한 상사의 유머에 ‘오버액션’을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20∼30대 직장인과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입사 초기 기업문화에 자신을 동화하고자 자아를 망각하기도 했고, 회사를 번창시키겠다면서 야근비를 마다한 채 밤새운 세대라는 것. 신세대로 분류되던 1990년대 학번 직장인의 일부도 지금은 기업의 일원으로 완벽하게 동화해 50대의 행동과 별반 차이가 없다.
중년이라 불리는 그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중심으로 정신없이 살아온 나이.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마인드와 트렌드를 읽어내는 데 둔하다. 이에 반해 스마트폰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꽤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더욱 강력해진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젊음을 자랑하는 요즘 20~30대는 젊은 시절 고생한 얘기를 하거나 웃기지도 않는 유머를 구사하는 50대를 ‘꼰대’로 몬다. 50대여, 젊은 시절 무용담은 술자리에서 절대 꺼내놓지 마라.
선진 한국 만든 우리 시대 영웅들
꼰대. 소설가 김훈이 최근 한 언론사 행사에서 내린 정의를 빌리자면 “자라면서 고생한 얘기를 자랑처럼 자주 하고, 자기가 만든 틀에 젊은이를 자꾸 끌어들이려 하는, 잔소리와 간섭이 많은 사람”이란다. 한마디로 재미도 없으면서 자꾸 자기 얘기만 하고, 남의 얘기는 들어주지도 않는 ‘간섭꾼’인 것이다. 외모라도 그럴 듯하면 봐주겠는데, 매스미디어와 함께 성장하면서 비주얼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 요즘 새내기 눈에는 회사 내 ‘배 나온 아저씨’의 꼰대 짓은 눈 뜨고 봐주기 어렵다.
우리의 50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면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60∼70대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면, 이들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은 50대는 서툰 영어와 맨주먹으로 글로벌 무대에 나가 한국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시킨 ‘영웅’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무용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소홀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소통이 원활치 않아 자칫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는 그들. 그렇다면 그들이 세상으로부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젊은이들이 먼저 변해줄 리 만무하니 말이다. 필자는 매력 있는 50대가 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려 한다.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찾기에 앞서 먼저 신구세대 간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요인부터 찾아보자. 의사소통 자체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같은 얘기라도 사람에 따라 해석과 전달에 왜곡된 부분이 생기기 십상이다. 이는 아래위 계층이 많은 대기업일수록 수직적 의사소통을 거치면서 내용이 변질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01 易地思之
매력적인 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역지사지 전법. 듣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 욕구, 환경 및 개인적 특성에 부합하는 것만 취사선택해서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또 인간은 이성적이기를 원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부분을 주관적 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존재기에 상대가 하는 말의 본질 조금에다 본인의 느낌은 많이 반영해 그 이야기 전체를 재편집한다. 여기에서부터 오해가 생기고 소통은 불통이 된다. 따라서 말하는 나, 즉 화자의 처지에서 말하지 말고 청자의 관심도와 수준을 고려해 이야기하는 눈높이 대화 스킬을 익혀야 한다.
본인 기억 속 어려운 시절 이야기는 경험치가 없으면 공감할 수 없고, 역사 교과서 같은 지루한 무용담일 뿐 젊은 세대에겐 너무 멀다. 따라서 본인 위주의 이야기보다 최근 떠오르는 인물이나 문화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뜨겁게 회자되는 빅 이슈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 좀 더 트렌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유머 코드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다큐멘터리와 뉴스에서 가끔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02 類類相從
둘째, 유유상종 전법. 사람은 나와 ‘같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본인과 다른 취향, 의견에 ‘난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부정하는 태도는 던져버리자. 그 대신 뭐라도 같은 부분을 찾아 동질감을 이끌어내자. 그리고 자신과 일치하는 부분에는 공감을 해주자. 여기에 효과적인 방법은 ‘호기심 표출’과 ‘맞장구쳐주기’다. 대화 도중 “아 그랬어? 나도 그런데…” 또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는 반응만 보여도 소통하려는 마음은 충분히 전달된다.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 또한 좋은 양념으로 작용한다.
요즘 20∼30대는 해외 경험이 많은 만큼 눈을 마주치는 행위나 리액션에 능하다. 세대는 달라도 한 직장에 다닌다는 사실, 또 성별이 같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느 누구든, 어디서든 타인과의 공통분모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화성에서 혼자 날아온 듯한 정신세계를 바득바득 고집하거나 비평적인 대화법을 구사하는 태도는 곤란하다. 자신의 생각만 맞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루한 옛날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지름길이다.
03 一笑一笑
셋째, 일소일소 전법.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대 우리의 50대는 특히 웃음에 인색하다. 같은 이야기라도 입가에 미소를 더하면 상대를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미간의 주름보다 눈가의 주름이 더 멋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간혹 습관적으로 인상을 쓰는 사람이 있는데 본인 처지에선 진지한 모습일지 모르나 상대는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거절하고 싶거나 피하고 싶어진다. 이왕 할 이야기라면 좋은 얼굴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자. 그러려면 부하 직원에게 말할 때는 여유롭고 즐거운 감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자신의 감정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어렵다면 타인과 눈을 마주쳤을 때 무표정하게 있지 말고 엷은 미소를 짓거나, 신입 시절의 초심을 가지고 주변의 유머에 관대하게 웃어주는 것도 간단하지만 좋은 방법이다.
04 同價紅裳
넷째,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전법.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요즘 대세는 비주얼이다. 그리고 입은 옷과 넥타이 색깔도 비언어적 소통의 한 요소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들은 멋있는 사람을 보면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영리할 것이라고 연상한다”는 재미난 주장을 내놓았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양복, 별로 세련되지 않은 셔츠와 타이의 컬러 코디네이션, 얼굴형과 어울리지 않는 안경, 구부정한 어깨, 팔자 걸음걸이, 지나치게 절제된 제스처가 일 잘하는 사람의 구성요소인 시대는 지났다. 이런 것이 통했던 이유는 실적만으로 평가하는 지나친 합리주의와 외모를 터부시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본인에게 멋진 외모를 선사하는 것이 더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잊지 말자. 꾸준히 운동해 보기 좋고 탄력적인 몸매로 가꾸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아저씨’가 아닌 ‘신사’로 유지되는 남자
이를 종합하면 결국 답은 하나다. 매력 있는 50대 이후 자신의 모습을 위해서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커피 광고를 떠올려보자. 커피 머신에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조지 클루니. 광팬임을 자처하며 호들갑 떠는 여성에게 인사하다 자기 커피를 빼앗긴다. 그러나 화내지 않고 흘리는 매력적인 웃음. 다시 캡슐커피를 만든다. 그리고 또다시 다가온 아름다운 여성. “당신 조지 클루니 아닌가요?”라고 말하자 이번엔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니요”라고 답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 커피회사는 이 61년생 남자를 모델로 내세워 여심 잡기에 나섰고 마케팅은 성공했다. 자신이 지닌 나이 흔적을 중후한 매력으로 바꾼 남자. 적당한 유머와 패션감각 덕분일까. ‘아저씨’가 아닌 ‘신사’로 유지되는 이 남자, 자신을 남자라는 사실에서 놓아버리지 않고 긴장한 모습은 아직 섹시하기까지 하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의 중년전문가로 유명한 윌리엄 새들러 박사의 ‘서드 에이지(The Third Age), 마흔 이후 30년’을 보면 제3기 인생, 즉 40대 이후의 성장과 새로운 삶을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나온다. 이 책에 따르면 인생의 정점은 40대에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기에 따라 50대 이후에도 또 한 번 있을 수 있다. 수명 연장으로 이제는 아무도 60대를 노인이라 하지 않으며 우리 중 아무도 일선에서 빨리 퇴출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마흔 살 이후 30년. 인생을 언제나, 어디서나 주류인 황금세대(Golden Age)로 사는 비결은 생각보다 쉽다. 절대로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는 것, 꾸준히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인간 수명을 100세로 본다면 이제 반밖에 살지 않은 나이 50. 더 화려한 축제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