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슈토르히·군터 프랑크 지음/ 송소민 옮김/ 동아일보사/ 212쪽/ 1만3800원
사람들이 선승(禪僧)에게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법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현대인은 텅 빈 느낌, 불안, 초조에 시달린다. 빼곡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데도 삶이 손가락 사이로 술술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선승의 처방을 믿지 않고 다른 비밀을 알려달라고 재촉한다. 이 책은 선승을 대신해 현대인에게 휴식능력을 처방한다.
‘휴식능력 마냐나’에 담긴 일화다. 저자 마야 슈토르히와 군터 프랑크는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쉬고 싶을 때 쉬어라”라며 휴식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냐나(maʼn~ana)는 스페인어로 ‘내일’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일의 일을 가지고 퇴근해 집에서 아이들이 속삭이는 이야기도 귓등으로 흘린 채 내일 할 프레젠테이션만 생각한다. 상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당장 쉬어야 한다.
문제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신경을 끈 채 휴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 휴식을 취할 돈과 시간은 충분해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니 더 초조해질 뿐이다. 심리학자, 자연요법 치료사인 두 저자는 책에서 각자의 휴식능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휴식능력은 부교감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교감신경은 재생, 성장, 회복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의 기분’을 느끼는 순간 활발해진다.
몇 가지 마냐나 의식을 소개하자면, 먼저 밥을 먹기 전에는 일 생각을 멈추고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퇴근 전에는 내일 할 일을 메모해둔 다음 일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는다. 퇴근해서는 휴대전화를 끈 뒤 가족과 함께 하고 휴가 때는 한없이 늘어지는 것이다.
부교감신경이 죽으면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면역 시스템이 무너지고 잦은 감기, 비만, 소화 장애, 극심한 감정 기복은 물론, 섹스리스에까지 시달리게 된다. 섣불리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겠다고 매일 아침 요가를 하는 일도 위험하다. 빡빡한 스케줄에 수면시간까지 줄이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온기, 스포츠, 흥분, 활동 기질 등에 따른 맞춤별 휴식법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일로 일을 미루고 쉴 수 있을까, 당당히 쉬고 싶다고 말을 꺼낼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끝까지 읽어보면 두 저자는 그에 대한 답마저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막다른 골목까지 달려와 있다. 더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서 용기를 내 자신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음’을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