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상급학교 진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어려운 과목’으로 통한다. 사교육으로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 영어와 달리 ‘엄마표 수학’은 더더욱 어렵다. 수학의 산,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넘을 방법이 있긴 한 걸까. ‘주간동아’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수학 사교육 정면 승부 5부작 교실’을 요약해 생중계한다. 4월 2일 ‘대치 쌤 수학전문학원’ 최영석 원장이 첫 번째 강사로 나섰다.
현직 사교육업자인지라, 이 자리에 올지, 말지 갈등했다. 사교육업자가 설 자리인지 고민이 됐다. “학부모에게 수학 사교육 실상을 알려달라”는 권유에 마음을 굳혔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그냥 현실을 미화, 과장, 왜곡 없이 알려드리겠다. 여러 이야기를 알아서 걸러 듣고 판단하길 바란다.
‘진도’보다 ‘성취’가 중요
무엇이 수학 사교육시장을 키울까. 200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결과의 점수 분포표를 살펴보자. 표를 보면 영어는 80점, 수학은 30점대에 학생이 몰려 있다. 수학이 영어보다 편차가 심한 셈인데, 이는 곧 변별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후에도 수학이 영어보다 어려웠다. 2008년은 예외지만. 또 영어는 집안 형편과 관련 있다. 머리나 재능보다 노출 빈도, 투자 시간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수학은 다르다. 사회적 공평함, 객관적 지표 측면에서 영어보다 적합한 잣대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입시가 수학 사교육시장을 키운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특목고 역사는 사교육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데,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정원이 기타 특목고 인원을 합한 것보다 10배 많다. 외고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선호해, 2005년까지 수학으로 학생을 뽑았다. 사실상 외고는 외국어가 아닌 입시명문이었으니까. 최근에는 영어 중심으로 제도가 바뀌었지만….
그렇다면 수학 사교육시장 구조는 어떤가. 수학학원의 90%는 교과서 순서대로 가르치고 학교 시험에 대비하는 학원이다. 나머지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orean Mathematics Olympiad, 이하 KMO)를 준비하는 교과 심화 학원이다. KMO는 특목고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재작년까지 과학고의 경우 정시는 학교 내신+구술, 특차는 KMO 입상으로 진학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녀를 심화과정 학원에 보내는 것은 고민해볼 문제다. 학습 강도가 아동학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중3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고1 과정을 가르친다. KMO 전형이 사라졌지만 심화과정 학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KMO를 준비해두면 입시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엄마들이 계속 학원을 찾기 때문이다.
학원으로 인한 소모적 선행 학습은 폐해가 크다. 공부는 성취도의 문제라 측정이 어렵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은 진도다. 그래서 학원은 진도를 많이 앞서 나가는데, 엄마들은 “진도를 아이가 잘 따라갔느냐”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학원에서 외형 위주 학습습관을 주입해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진도만 나가면 문제를 조금만 비틀어도 못 푼다. 게다가 ‘이미 배운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 수업에도 소홀하다.
성공 신화 퍼뜨리는 ‘학원 마케팅’
공부의 가장 큰 적은 수동적 자세다. 고등학생이 되면 투자 시간, 문제지 개수, 다니는 학원 등은 비슷하다. 차이는 공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그 학원 잘 가르치느냐”라고 묻는 반면, 수동적인 아이들은 “그 학원은 많이 때리냐”고 묻는다. 철이 안 든 아이는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철이 든 아이는 하기 싫어도 목표를 위해 참을 줄 안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시간도 배분한다. 학원은 철이 안 든 아이를 ‘관리’해서 철이 든 것처럼 만들어준다. 일정 틀 안에서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외형 관리다. 요즘 학원은 수업뿐 아니라 온라인 관리, 숙제 관리 등 사후관리에 열심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 아이가 남들만큼 한다면 상위권이 아니다. 상위권 대학에 가는 비교우위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푸는 데서 나온다. 점수는 익숙하지 않은 문제에서 판가름 난다. 수학은 더 그렇다. 반복과 시간 투자로도 극복하기 힘든 과목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학원으로 몰리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학원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 10명이 시도해서 3명이 성공하면 그 학원에 대한 소문이 신화처럼 퍼진다. 실패한 아이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없다. 학부모가 사교육은 제품 검증을 안 한다. 고가의 건강제품처럼 효과가 있다고 믿을 뿐이다. 거의 신앙 간증 수준이다.
현직 사교육업자인지라, 이 자리에 올지, 말지 갈등했다. 사교육업자가 설 자리인지 고민이 됐다. “학부모에게 수학 사교육 실상을 알려달라”는 권유에 마음을 굳혔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그냥 현실을 미화, 과장, 왜곡 없이 알려드리겠다. 여러 이야기를 알아서 걸러 듣고 판단하길 바란다.
‘진도’보다 ‘성취’가 중요
무엇이 수학 사교육시장을 키울까. 200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결과의 점수 분포표를 살펴보자. 표를 보면 영어는 80점, 수학은 30점대에 학생이 몰려 있다. 수학이 영어보다 편차가 심한 셈인데, 이는 곧 변별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후에도 수학이 영어보다 어려웠다. 2008년은 예외지만. 또 영어는 집안 형편과 관련 있다. 머리나 재능보다 노출 빈도, 투자 시간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수학은 다르다. 사회적 공평함, 객관적 지표 측면에서 영어보다 적합한 잣대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 입시가 수학 사교육시장을 키운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 특목고 역사는 사교육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데,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정원이 기타 특목고 인원을 합한 것보다 10배 많다. 외고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선호해, 2005년까지 수학으로 학생을 뽑았다. 사실상 외고는 외국어가 아닌 입시명문이었으니까. 최근에는 영어 중심으로 제도가 바뀌었지만….
그렇다면 수학 사교육시장 구조는 어떤가. 수학학원의 90%는 교과서 순서대로 가르치고 학교 시험에 대비하는 학원이다. 나머지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orean Mathematics Olympiad, 이하 KMO)를 준비하는 교과 심화 학원이다. KMO는 특목고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재작년까지 과학고의 경우 정시는 학교 내신+구술, 특차는 KMO 입상으로 진학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녀를 심화과정 학원에 보내는 것은 고민해볼 문제다. 학습 강도가 아동학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학원은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중3 과정을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고1 과정을 가르친다. KMO 전형이 사라졌지만 심화과정 학원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KMO를 준비해두면 입시에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엄마들이 계속 학원을 찾기 때문이다.
학원으로 인한 소모적 선행 학습은 폐해가 크다. 공부는 성취도의 문제라 측정이 어렵다.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은 진도다. 그래서 학원은 진도를 많이 앞서 나가는데, 엄마들은 “진도를 아이가 잘 따라갔느냐”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학원에서 외형 위주 학습습관을 주입해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진도만 나가면 문제를 조금만 비틀어도 못 푼다. 게다가 ‘이미 배운 것’이라는 생각에 학교 수업에도 소홀하다.
성공 신화 퍼뜨리는 ‘학원 마케팅’
공부의 가장 큰 적은 수동적 자세다. 고등학생이 되면 투자 시간, 문제지 개수, 다니는 학원 등은 비슷하다. 차이는 공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적극적인 아이들은 “그 학원 잘 가르치느냐”라고 묻는 반면, 수동적인 아이들은 “그 학원은 많이 때리냐”고 묻는다. 철이 안 든 아이는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철이 든 아이는 하기 싫어도 목표를 위해 참을 줄 안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시간도 배분한다. 학원은 철이 안 든 아이를 ‘관리’해서 철이 든 것처럼 만들어준다. 일정 틀 안에서 행동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외형 관리다. 요즘 학원은 수업뿐 아니라 온라인 관리, 숙제 관리 등 사후관리에 열심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 아이가 남들만큼 한다면 상위권이 아니다. 상위권 대학에 가는 비교우위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푸는 데서 나온다. 점수는 익숙하지 않은 문제에서 판가름 난다. 수학은 더 그렇다. 반복과 시간 투자로도 극복하기 힘든 과목이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학원으로 몰리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학원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 10명이 시도해서 3명이 성공하면 그 학원에 대한 소문이 신화처럼 퍼진다. 실패한 아이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없다. 학부모가 사교육은 제품 검증을 안 한다. 고가의 건강제품처럼 효과가 있다고 믿을 뿐이다. 거의 신앙 간증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