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정보가 주최한 미팅 파티. 적절한 칭찬은 이런 만남에서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좋은 방법이다.
그저 “뽑아만 주시면 목숨 바쳐서 일하겠습니다” “저 같은 인재를 놓치면 면접관님은 후회하실 겁니다”라고 말할 뿐.
면접과 같이 말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크면 평소 말을 잘하는 사람도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한다. 필자가 보기엔 면접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것이 바로 남녀 간의 대화, 즉 연애를 위한 말하기다. 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자기 자신의 전부를 걸 만한 이성인 만큼 말을 통해 얻으려는 목표치가 가장 높다. 상대방 역시 가장 날카롭고 예민하게 경계하게 마련이다.
그를, 또는 그녀를 당신에게 넘어오게 만드는 ‘말하기 비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비법의 기본은 ‘나는 당신의 편’이라는 긍정적인 기를 전달해 경계의 벽을 효과적으로 허무는 것.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호감을 느끼게 하거나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면, 긍정적인 동기부여와 호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정서적인 교감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국민 MC인 강호동과 유재석을 ‘교과서’ 삼아 배워라.
강호동은 칭찬의 달인 … 경계심 쉽게 무너져
강호동은 칭찬의 달인이다. 상대방을 ‘대한항공 기장’보다도 높게 띄운다. 처음 만남에서 강호동식 칭찬을 해주면 상대방은 당신에게 최소한 호감은 느끼게 될 것이다. 칭찬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소중한 대화 기술이다. ‘당신은 대단하다’ 또는 ‘나는 당신의 편’이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의 긍정적 에너지를 솟게 하면,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온전히 귀를 열게 할 수 있다.
필자는 ㈜듀오정보에서 미팅 파티 전문 플래너로 일하며 1만2000여 명의 미혼 남녀가 만나는 과정을 지켜봤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해도, 미팅 파티 현장의 미혼남녀 표정은 올림픽 축구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들 같다. 이럴 때 적절한 칭찬은 어색하면서도 비장한 분위기를 깨는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예쁘다’ ‘세련됐다’ ‘호감 가는 외모다’라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칭찬을 100% 진심으로 받아들이진 않더라도, 최소한 부정적인 태도는 누그러진다. 하지만 간혹 잘못된 칭찬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다음의 말을 예로 들어보자. “저는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당신을 본 순간 외모에 반했고, 스타일에 호감을 느낍니다.”
좋은 칭찬일까? 그렇다면 다음의 말을 살펴보자. “내 스타일에 맞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지금까지 싱글로 지냈습니다. 오늘에서야 나의 이상형인 당신을 만나게 됐네요. 정말 예쁘고 멋있어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그동안 숱한 인연의 다가옴을 거절했던 것 같아요. 외롭게 지낸 게 참 잘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무너뜨리면서 상대방을 칭찬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나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인데, 이런 내가 당신을 칭찬한다’라는 느낌을 건네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더욱 감미로운 기분이 될 것이다.
천하장사 강호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남자다. 그런 그가 상대방을 띄워준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잘난 남자지만, 이런 내가 보기에도 당신은 정말 잘났다’는 암시를 대화 중에 계속 건넨다. 그러면 상대방은 신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막 털어놓는다. 강호동식 화법은 소개팅이나 선 등으로 만나 시작하는 연애에 잘 맞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래된 친구나 동료 사이였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려면 어떤 화법을 쓰는 게 좋을까. 어릴 적 배웠던 ‘우화’를 떠올려보자.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건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다는 이야기. 앞에서도 언급했듯 절실할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얼굴은 경직되며 행동은 커진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연인으로 만들기 위해 지나치게 몰아친다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기 보호를 위한 경계심만 크게 만든다.
유재석은 소통의 달인 … 오랜 친구 같은 수다 유도
이럴 때는 유재석을 따라 해보자. 유재석의 대화법은 상대방이 스스로 경계심을 풀게 만드는 편안한 맞장구가 특징이다. 유재석은 상대방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전 힘이 없고, 겁도 눈물도 많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죠. 부족한 것도 많지요.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세상 누구보다 재미있게 들어주고 당신의 편이 돼 맞장구쳐줄 수 있어요. 다른 데 가서는 못할 이야기도 제게는 해도 됩니다.’
‘길을 가다 넘어져서 민망했다고요? 괜찮아요. 전 쓰레기통을 안고 넘어지기도 했어요.’ ‘전부터 마음에 품었던 회사 동료에게 술 먹고 전화해 울었다고요? 에이, 저는 술 먹고 후배에게 전화한다는 게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내 마음을 받아줘’라고 했는걸요. 우리는 통하는 게 꽤 많네요.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요. 그러다 인연이 되면 좋은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고, 아니더라도 언제나 편하게 수다 떠는 좋은 친구가 되는 거죠.’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 유재석식 경청과 맞장구는 상대방의 ‘평생 나와 함께할 사람을 찾느냐, 아니면 평생 안 볼 사람을 만나느냐’는 식의 부담을 이완해준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연애의 최종 목표에 골인한 부부간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실제로 결혼 이후에는 목표 상실로 인해 말하기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유명 개그맨이나 MC들도 집에 오면 말 한마디 안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인기와 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집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한가. 말을 안 해도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여 있다 보니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부부간 대화를 위해서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해야 한다. 군자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이냐고? 부부간에는 본연의 감정에 충실하게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이 좋다. 근엄하고 대범한 사람이라도, 큰 조직의 리더라도 집에선 수다스러운 남편과 아내가 돼야 한다. 가족 간 대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작고 유치한 것이라도 순간순간 내가 느낀 바를 가족에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혼자서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다짐으로 홀로 담배 피우며 힘들어하지 마라. 밖에서 힘들어하고 참았으니 집에서만큼은 감추거나 참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말로 수다를 떨어라. 어머니는 자녀들의 시험 성적에만 몰두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 하나의 인간으로 당신을 그대로 인정해줄 사랑스러운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오늘 밤부터 아주 작고 유치한 이야기에 일희일비하는 습관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