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 오제리, ‘무제: 들판의 제나와 제시카’(2008), 종이 위에 유화, 107.5x152.5, 마이크 웨이스 갤러리
그중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끈 작가는 마이크 웨이스 갤러리(Mike Weiss Gallery)가 소개한 이스라엘 출신의 이갈 오제리(Yigal Ozeri, 1958~)였습니다. 갈대밭에 있는 두 젊은 여성의 누드라는 주제 앞에서 사람들이 머무르는 시간은 무척 길었는데요, 하나같이 사진인 줄 알았던 작품이 실은 유화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죠. 그 정교함은 작품 옆의 ‘종이 위에 유화’라는 안내를 확인하고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정도였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포토리얼리즘’ 혹은 ‘극사실주의’로 보는 시각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극사실주의가 사실을 더 사실적으로 묘사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나는 진짜 사실을 만들어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는 직접 촬영한 비디오를 이용해 모든 작품을 그려내는데요, 제가 작품 속의 두 여인이 마치 움직이는 듯, 바람이 실제 화폭 밖으로 불어오는 듯 느낀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오제리는 히피 부모 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숲 속에서 사는 프리실라라는 모델을 대형 화폭에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가공되지 않은 여성을 ‘대지의 어머니’로 묘사합니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야생의 나무들이 서로 구분되지 않고 얽힌 모습에서 에로틱한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모든 것을 생산하는 어머니로서의 여성을 그려내지요. 그의 작품 ‘무제 : 들판의 제나와 제시카’(Untitled : Jena and Jessica in the field, 2008)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보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다만 그림 속 여성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자식을 12명이나 낳은 ‘땅의 여신’ 가이아 같은 강력한 존재가 아니라, 종기처럼 돋아나 땅을 황폐화해온 인간으로부터 이제 막 회복된 젊고 여린 ‘땅의 여신’일 겁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로 소개된 이갈 오제리가 실은 30대에 이스라엘에서 전시를 열 정도로 유명한 추상회화 작가였다는 사실을 사족으로 소개하고 싶네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쉰이 넘은 지금 새롭게 명성을 얻고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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