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300포인트 선을 넘나들고, 코스닥지수도 강세를 이어간다.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것이 주가지만, 3월 이후의 반등세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진정되고 있고, 경제지표도 바닥권에서 반전의 조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분기 ‘우호적 예측’ … 이미 주가에 반영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한 이후 금융시장은 주기적으로 충격을 받아왔는데, 그 시기는 주로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 때였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융기관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확대됐고, 늘어난 손실을 중앙은행과 정부의 지원으로 메워가면서 위기가 그때그때 진정됐다. 그렇지만 이는 일시적인 봉합에 그쳤고,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의 손실은 추가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은 주택시장을 매개로 한 미국 금융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3월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첫 번째는 금융기관 국유화의 진전이다. 미국 최대의 금융기관이던 씨티그룹은 이미 국유화됐다. 국유화의 진전은 거대 금융기관의 파산 우려를 낮춰주는 조치. 정부의 발권력을 담보로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을 보강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연 관료가 시장보다 현명한가, 발권력을 동원한 민간 경제주체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은 정당하지만, 당장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메가톤급 쇼크가 닥쳐올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의 반전 조짐이다.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금리는 4.6%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 5% 정도의 임대수익을 기대한다면 모기지를 이용한 주택 구입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택 가격일 텐데, 3월에 발표된 기존 주택매매, 신규 주택매매, 주택 착공 건수 등이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 리스크 축소와 주택시장의 반전 조짐을 감안하면 오는 2분기에는 미국 금융시장이 한국 증시에 짐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바닥을 통과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고, 산업생산도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물론 경기의 본격적 회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기저효과(Base Effect)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과도하게 움츠러든 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서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기업은 과도하게 줄인 재고를 늘리고, 사실상 마비됐던 금융 중개 기능과 대외교역도 정상화하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지표의 개선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2분기에 발표될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듯하다.
2분기의 전반적인 뉴스 흐름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3월 초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확인하면 늘 늦다. 주가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호재와 악재를 미리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1300포인트 안팎의 코스피지수는 예측 가능한 여러 호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코스피는 3월 초의 저점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다.
‘추세적 회복’ 공감대 형성돼야 추가 상승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실물 지표들이 추세적으로 반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형성돼야 한다. 경제지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아니라, 추세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은 글로벌 소비의 핵심으로 기능해온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산의 중심인 중국 역시 지난 고성장 시기에 행해진 과잉투자의 혐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내 사정을 봐도 미진한 구조조정은 경기의 빠른 회복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IMF 구제금융 체제에서 막 벗어난 1999년 이후 10년 동안 한국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14.9%에 이르렀다. 반면 명목 GDP 성장률은 6.3%에 불과했다(그림1 참조).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대출 증가속도가 훨씬 빨랐고, 이는 한국 경제의 어느 부분인가는 과잉부채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PF, 지방 미분양 주택, 신생 조선사, 중소기업 대출 등이 한국 경제의 취약한 부분이다.
경기 후퇴가 시장에 주는 한 가지 미덕이 있다면 비효율적인 경제 주체의 퇴출을 통해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늘 좋을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경기 후퇴도 경험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퇴출과 적자생존에 힘입어 자본주의는 성장해왔다. 이런 과정을 총체적으로 구조조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당장 입에 쓴 약이지만, 경제와 주식시장의 바닥을 앞당길 수 있는 처방이다. IMF 구제금융 직후의 한국이 그랬다. 지금은 당시와 같은 V자형 회복 시나리오를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결국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다. 3월 초 이후 주가가 상승했지만 기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됐다. 한국투자증권 유니버스 기준 1300포인트에서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는 13.3배다.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터무니없이 높던 IT(정보기술) 버블 국면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증시의 PER 고점은 강세장의 막바지 국면이던 2007년 7월13일의 13.2배였다. 기업이익 대비 주가는 결코 싸지 않다.
물론 하반기에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시장의 이익 전망 컨센서스가 그렇다. ‘Fn가이드’에서 집계하는 2009년 기업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전형적인 상저하고(上低下高)다(그림3 참조). 시간이 갈수록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 그렇지만 적어도 하반기 이익 전망치에는 낙관적 편향이 들어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4분기 이익 전망치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상장사들의 4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11조6000억원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지금처럼 위축되지 않았고 중국도 두 자릿수대 성장을 하던 2007년 4분기의 순이익 9조3000억원보다 큰 규모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본다.
미국 금융 구조조정의 진전, 매크로 지표의 기술적 반전 등을 감안하면 2분기 주식시장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악재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이 있더라도 조정의 깊이는 깊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고, 3분기 이후에는 경제지표의 기저효과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는 좋게 나오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의 답보 속에 유가증권 시장의 중소형 주와 코스닥 시장이 초과 수익을 얻는 2분기 장세가 예상된다.
2분기 ‘우호적 예측’ … 이미 주가에 반영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한 이후 금융시장은 주기적으로 충격을 받아왔는데, 그 시기는 주로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발표 때였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융기관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확대됐고, 늘어난 손실을 중앙은행과 정부의 지원으로 메워가면서 위기가 그때그때 진정됐다. 그렇지만 이는 일시적인 봉합에 그쳤고, 주택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의 손실은 추가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은 주택시장을 매개로 한 미국 금융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3월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첫 번째는 금융기관 국유화의 진전이다. 미국 최대의 금융기관이던 씨티그룹은 이미 국유화됐다. 국유화의 진전은 거대 금융기관의 파산 우려를 낮춰주는 조치. 정부의 발권력을 담보로 민간 금융기관의 신용을 보강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과연 관료가 시장보다 현명한가, 발권력을 동원한 민간 경제주체 지원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은 정당하지만, 당장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메가톤급 쇼크가 닥쳐올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는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의 반전 조짐이다. 30년 만기 미국 모기지 금리는 4.6% 수준까지 떨어졌다. 연 5% 정도의 임대수익을 기대한다면 모기지를 이용한 주택 구입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주택 가격일 텐데, 3월에 발표된 기존 주택매매, 신규 주택매매, 주택 착공 건수 등이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했다. 미국 금융기관의 파산 리스크 축소와 주택시장의 반전 조짐을 감안하면 오는 2분기에는 미국 금융시장이 한국 증시에 짐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바닥을 통과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고, 산업생산도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물론 경기의 본격적 회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기저효과(Base Effect)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과도하게 움츠러든 경제활동이 정상화하면서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기업은 과도하게 줄인 재고를 늘리고, 사실상 마비됐던 금융 중개 기능과 대외교역도 정상화하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지표의 개선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2분기에 발표될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듯하다.
2분기의 전반적인 뉴스 흐름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3월 초 이후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확인하면 늘 늦다. 주가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여러 호재와 악재를 미리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1300포인트 안팎의 코스피지수는 예측 가능한 여러 호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수준이라는 생각이다. 코스피는 3월 초의 저점 대비 30% 가까이 상승했다.
‘추세적 회복’ 공감대 형성돼야 추가 상승
주가가 추가 상승하려면 실물 지표들이 추세적으로 반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형성돼야 한다. 경제지표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아니라, 추세적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높아지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은 글로벌 소비의 핵심으로 기능해온 미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산의 중심인 중국 역시 지난 고성장 시기에 행해진 과잉투자의 혐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내 사정을 봐도 미진한 구조조정은 경기의 빠른 회복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IMF 구제금융 체제에서 막 벗어난 1999년 이후 10년 동안 한국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14.9%에 이르렀다. 반면 명목 GDP 성장률은 6.3%에 불과했다(그림1 참조).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대출 증가속도가 훨씬 빨랐고, 이는 한국 경제의 어느 부분인가는 과잉부채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PF, 지방 미분양 주택, 신생 조선사, 중소기업 대출 등이 한국 경제의 취약한 부분이다.
경기 후퇴가 시장에 주는 한 가지 미덕이 있다면 비효율적인 경제 주체의 퇴출을 통해 경제 전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늘 좋을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경기 후퇴도 경험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퇴출과 적자생존에 힘입어 자본주의는 성장해왔다. 이런 과정을 총체적으로 구조조정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당장 입에 쓴 약이지만, 경제와 주식시장의 바닥을 앞당길 수 있는 처방이다. IMF 구제금융 직후의 한국이 그랬다. 지금은 당시와 같은 V자형 회복 시나리오를 말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결국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다. 3월 초 이후 주가가 상승했지만 기업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됐다. 한국투자증권 유니버스 기준 1300포인트에서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 :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는 13.3배다.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터무니없이 높던 IT(정보기술) 버블 국면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한국 증시의 PER 고점은 강세장의 막바지 국면이던 2007년 7월13일의 13.2배였다. 기업이익 대비 주가는 결코 싸지 않다.
물론 하반기에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시장의 이익 전망 컨센서스가 그렇다. ‘Fn가이드’에서 집계하는 2009년 기업이익 전망 컨센서스는 전형적인 상저하고(上低下高)다(그림3 참조). 시간이 갈수록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 그렇지만 적어도 하반기 이익 전망치에는 낙관적 편향이 들어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4분기 이익 전망치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상장사들의 4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11조6000억원이다. 그런데 이 수치는 미국인들의 소비가 지금처럼 위축되지 않았고 중국도 두 자릿수대 성장을 하던 2007년 4분기의 순이익 9조3000억원보다 큰 규모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본다.
미국 금융 구조조정의 진전, 매크로 지표의 기술적 반전 등을 감안하면 2분기 주식시장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악재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이 있더라도 조정의 깊이는 깊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고, 3분기 이후에는 경제지표의 기저효과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는 좋게 나오지만, 주가는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의 답보 속에 유가증권 시장의 중소형 주와 코스닥 시장이 초과 수익을 얻는 2분기 장세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