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책사(策士)로 꼽히는 윤여준(사진) 전 의원은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승리를 낙관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대통령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을 지내고, 이회창 전 총재 시절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를 이끈 그는 야권의 대표적 전략가요 선거기획통이다.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박근혜 캠프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그의 ‘감각’은 여전히 날카롭다는 평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조합은 누구도 깨뜨리기 어려운 필승카드”라고 단언하면서 “이 후보가 90%는 이겼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선을 어떻게 봤나.
“신문에서 도배질을 해 제목은 봤다.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하더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당이 깨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주자가 거세게 부딪쳤음에도 끝까지 갔고, 패자는 승복했다. 성공한 경선이다.”
높은 수도권 지지율과 경제적 지도자 이미지 ‘강점’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내가 보기에 이 후보의 강점은 수도권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본선에서 상당히 큰 무기가 된다. 대선에서 이긴 후보는 거의 모두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또 다른 장점은 나름의 중도적 의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도자의 이미지, 실적에서 나타난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점에서 이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상당하다.”
윤 전 의원은 ‘덜 보수적인’ 이 후보의 이미지를 ‘낙관’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대한 영남권의 지지는 확고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보수 논리를 축소해야 하나.
“보수가 무슨 뜻인가.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스스로 굳게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한 적이 있는가. 40대는 정서상 개혁적이고 또 진보적이다. 그들이 지금 한국 사회의 중심세력을 이루고 있다. 당이 이 세력에서 멀어진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중간지대의 사람을 못 데려오면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경선은 박빙이었다. ‘당심’은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네거티브가 막판에 큰 구실을 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는 표가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인데, 이 후보 쪽으로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때 검찰이 도곡동 땅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절묘한 시점이었다. 검찰이 이 후보에게 데미지를 주려 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타이밍상으로 그랬다는 얘기다.”
윤 전 의원은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남북 정상회담 등의 카드로는 바람몰이가 가능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가 꼽은 핵심 변수는 딱 두 가지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화학적 결합 정도, 그리고 네거티브에 대한 이 후보의 방어 성공 여부다.
“방심할 것은 아니지만, 범여권 후보의 경쟁력이 미미하다. 범여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사실상 끝났다.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흔쾌히 손잡고 대선을 치른다면 여권의 어떤 카드도 먹히기 어렵다. 선거는 상대방을 분열시키고 자신은 연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을 분열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할 것이다. 순전히 상상이지만, 역지사지해 내가 동교동(DJ)의 전략가라면 박 전 대표를 꼬시겠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처신을 가볍게 할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본다. 17대 총선을 치르면서 박 전 대표와 수시로 만나고 전화통화를 했는데, 사람이 참 진솔하다. 누구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자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손을 확실히 잡는다면 한나라당은 대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여권은 대선 캠페인에선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앙금 없이 잘 안을 수 있느냐, 검증 과정에서 네거티브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대선 승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구도가 만들어지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근접하게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캠페인 전략이 중요하다. 이슈 매니지먼트를 잘해나가야 한다.”
범여권 단일대오 여부는 조순형 의원이 열쇠
-지지율을 보면, 한나라당 경선 이후 여권 내부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경쟁력이 다소 강화되는 모습이다.
“나타나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게 유지되느냐, 금방 날아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 전 지사는 사적으로 인연이 좀 있는데, 마음속으로 호감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과거식으로 정치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다. 나는 손 전 지사가 탈당할 수 있었다고 본다. 당에서 밀어냈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어 나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곤 동교동에 의지해, 즉 지역정치에 의지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이해찬 전 총리가 평가받을 것이라 본다. 끝까지 친노(親盧) 하겠다는 게 훨씬 떳떳해 보이지 않는가. 노 대통령을 지지해 벼슬까지 살다가, 궁지에 몰리자 비판하고 나온 사람들은 국민이 상식 수준에서 다 알아서 평가한다.”
-범여권이 결국 단일대오를 이룰 것으로 보나.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열쇠일 텐데, 그 사람도 원칙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더라. 어쨌거나 단일화되더라도 여권 주자들의 경쟁력이 약하다.”
-이명박 대세론의 변수를 꼽는다면?
“다른 변수가 있을까 싶다. 하긴 2002년에도 대세론에 안주하다 패배하긴 했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가 명쾌하게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대방이 공격할 때도 그런 점을 노리고 때리는 것이다. ‘너 저 사람하고 바람피웠지’라고 물으면 방어하는 쪽에선 명확하게 해명하기 어렵지 않은가. 사실 검증은 이제부터다. 더 센 네거티브가 나올 것이다. 방어하기 쉽지 않을 테지만, 명쾌하게 뒤집긴 어려워도 국민의 느낌을 우호적으로 돌려놓으면 된다. 유권자들은 느낌으로 감지한다. ‘아닌 것 같다. 긴 것 같다’라고. 진실로 아니라면, 이 전 시장이 국민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30, 40대 화이트칼라의 상당수가 이 전 시장을 ‘진보적’으로 본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등 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선에서의 반응을 보면 지지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도덕성 시비 때문에 지지가 철회되는 국면은 아직 아니다. 의혹을 최대한 해소해 그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해나가면 된다.”
-대운하 공약은 어떻게 보나. “대선 공약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격하는 쪽은 몰아붙이기 쉽지만, 방어하는 쪽에서는 까다로운 주제다.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길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사람은 그런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던진 이슈가 불리하게 될 때는 그와 유사한 중량감의 이슈로 바꿔나가는 전술이 필요하다. 대운하는 큰 선거 이슈로는 적절치 못하다.”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박근혜 캠프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만큼 그의 ‘감각’은 여전히 날카롭다는 평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조합은 누구도 깨뜨리기 어려운 필승카드”라고 단언하면서 “이 후보가 90%는 이겼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경선을 어떻게 봤나.
“신문에서 도배질을 해 제목은 봤다. 투표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하더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당이 깨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주자가 거세게 부딪쳤음에도 끝까지 갔고, 패자는 승복했다. 성공한 경선이다.”
높은 수도권 지지율과 경제적 지도자 이미지 ‘강점’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내가 보기에 이 후보의 강점은 수도권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본선에서 상당히 큰 무기가 된다. 대선에서 이긴 후보는 거의 모두 수도권에서 승리했다. 또 다른 장점은 나름의 중도적 의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도자의 이미지, 실적에서 나타난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 점에서 이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상당하다.”
윤 전 의원은 ‘덜 보수적인’ 이 후보의 이미지를 ‘낙관’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대한 영남권의 지지는 확고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보수 논리를 축소해야 하나.
“보수가 무슨 뜻인가.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스스로 굳게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한 적이 있는가. 40대는 정서상 개혁적이고 또 진보적이다. 그들이 지금 한국 사회의 중심세력을 이루고 있다. 당이 이 세력에서 멀어진다면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는가. 중간지대의 사람을 못 데려오면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경선은 박빙이었다. ‘당심’은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네거티브가 막판에 큰 구실을 했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는 표가 한쪽으로 쏠리게 마련인데, 이 후보 쪽으로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날 때 검찰이 도곡동 땅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절묘한 시점이었다. 검찰이 이 후보에게 데미지를 주려 했다는 근거는 없지만, 타이밍상으로 그랬다는 얘기다.”
윤 전 의원은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남북 정상회담 등의 카드로는 바람몰이가 가능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가 꼽은 핵심 변수는 딱 두 가지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의 화학적 결합 정도, 그리고 네거티브에 대한 이 후보의 방어 성공 여부다.
“방심할 것은 아니지만, 범여권 후보의 경쟁력이 미미하다. 범여권 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사실상 끝났다.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흔쾌히 손잡고 대선을 치른다면 여권의 어떤 카드도 먹히기 어렵다. 선거는 상대방을 분열시키고 자신은 연대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을 분열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할 것이다. 순전히 상상이지만, 역지사지해 내가 동교동(DJ)의 전략가라면 박 전 대표를 꼬시겠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처신을 가볍게 할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본다. 17대 총선을 치르면서 박 전 대표와 수시로 만나고 전화통화를 했는데, 사람이 참 진솔하다. 누구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자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손을 확실히 잡는다면 한나라당은 대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여권은 대선 캠페인에선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앙금 없이 잘 안을 수 있느냐, 검증 과정에서 네거티브를 어떻게 막아내느냐에 대선 승패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구도가 만들어지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근접하게 마련이다. 그때부터는 캠페인 전략이 중요하다. 이슈 매니지먼트를 잘해나가야 한다.”
범여권 단일대오 여부는 조순형 의원이 열쇠
-지지율을 보면, 한나라당 경선 이후 여권 내부에서 손학규 전 지사의 경쟁력이 다소 강화되는 모습이다.
“나타나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그게 유지되느냐, 금방 날아가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손 전 지사는 사적으로 인연이 좀 있는데, 마음속으로 호감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과거식으로 정치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다. 나는 손 전 지사가 탈당할 수 있었다고 본다. 당에서 밀어냈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어 나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곤 동교동에 의지해, 즉 지역정치에 의지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 아닌가. 나는 회의적이다. 오히려 이해찬 전 총리가 평가받을 것이라 본다. 끝까지 친노(親盧) 하겠다는 게 훨씬 떳떳해 보이지 않는가. 노 대통령을 지지해 벼슬까지 살다가, 궁지에 몰리자 비판하고 나온 사람들은 국민이 상식 수준에서 다 알아서 평가한다.”
-범여권이 결국 단일대오를 이룰 것으로 보나.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열쇠일 텐데, 그 사람도 원칙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더라. 어쨌거나 단일화되더라도 여권 주자들의 경쟁력이 약하다.”
-이명박 대세론의 변수를 꼽는다면?
“다른 변수가 있을까 싶다. 하긴 2002년에도 대세론에 안주하다 패배하긴 했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이 후보가 명쾌하게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대방이 공격할 때도 그런 점을 노리고 때리는 것이다. ‘너 저 사람하고 바람피웠지’라고 물으면 방어하는 쪽에선 명확하게 해명하기 어렵지 않은가. 사실 검증은 이제부터다. 더 센 네거티브가 나올 것이다. 방어하기 쉽지 않을 테지만, 명쾌하게 뒤집긴 어려워도 국민의 느낌을 우호적으로 돌려놓으면 된다. 유권자들은 느낌으로 감지한다. ‘아닌 것 같다. 긴 것 같다’라고. 진실로 아니라면, 이 전 시장이 국민에게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30, 40대 화이트칼라의 상당수가 이 전 시장을 ‘진보적’으로 본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등 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선에서의 반응을 보면 지지가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도덕성 시비 때문에 지지가 철회되는 국면은 아직 아니다. 의혹을 최대한 해소해 그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해나가면 된다.”
-대운하 공약은 어떻게 보나. “대선 공약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공격하는 쪽은 몰아붙이기 쉽지만, 방어하는 쪽에서는 까다로운 주제다. 어려운 단어를 쓰면서 길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사람은 그런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던진 이슈가 불리하게 될 때는 그와 유사한 중량감의 이슈로 바꿔나가는 전술이 필요하다. 대운하는 큰 선거 이슈로는 적절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