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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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거든 진짜 오지 마소!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7-07-09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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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섬에 가거든 진짜 오지 마소!

    가거초등학교에서 바라본 가거도항 전경. 맨 왼쪽의 바위섬이 녹섬이고, 오른쪽에 우뚝한 암봉은 가거도 8경의 하나인 회룡산이다.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가 뜨고 있다. 그동안 짝수일에만 1회 왕복 운항되던 목포항과 가거도를 잇는 여객선이 5월1일부터 매일 1회씩으로 증편된 덕분이다. 그래도 가거도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수도권 지역에서 다녀오려면 적어도 2박3일은 필요하다. 가거도행 여객선이 목포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그 전날은 목포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

    다도해의 관문 목포에는 의외로 다양한 문화공간이 조성돼 있다. 특히 용해동 ‘갓바위 문화의 거리’는 대도시에도 흔치 않은 전시공간 밀집지역이다.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박물관이자 수중발굴조사 전문기관인 국립해양유물전시관도 이곳에 있다. 6073평(2만75m2)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진 건물에는 신안선실을 비롯해 완도선실, 어촌민속실, 선박사실, 체험실 등이 들어서 있다. 그중 1976년부터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신안선’의 실물을 볼 수 있는 신안선실이 눈에 띈다. 84년까지 진행된 신안해저유물 발굴조사에서는 도자기, 동전, 금속유물, 향신료 등의 유물이 총 2만3502점이나 인양됐는데, 바로 그 유물들을 신안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맞은편에는 목포자연사박물관의 자연사관과 문예역사관이 들어서 있다. 목포자연사박물관 옆에는 목포 지역 도자기 산업의 역사와 현황을 보여주는 한국산업도자전시관이 있고, 그 앞쪽에는 소치 허련의 손자이자 한국 남화의 대가인 남농 허건의 작품들을 소장한 남농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목포는 1897년 10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개항한 근대도시이자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초기지였다. 당시 목포의 중심지던 대의동, 중앙동, 유달동 일대에는 지금까지도 일제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 그중 대의동의 목포문화원(사적 제289호) 건물은 일본영사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1900년 목포에서 처음 서양식으로 지은 근대 역사유적이다. 옛 일본영사관 건물에서 200m 내외의 거리에는 일제의 수탈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현재 목포근대역사관) 건물, 일본식 정원과 가옥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훈동 정원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붙인 ‘소흑산도’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한 가거도는 행정구역상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에 속한다. 목포에서 직선거리로는 145km, 뱃길로는 233km다. 중국과 가장 가까운 땅이어서 ‘중국의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섬’으로 불린다. 또 ‘가도 가도 뱃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섬’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다시 뭍으로 나오기도 쉽지 않은 탓에 “가거든 오지 마라”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6·25전쟁 당시에도 가거도 주민들은 아무 피해 없이 전쟁 관련 소식을 남의 일처럼 전해들었다고 한다.



    그 섬에 가거든 진짜 오지 마소!

    가거도 2구인 항리 전경. 앞쪽 하얀 건물이 섬누리리조트다(왼쪽). 항리를 찾은 관광객이 직접 그물에서 빼낸 날치를 펼쳐보이고 있다.

    때 묻지 않은 ‘가거도 8경’ 빼어난 절경 자랑

    가거도는 그렇게 먼 뱃길조차도 기꺼울 만큼 매력적인 섬이다. 숲이 울창하고 해안마다 절경을 이루고 있어 ‘다도해 최고의 관광지’ 홍도 못지않다. 홍도가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여성미를 보여준다면, 가거도는 굵고 힘찬 남성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신안군 최고봉(639m)인 독실산 정상, 장군봉과 회룡산, 돛단바위와 기둥바위, 병풍바위와 망부석, 구정골짝, 소등과 망향바위, 남문과 고랫여, 국흘도와 칼바위 등의 ‘가거도 8경’은 홍도 33경에 비견될 정도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거기에다 가거도 사람들과 자연은 아직까지도 외딴섬 특유의 순박한 인심과 때 묻지 않은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9.18km2 면적에 해안선 길이가 22km밖에 되지 않는 가거도에는 대리(1구), 항리(2구), 대풍리(3구) 세 자연부락이 있다. 면 출장소, 우체국, 보건소, 초·중학교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슈퍼마켓, 음식점, 항만 등이 들어선 대리에 주민 대다수가 거주한다. 그러나 자연풍광만 따지면 항리가 단연 으뜸이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항리마을의 풍경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게다가 넓은 풀밭과 바위가 어우러진 섬등반도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겨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주요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가거도에서 하룻밤 묵기에도 항리가 가장 좋다. 이곳 선착장에서는 초보 낚시꾼들에게도 팔뚝만한 우럭이나 노래미가 곧잘 걸려든다. 요즘에는 주민들의 정치망 날치잡이를 구경하면서 직접 그물을 당기거나 그물에 걸린 날치를 떼어내는 일일 어부체험도 할 수 있다.

    가거도는 섬 전역에 갯바위와 여(礖)가 산재한 천혜의 낚시 포인트다. 특히 이맘때는 팔뚝만한 농어와 돌돔(갯돔)이 심심찮게 걸려들고, 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는 ‘5짜’(50cm) 이상의 감성돔이 속출, 강태공들을 흥분시킨다. 그래서 가거도를 한 번 찾은 ‘꾼’들은 짜릿한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고 한다. 심지어 10~2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색다른 체험이 있기에 가거도 여정은 최대한 여유 있게 잡기를 권한다.

    | 여행 일정 |



    [첫째 날] 용산역에서 목포행 KTX 출발`→`목포역 도착`→`12:00~13:00 점심식사`→ 13:00~15:00 목포시 용해동 ‘갓바위 문화의 거리’로 이동, 국립해양유물전시관(061-270-2000) 관람`→`15:00~17:00 길 건너편 목포자연사박물관(061-274-3655), 한국산업도자전시관(061-270-8480) 관람`→`17:00~ 18:30 대의동·온의동·유달동 일대 일본영사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 이훈동 정원 등 일제강점기의 유적지 답사`→`18:30~20:00 북항 부근의 숙박업소에 여장을 푼 뒤 저녁식사

    [둘째 날] 06:00~06:40 기상 후 세면 및 숙소 체크아웃`→`06:40~07:20 아침식사→`07:20~08:00 목포 여객선터미널로 이동, 가거도행 여객선 출발`→`12:30~13:00 가거도항 도착 후 민박집으로 이동`→`13:00~ 가거도 해상일주 및 독실산 등산, 바다낚시 체험

    [셋째 날] 12:00까지 가거도 자유여행`→`12:30 목포행 여객선 출발`→`17:00 목포항 도착`→`17:00~18:30 저녁식사 후 목포역으로 이동`→`19:00 서울 용산행 KTX 출발`→`22:18 용산역 도착

    | 여행 정보 |



    숙박 목포시내의 하당 신도시와 북항 일대에는 시설 좋고 깔끔한 숙박업소가 많다. 그래도 아침식사를 한 뒤 목포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하려면 북항 쪽의 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뿐인 가거도에서는 항리(가거도2구)의 섬누리리조트(061-246-3418)가 권할 만하다. 선착장 위쪽의 해안절벽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어 창문만 열면 항리 부근의 쪽빛바다와 섬등반도의 기암절벽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상쾌하다. 미리 부탁하면 식사도 차려주는데 날치회덮밥, 우럭찜, 전복회, 노래미탕 등의 진귀하고 값비싼 해물요리가 끼니때마다 밥상에 오른다.

    맛집 목포에는 해물을 주재료로 한 별미집이 많다. 장터(꽃게무침 061-244-8880), 독도해물탕(061-283-1057), 남도밥상(가정식백반 061-285-3677), 영란횟집(민어회 061-243-7311), 금메달식당(홍어요리 061-272-0606), 호산회관(061-278-0050) 등은 목포뿐 아니라 남도의 미각을 대표하는 맛집들이다. 특히 중동 초원관광호텔 부근의 골목에 자리잡은 장터의 꽃게무침은 살이 꽉 찬 꽃게와 새빨가면서도 맵지 않은 양념의 조화가 아주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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