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소기업 바리오테크㈜가 국내 런칭한 독일의 클레버키친. 5월에는 TV 드라마에도 협찬할 예정이다.<br>2. 문을 닫으면 주방이 사라진다.<br>3. 문을 닫은 클레버키친은 조형미가 뛰어나 인테리어 요소로도 기능한다.
아예 주방을 없애버릴 순 없을까? 눈에 보이는 주방은 사라지고 주방의 기능만 남아 있는 환상의 공간 구현. 불가능해 보인다고? 이미 과학과 예술이 손잡고 여성들의 이러한 ‘도가 지나친’ 욕망의 해소에 나섰다.
먼저 사진 3. 왼쪽에 서 있는 화이트 톤의 ‘기둥’ 안에는 놀랍게도 주방이 들어 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을 양쪽으로 밀면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선반, 서랍,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갖춘 주방이 드러난다(사진 1). 독일 가구업체 ABT가 1월 첫선을 보인 ‘클레버키친(Clever Kitchen)’이다.
이 상품은 ‘회전형 원형 주방’을 컨셉트로 삼고 있다. “스토브로 다가갈 필요가 없습니다. 스토브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라는 광고문구는 명백한 사실. 180도 회전하는 덕분이다. 클레버키친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모든 기능을 갖춘 주방을 원하는 싱글 혹은 딩크족을 위한 상품이다. 가장 큰 사이즈의 지름이 169cm에 불과해 1평도 차지하지 않는 ‘착한’ 크기다.
4. 위에서 내려다본 파드리빙. 화장실, 주방, 옷장, 세탁기 등으로 구성됐다.<br>5. 뉴욕 맨해튼 첼시에 오픈한 고급아파트 ‘제이드’의 내부. 한가운데 파드리빙이 놓여 있다.<br>6. 파드리빙 안의 화장실.<br>7. 파드리빙을 직접 디자인한 뉴요커들의 우상 제이드 재거.<br>
아파트 한가운데 모던한 구조물이 놓여 있다(사진 5, 6).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요소. 그러나 사면(四面)의 문이 열리면 화장실과 부엌, 세탁기, 옷장이 드러난다(사진 4). “뉴욕의 젊은 층이 제이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좀더 아담한 공간에 살기 원하지만, 동시에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공간을 원하지요.” 제이드 분양을 맡은 뉴욕의 전설적인 부동산업자 마이클 쉬보의 말이다.
은은한 빛을 발하는 공 모양의 조각품이 있다(사진 8). 버튼을 누르면 이 공은 둘로 분리되어 위의 반구는 조명과 후드가 되고 아래 반구는 인조대리석으로 만든 싱크대와 조리대, 수납공간, 게다가 샴페인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쿨러(cooler)까지 갖춘 주방가구로 변신한다(사진 9, 10). 바로 이탈리아 주방가구 쉐르가 선보인 쉐르키친(Sheer Kitchen)이다.
쉐르키친에는 첨단기술이 녹아 있다. 몸체는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에 비해 탄성과 강도가 뛰어난 탄소섬유로 제작됐다. 벽 쪽에 세워놓는 부분(사진 11)은 주방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면을 TV 스크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28개의 화이트 LED 조명이 부착돼 있어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조명 인테리어다.
트렌드 정보 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는 이러한 미래 주방가구의 트렌드를 ‘페미닌 어답터(Feminine Adopter)’라고 명명했다. 모든 면에서 남자를 능가하는 알파걸들의 세상. 명민한 과학기술은 여성들의 감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내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미래형 주방가구들의 가격은 얼마일까. 유일하게 국내에도 런칭된 클레버 키친은 3800만원의 고가제품. 너무 비싸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휴대전화도 초창기 시절인 1980년대에 수백만원에 팔렸으니 말이다.
8. 쉐르키친의 ‘닫힌’ 모습.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조명 구실을 한다.<br> 9,10. 버튼을 누르면 공 모양의 쉐르키친은 후드와 조리대로 분리된다.<br>11. 쉐르키친의 벽 쪽에 세워두는 부분.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선반, 조리기구 수납장, TV 스크린, LED 조명 등 다기능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