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신부 ××야! 이리 와봐.”
1월10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구석에 위치한 ‘노숙인 무료진료소’ 앞. 불량스런 말투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노숙인이 신부님 앞을 가로막으며 시비를 건다. 그런데 노숙인을 상대하는 신부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어, 또 술 마셨어? 점심이나 먹고 술 마신 거야?”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노숙인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소장인 임영인(48) 신부에게 이런 일은 다반사. “300원만 내놓으라”며 떼쓰는 노숙인을 한구석으로 이끌고 가 소곤소곤 타이르니 잠시 후 잠잠해졌다.
임 신부가 요즘 또 한 번 사고를 칠 궁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한 번’이라 함은 지금의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를 만들기까지 철도공사 측을 상대로 벌인 ‘무뎃포’ 시위 전력(前歷)을 감안한 표현이다. 그는 2005년 10월 철도공사 측이 서울역 앞 노숙인 무료진료소 개설을 불허하자 일방적으로 진료소로 쓸 컨테이너를 광장에 갖다놓고 단식농성을 벌인 끝에 공사 측의 양보를 받아냈다.
또 여기서 ‘사고를 친다’는 말은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고 본다’는 의미. 목표까지 갈 길이 멀지만 성사 가능성만 따지고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러니 일단 시작부터 해놓고 보자는 심산이다.
“2월2일 명동성당에서 노숙인 무료진료소 건립 모금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준비 중이에요. 그런데 우리 센터에 이런 일을 해본 사람이 없어요. 어렵게 공연 기획을 하는 분의 도움을 얻고는 있지만, 잘 될지 걱정이에요.”
정호승 시인과 가수 이지상, 김현성, 정태춘 씨 등이 출연키로 약속했다는 콘서트가 열리는 명동성당 꼬스트홀의 최대 수용 인원은 500명이다. 관람료는 2만원. 공연장이 꽉 차야 1000만원이 모금되는 셈이다. 반면 서울역 광장 주변에 노숙인 진료소를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8억~10억원이란다. 이런 콘서트를 100번은 열어야 모을 수 있는 거금이다.
“지금의 진료소는 하루에 120명 정도를 진료하기에는 너무 비좁고 열악해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인을 돌보는 데 한계가 많죠. 특히 알코올 중독자들이 문제인데 이들에겐 몸을 씻고 잠깐이라도 쉴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결국 어설프더라도 진료소로 쓸 만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죠.”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예산이 책정됐으나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철도공사 측이 염천교 쪽 땅을 진료소 부지로 써도 좋다고 내놓았지만, 훗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땅에 시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짓는 일은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그럼에도 그는 진료소가 필요하다는 소신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
“현재 노숙인은 공식 통계상으로 4500명, 이 중 서울 지역의 노숙인이 3300명쯤 된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 노숙인 수는 이보다 10배 정도 더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예요. 이들 대다수가 고혈압, 당뇨 등 심각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어요. 더욱이 알코올 중독자인 노숙인을 받아주는 봉사단체는 어디에도 없죠.”
임 신부는 1997년 외환위기 시절부터 노숙인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중 특기할 만한 사업이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 수업을 통해 노숙인들이 자활 의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인문학 강좌는 1월23일에 2기 10여 명이 배출되는데, 이 중 한 명이 방송통신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인을 상대하다 보면 솔직히 지치고 힘들 때도 있어요. 제가 가진 기운을 한도 끝도 없는 블랙홀에 빼앗기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제가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어찌 됐건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우리 사회의 누군가가 돌봐줘야 하지 않겠어요?”
1월10일 오후 서울역 광장 한구석에 위치한 ‘노숙인 무료진료소’ 앞. 불량스런 말투에 술 냄새까지 풍기는 노숙인이 신부님 앞을 가로막으며 시비를 건다. 그런데 노숙인을 상대하는 신부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어, 또 술 마셨어? 점심이나 먹고 술 마신 거야?”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노숙인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소장인 임영인(48) 신부에게 이런 일은 다반사. “300원만 내놓으라”며 떼쓰는 노숙인을 한구석으로 이끌고 가 소곤소곤 타이르니 잠시 후 잠잠해졌다.
임 신부가 요즘 또 한 번 사고를 칠 궁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한 번’이라 함은 지금의 서울역 노숙인 무료진료소를 만들기까지 철도공사 측을 상대로 벌인 ‘무뎃포’ 시위 전력(前歷)을 감안한 표현이다. 그는 2005년 10월 철도공사 측이 서울역 앞 노숙인 무료진료소 개설을 불허하자 일방적으로 진료소로 쓸 컨테이너를 광장에 갖다놓고 단식농성을 벌인 끝에 공사 측의 양보를 받아냈다.
또 여기서 ‘사고를 친다’는 말은 ‘대책 없이 일을 저지르고 본다’는 의미. 목표까지 갈 길이 멀지만 성사 가능성만 따지고 있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러니 일단 시작부터 해놓고 보자는 심산이다.
“2월2일 명동성당에서 노숙인 무료진료소 건립 모금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준비 중이에요. 그런데 우리 센터에 이런 일을 해본 사람이 없어요. 어렵게 공연 기획을 하는 분의 도움을 얻고는 있지만, 잘 될지 걱정이에요.”
정호승 시인과 가수 이지상, 김현성, 정태춘 씨 등이 출연키로 약속했다는 콘서트가 열리는 명동성당 꼬스트홀의 최대 수용 인원은 500명이다. 관람료는 2만원. 공연장이 꽉 차야 1000만원이 모금되는 셈이다. 반면 서울역 광장 주변에 노숙인 진료소를 세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8억~10억원이란다. 이런 콘서트를 100번은 열어야 모을 수 있는 거금이다.
“지금의 진료소는 하루에 120명 정도를 진료하기에는 너무 비좁고 열악해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인을 돌보는 데 한계가 많죠. 특히 알코올 중독자들이 문제인데 이들에겐 몸을 씻고 잠깐이라도 쉴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결국 어설프더라도 진료소로 쓸 만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죠.”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예산이 책정됐으나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철도공사 측이 염천교 쪽 땅을 진료소 부지로 써도 좋다고 내놓았지만, 훗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땅에 시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짓는 일은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그럼에도 그는 진료소가 필요하다는 소신에 전혀 흔들림이 없다.
“현재 노숙인은 공식 통계상으로 4500명, 이 중 서울 지역의 노숙인이 3300명쯤 된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 노숙인 수는 이보다 10배 정도 더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예요. 이들 대다수가 고혈압, 당뇨 등 심각한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어요. 더욱이 알코올 중독자인 노숙인을 받아주는 봉사단체는 어디에도 없죠.”
임 신부는 1997년 외환위기 시절부터 노숙인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중 특기할 만한 사업이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 수업을 통해 노숙인들이 자활 의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인문학 강좌는 1월23일에 2기 10여 명이 배출되는데, 이 중 한 명이 방송통신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인을 상대하다 보면 솔직히 지치고 힘들 때도 있어요. 제가 가진 기운을 한도 끝도 없는 블랙홀에 빼앗기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제가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어찌 됐건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우리 사회의 누군가가 돌봐줘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