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형은, 김미화, 이경실, 오지호. 최근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 연예인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이른바 ‘악플러’들의 활동이 사건과 운명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2006년 말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1월10일 사망한 개그우먼 김형은의 경우, 그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잘 죽었다’ 등의 악플이 다수 올라와 충격을 주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악플러들의 홈페이지를 ‘습격’해 비난의 글을 써놓고 이들의 실명과 전화번호, 평소 성향까지 조사해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 다시 유포했다. 명단이 공개된 악플러들의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전화는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악플러들의 테러가 보복 테러를 불러온 셈이다.
김형은 악플 사건이 대표적 보복 사례
악플러들에 대해 네티즌들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명예훼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자, 고 김형은의 소속사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엔 유사 악플러들에 의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흥밋거리로 왜곡되고 있다.
최근 재혼했거나 재혼 소식을 알린 김미화와 이경실 역시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력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악플의 내용도 비슷해서 ‘과거’를 들먹이며 재혼을 비난하는 인신공격이 대부분이다. 명백히 근거 없는 비방과 명예훼손 내용을 담은 악플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제법 빠르게 삭제되긴 했지만, 이경실은 악플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녀는 기자회견에서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실명제라면 다 찾아가고 싶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악의적인 글을 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배우 오지호는 ‘악플러’들 때문에 ‘진실’을 계속 털어놓는 중이다. 1월13일 한 여성이 자살하고 그녀가 ‘유명 탤런트’의 애인이었던 사실이 기사로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그 ‘유명 탤런트’가 오지호라는 댓글과 ‘배신자’란 악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6일 오지호의 소속사는 “오지호는 그녀의 애인이 아니다. (악플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같은 날 오후 오지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녀를 정말 사랑했었다”고 밝혔다.
‘악플러’들이 진실을 밝혀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연예인일지라도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적인 감정과 관계를 만천하에 자백한 것이 ‘진실’의 전부인지는 의문이다. 오지호는 “유가족이 받을 상처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유가족이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밝혀야 했을 만큼 악플러들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악플러들에 대처하기 위해 네이버는 260명, 싸이월드는 200명의 모니터 요원을 두고 24시간 댓글을 감시한다고 한다. 문제의 글이 발견되면 악플러에게 연락해 자진 삭제토록 하거나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판단될 경우 즉시 삭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수십만 건에 이르는 댓글을 수백 명이 제대로 감시하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적으로 무리다. 욕설 등 특정 단어가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 역시 글자 사이에 기호를 넣으면 무사 통과다. 더욱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는 표현은 법정에서도 가리기 힘들 만큼 모호한 개념이다.
변희재 ‘포털사이트피해자모임’ 대표는 “인터넷 도입 초기에 저작권이나 명예훼손보다 개인의 ‘자유’를 너무 강조해 지금까지 잘못된 인식을 키워왔다. 포털들은 인기 검색어를 만들어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만 열심이었다. 최근 악플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소송이 빈번해지면서 포털들이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정작 네티즌들은 악플을 쓰거나 남의 글을 마구 옮기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아직 모른다”고 말한다.
한 IT기자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자극적인 가십이나 악성 루머가 ‘실시간 검색’ 등으로 자주 올라간다. 네티즌은 궁금하니까 클릭해보고, 조회 수가 올라가면 순위도 점점 올라간다. 포털의 이득과 네티즌의 호기심은 닭과 계란 같은 관계다”라고 말한다.
포털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곧 시행될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사용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악플을 막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이 필요하고, 로그인한 사람의 정보는 포털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변희재 대표는 “결국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중재위원회를 두고 검색어 차단 요청 권한을 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장사’를 하는 포털에게 맡겨둬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한국의 네티즌들은 ‘진자추’처럼 극단적으로 움직이다가 결국 중심에 멈추게 되는 현상을 반복한다”면서 “결국은 자체적으로 자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악플러의 희생자들과 보복당하는 악플러들이 나오고, 스스로도 악플러에게 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네티즌들의 인식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매우 사적이고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라고 믿는다. 특히 사람이 아닌 기계의 세상이라는 생각에 안심하면서 재미로 루머를 만들어 사람들을 ‘낚기’도 하고, 고인(故人) 앞에 ‘잘 죽었다’라고 쓰기도 한다. 이는 마치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인 호텔을 드나드는 불륜족과 똑같다. 하지만 무인 호텔의 주인장이 수십 대의 감시카메라로 출입자를 지켜보는 것처럼, 모든 글은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그 신원이 알려진다. 한 포털사이트의 경우 수사 지원 요청으로 경찰청에 한 달 평균 50여 명의 개인정보가 제공된다. 누구라도 ‘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006년 말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1월10일 사망한 개그우먼 김형은의 경우, 그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잘 죽었다’ 등의 악플이 다수 올라와 충격을 주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악플러들의 홈페이지를 ‘습격’해 비난의 글을 써놓고 이들의 실명과 전화번호, 평소 성향까지 조사해 하나의 파일로 만들어 다시 유포했다. 명단이 공개된 악플러들의 홈페이지는 폐쇄됐고, 전화는 사용이 중단된 상태다. 악플러들의 테러가 보복 테러를 불러온 셈이다.
김형은 악플 사건이 대표적 보복 사례
악플러들에 대해 네티즌들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명예훼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자”는 서명운동을 벌이자, 고 김형은의 소속사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엔 유사 악플러들에 의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흥밋거리로 왜곡되고 있다.
최근 재혼했거나 재혼 소식을 알린 김미화와 이경실 역시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력이 비슷하기 때문인지 악플의 내용도 비슷해서 ‘과거’를 들먹이며 재혼을 비난하는 인신공격이 대부분이다. 명백히 근거 없는 비방과 명예훼손 내용을 담은 악플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제법 빠르게 삭제되긴 했지만, 이경실은 악플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녀는 기자회견에서 “악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실명제라면 다 찾아가고 싶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악의적인 글을 다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배우 오지호는 ‘악플러’들 때문에 ‘진실’을 계속 털어놓는 중이다. 1월13일 한 여성이 자살하고 그녀가 ‘유명 탤런트’의 애인이었던 사실이 기사로 알려지자 인터넷에는 그 ‘유명 탤런트’가 오지호라는 댓글과 ‘배신자’란 악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6일 오지호의 소속사는 “오지호는 그녀의 애인이 아니다. (악플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같은 날 오후 오지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녀를 정말 사랑했었다”고 밝혔다.
‘악플러’들이 진실을 밝혀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연예인일지라도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적인 감정과 관계를 만천하에 자백한 것이 ‘진실’의 전부인지는 의문이다. 오지호는 “유가족이 받을 상처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자신의 진심과 진실을 유가족이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밝혀야 했을 만큼 악플러들의 위력은 대단했던 것이다.
악플러들에 대처하기 위해 네이버는 260명, 싸이월드는 200명의 모니터 요원을 두고 24시간 댓글을 감시한다고 한다. 문제의 글이 발견되면 악플러에게 연락해 자진 삭제토록 하거나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판단될 경우 즉시 삭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 수십만 건에 이르는 댓글을 수백 명이 제대로 감시하기를 기대하는 건 상식적으로 무리다. 욕설 등 특정 단어가 입력되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 역시 글자 사이에 기호를 넣으면 무사 통과다. 더욱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는 표현은 법정에서도 가리기 힘들 만큼 모호한 개념이다.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악플러들의 리스트(위)와 비방, 광고글의 빠른 삭제를 요구하는 네티즌의 의견.
한 IT기자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자극적인 가십이나 악성 루머가 ‘실시간 검색’ 등으로 자주 올라간다. 네티즌은 궁금하니까 클릭해보고, 조회 수가 올라가면 순위도 점점 올라간다. 포털의 이득과 네티즌의 호기심은 닭과 계란 같은 관계다”라고 말한다.
포털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곧 시행될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인터넷 사용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악플을 막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이 필요하고, 로그인한 사람의 정보는 포털에 제공되기 때문이다.
변희재 대표는 “결국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중재위원회를 두고 검색어 차단 요청 권한을 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장사’를 하는 포털에게 맡겨둬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한국의 네티즌들은 ‘진자추’처럼 극단적으로 움직이다가 결국 중심에 멈추게 되는 현상을 반복한다”면서 “결국은 자체적으로 자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악플러의 희생자들과 보복당하는 악플러들이 나오고, 스스로도 악플러에게 당하는 일을 겪으면서 네티즌들의 인식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이 매우 사적이고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라고 믿는다. 특히 사람이 아닌 기계의 세상이라는 생각에 안심하면서 재미로 루머를 만들어 사람들을 ‘낚기’도 하고, 고인(故人) 앞에 ‘잘 죽었다’라고 쓰기도 한다. 이는 마치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인 호텔을 드나드는 불륜족과 똑같다. 하지만 무인 호텔의 주인장이 수십 대의 감시카메라로 출입자를 지켜보는 것처럼, 모든 글은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그 신원이 알려진다. 한 포털사이트의 경우 수사 지원 요청으로 경찰청에 한 달 평균 50여 명의 개인정보가 제공된다. 누구라도 ‘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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