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호주 멜버른 시민들.
최근 호주에서는 볼리토 시장처럼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모두 빅토리아 주에 있는 포트필립, 야라, 마리비농 시 세 곳이다. 볼리토 시장은 2005년 시장에 당선된 때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할 뿐 아니라 업무차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때도 자전거를 탄다. 볼리토 시장을 본받아 포트필립 시 공무원들 또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해 시청으로 출근한다.
자전거 마니아 클럽 같은 관공서
지난해까지 야라 시 시장으로 재임했던 재키 플리시키(여·45) 씨는 지금도 ‘자전거 타는 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자전거 마니아다.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물론, 자전거 복장을 하고서 공식석상에 나타나 화제를 낳기도 했다. 마리비농 시의 자넷 라이스(여·38) 시장과 시청 공무원들 또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시장들이 나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유는 자전거가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임을 몸소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자전거 애용에 대해 볼리토 시장은 “교통체증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주차 걱정도 없다. 또한 환경오염을 덜어주는 등 자전거는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플리시키 시장은 “2006년 한 해 동안 관용차량 대신 자전거를 탐으로써 절약한 기름이 1만 호주달러(약 733만원)에 이른다”면서 자전거의 경제적 이점을 강조했다.
시장의 솔선수범 앞에서 시청 공무원들이 가만있을 리 없는 법. 세 도시의 시청 공무원들 또한 앞다투어 자전거 이용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각 시청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시청 사무실 곳곳에 자전거용 헬멧과 자전거 관련 장비들이 가득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이들 시청에서는 “딱딱한 관공서가 마치 자전거 마니아 클럽 사무실 같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공무원들이 좀더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의 노력도 인상적이다. 야라 시는 시청 건물 뒤편에 자전거 전용 주차장을 따로 마련했다. 시청에 배치된 업무차량을 대신하는 ‘업무용’ 자전거와는 별도로, 출퇴근 거리가 20km 이상인 공무원들에게 자전거를 무상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마리비농 시의 경우 지난해 자전거 이용 장려 차원에서 업무차량을 모두 없앴다.
시청 공무원들의 자전거 애용은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시민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각 시청은 시민들이 더욱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시내 중심부까지 확장하고 전용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세 시청이 공동으로 7200만 호주달러(약 530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 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연말 6주 동안 북아메리카와 유럽 선진국 등으로 답사를 다녀온 라이스 시장은 “보행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의 폭이 균등하게 배치된 네덜란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호주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자동차보다 30% 많은 127만 대 판매
공무원발(發) 자전거 타기 운동은 기업과 대학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용차량이나 업무차량을 자전거로 대체하는 기업과 대학 수가 부쩍 증가한 것. 현재 호주 전역에서는 50여 기업이 관용차를 대신해 자전거를 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국립대학교(ANU)와 건설회사인 ‘렌드리스(Lend Lease)’, 엔지니어링 업체 ‘아럽(Arup)’,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에 있는 정유회사 ‘BP’ 등이다. 빅토리아 주 자전거홍보재단의 이안 크리스티 대표는 “환경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기업들 중심으로 자전거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근 중인 볼리토 시장(왼쪽).
사회 전반의 자전거 이용 확산에 힘입어 지난해 호주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30% 이상 많이 팔렸다. 자동차는 96만2000대 팔린 데 비해 자전거는 무려 127만 대가 팔린 것. 호주자전거협회 피터 스트랑은 “매년 자전거 이용자가 10%씩 늘고 있으며,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호주의 자전거 열풍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