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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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밖에 모르는 천재들 표현력은 ‘낙제점’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7-0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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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밖에 모르는 천재들 표현력은 ‘낙제점’
    스포츠 기자들이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꼽는 애로사항이 분명 있을 것 같다. 국내 엘리트 선수들이 말로 자기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이 그중 하나 아닐까.

    최근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16·사진)가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중 몇 장면을 김연아가 ‘말한 그대로’ 옮겨봤다.

    기자 : 목소리가 떨리는데 그때 감동이 되살아나나요?

    김연아 : 그때는 감동이랄 것도 없이 그냥 멍했고, 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기자 : 주니어 시절에 비해 예술점수가 좋아졌어요. 훈련의 결과인가요, 아니면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인가요?



    김연아 : 캐나다 가서 안무가랑 같이 일하면서 그 안무가가, 동작들이 어려운 게 많은데, 처음엔 어려운데 자꾸 하니까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 특별히 하는 건 없어요. 음, 잘 모르겠어요.

    기자 : 큰 무대에서 잘하는데 비결이 뭔가요?

    김연아 : 그냥, 어, 자신감을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자신 없어하면 몸이 무겁고 하니까…. 따로 하는 건 없는데 어, 머릿속으로 제가 할 것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할 건지 쭉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놀랍게도 이 정도면 선수 중에서는 꽤 잘하는 편에 속한다. 불과 2년 전인 2004년 12월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준우승했을 때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거의 입도 떼지 못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발전한 셈이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금메달을 한아름 안고 돌아오는 쇼트트랙의 남녀 간판선수 안현수와 진선유. 그때마다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정말 곤혹스럽다. 틀에 박힌 답변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고 돌아온 한 레슬링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네, 아니오’의 단답식 답변으로 일관했고, 이 상황을 한 신문이 그대로 묘사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기사 작성의 애로점을 떠나 자기표현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표현력 부족이 선수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국내 엘리트 선수들 대부분이 운동 때문에 학교 공부를 포기하는 데다, 의사 결정에서 부모와 코치 의견에 일방적으로 끌려간다. 운동밖에 모르는 ‘반쪽짜리 천재’가 되다 보니 자기표현력이 길러질 리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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