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치르는 프랑스 고등학생들.
하지만 요즘 들어 프랑스의 공교육 체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두 가지 문제 때문인데 △학교수업의 파행 △공립학교의 위상 약화가 그것이다. 전자는 만연한 학교폭력, 후자는 사립학교 및 사교육 시장의 급증과 관련되는 문제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왕따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자는 공익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
지난해 12월16일, 프랑스 남부 에탕프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18세 남학생이 여자 미술교사에게 칼을 휘둘러 7군데의 상해를 입힌 사건이 벌어져 프랑스 국민을 경악시켰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수술을 받고 복귀한 여교사가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에게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 이에 질 드 로비앙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 청원경찰을 상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여론은 이에 대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과잉 대처”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공교육 퇴조 따라 사립학교·과외 열풍
이 사건은 학교폭력의 실태와 이에 따른 수업상 애로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켰다. 많은 학생들이 장기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불량학생들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경우도 허다하다는 보고가 줄을 이었다. 한 교육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4~2005년 전국에서 1651건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하루 평균 9명의 교사가 학생들이 휘두르는 흉기에 위협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을 타깃으로 한 사립학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사립학교의 학교폭력은 경미한 수준이고, 양질의 수업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가 자녀들이 사귀는 친구들 또한 학부모가 보기에 ‘바람직한’ 가정의 자녀들이다. 또한 프랑스 사립학교 대부분은 가톨릭 재단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엄격한 전통적 가치관과 예절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
공교육이 직면한 또 다른 경쟁상대는 사교육, 즉 ‘과외 열풍’이다. 프랑스의 과외는 학원이 대학생들 중에서 과외교사를 선별, 지도한 다음 개별적으로 가정방문을 해 학생을 지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지난 10년 동안 이런 유형의 학원들은 최저 40%에서 최고 300%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학생들 중 3분의 1이 과외수업을 받고 있으며, 이중 3분의 2 이상은 괄목할 만한 성적 향상을 거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수준 높은 공교육을 자랑하던 프랑스의 명성도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