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엄마 찾아 삼만 리’ ‘공항남녀’(위부터)
첫 번째 작품인 김성호 감독의 ‘보물섬’은 8·15광복 전 제주도에서 살았던 할아버지의 유물을 찾기 위해 제주도로 여행 온 일본인 소녀와 그녀의 친구 이야기다. 택시 한 번 타고 왔다 가면 될 간단한 여정이지만, 순진무구한 일본인 관광객들을 잡아먹으려 작정한 험악한 사기꾼과 깡패들 덕택에 그들이 하루 동안 겪는 여행은 거의 ‘반지의 제왕’ 수준의 오디세이가 된다.
두 번째 작품인 김종관 감독의 ‘엄마 찾아 삼만 리’는 돈 벌려고 일본에 간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돈을 마련하려는 10대 소년의 이야기다. 그런데 소년이 돈을 벌기 위해 취한 방법은 용산에서 중고 노트북 판매 사기를 치는 것이다.
세 번째 작품인 민동현 감독의 ‘공항남녀’는 인천국제공항을 무대로 한 가벼운 코미디다. 어쩌다 공항 안에 같이 갇힌 한국인 서점 직원이 새벽 비행기를 기다리는 공황 장애가 있는 일본인 저널리스트의 말벗이 되어준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세 편의 영화는 느슨하게 하나의 흐름을 구성하고 있다. ‘보물섬’이 한국과 일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이고 ‘엄마 찾아 삼만 리’가 두 나라의 현재 관계를 그리고 있다면, ‘공항남녀’는 두 나라가 과거와 현재의 알력을 극복하고 좀더 긍정적인 미래를 맞길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시작 전에 설정한 컨셉트일 뿐, 실제로 세 편의 영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다. 광복 60주년이라는 주제와 연결되는 건 과거를 다룬 ‘보물섬’ 하나뿐.
‘엄마 찾아 삼만 리’에서 일본은 막연히 언급되기만 하는 지리적 위치에 불과하고, ‘공항남녀’의 로맨틱 코미디에는 역사 자체가 거의 완벽하게 제거되어 있다. ‘보물섬’의 신화적 여정, ‘엄마 찾아 삼만 리’의 사실주의, ‘공항남녀’의 트렌디 코미디도 다른 영화들과의 조화를 고려한 건 아니다.
그러나 연결성을 무시한다면 ‘눈부신 하루’는 썩 괜찮은 옴니버스다. ‘공항남녀’의 코미디가 지나치게 얄팍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쁜 편은 아니고, ‘보물섬’과 ‘엄마 찾아 삼만 리’는 따로 떼어 독립적으로 감상해도 될 만큼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