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TV 붓다’라는 작품이 있다. 석굴암 불상(佛像)처럼 큰 불상이 작은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다름 아닌 불상 자신의 모습이 비쳐 있다. 불상이 텔레비전 화면을 거울 보듯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V 붓다’의 후속작 ‘테크니컬 붓다’는 텔레비전이 컴퓨터 모니터로 바뀌었고 불상의 어깨 아래가 로봇의 내부처럼 되어 있다. 기계 부처님이다. 이 기계 부처님은 모니터와 연결된 옛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고, 컴퓨터 모니터는 그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전작에서 짚은 실재와 환영이라는 기본 전제 아래 소통과 관계라는 주제를 가미한 명작이다.
이 ‘소통과 관계’의 문제야말로 불교 철학의 핵심이다. 불교가 너무 어렵다 혹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불교는 다름 아닌 ‘관계’에 대한 철학이라는 이 한마디만 기억하면 된다.
어릴 적 놀이동산 같은 데서 ‘거울 방’을 체험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를 비추는 거울 뒤에 다시 거울이 놓이고 그 뒤에 다시 거울이 놓여 나의 모습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이다.
얼마 전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조각가 김영원 씨는 아예 이 모습을 그대로 조각작품으로 만든 ‘바라보기’ 연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를 바라보는 나, 또 그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 나, 나, 나…. 이것은 다층적인 한 사람의 내면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나’와 ‘또 다른 수많은 나’의 은유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철학이 바로 불교, 화엄의 철학이다.
우리 귀에도 낯익은 ‘인드라망(網)’의 비유는 여기서 유래했다. 천장에 그물이 걸려 있는데 각 그물코마다 구슬이 하나씩 달려 있다. 그 구슬들은 빛의 방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로 빛난다. 하나의 구슬에 다른 모든 구슬들이 또 하나하나 비춘다. 인드라는 인도 전통의 신 이름이다. 이 인드라 신의 궁전에 장식된 구슬그물의 비유에서 유래한 인드라망은 겹겹이 서로를 비추는 구슬의 네트워크, 다시 말해 인간 존재의 네트워크를 절묘하게 비유한 것이다.
이 네트워크에 대한 자각은 불교 가르침의 정수인 연기(緣起)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부처님이 깨달은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연기란 다름 아닌,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는 것이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고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는 코즈(cause)-이펙트(effect)에 대한 자각이 바로 불교 가르침의 핵심이다. 불교인들이 자주 쓰는 인연이니 업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연기의 가르침은 ‘변화와 관계’의 가르침이다. 물질계의 어떤 것도 순수한 독자 영역은 따로 없으며 유기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겹쳐 있다. 무엇보다 그 모두가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불교 철학의 핵심이다.
‘TV 붓다’의 후속작 ‘테크니컬 붓다’는 텔레비전이 컴퓨터 모니터로 바뀌었고 불상의 어깨 아래가 로봇의 내부처럼 되어 있다. 기계 부처님이다. 이 기계 부처님은 모니터와 연결된 옛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고, 컴퓨터 모니터는 그 모습을 그대로 비춘다. 전작에서 짚은 실재와 환영이라는 기본 전제 아래 소통과 관계라는 주제를 가미한 명작이다.
이 ‘소통과 관계’의 문제야말로 불교 철학의 핵심이다. 불교가 너무 어렵다 혹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불교는 다름 아닌 ‘관계’에 대한 철학이라는 이 한마디만 기억하면 된다.
어릴 적 놀이동산 같은 데서 ‘거울 방’을 체험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를 비추는 거울 뒤에 다시 거울이 놓이고 그 뒤에 다시 거울이 놓여 나의 모습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것이다.
얼마 전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조각가 김영원 씨는 아예 이 모습을 그대로 조각작품으로 만든 ‘바라보기’ 연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를 바라보는 나, 또 그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 나, 나, 나…. 이것은 다층적인 한 사람의 내면이기도 하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나’와 ‘또 다른 수많은 나’의 은유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철학이 바로 불교, 화엄의 철학이다.
우리 귀에도 낯익은 ‘인드라망(網)’의 비유는 여기서 유래했다. 천장에 그물이 걸려 있는데 각 그물코마다 구슬이 하나씩 달려 있다. 그 구슬들은 빛의 방향에 따라 저마다 다른 빛깔로 빛난다. 하나의 구슬에 다른 모든 구슬들이 또 하나하나 비춘다. 인드라는 인도 전통의 신 이름이다. 이 인드라 신의 궁전에 장식된 구슬그물의 비유에서 유래한 인드라망은 겹겹이 서로를 비추는 구슬의 네트워크, 다시 말해 인간 존재의 네트워크를 절묘하게 비유한 것이다.
이 네트워크에 대한 자각은 불교 가르침의 정수인 연기(緣起)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부처님이 깨달은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연기란 다름 아닌,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는 것이다. ‘네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고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는 코즈(cause)-이펙트(effect)에 대한 자각이 바로 불교 가르침의 핵심이다. 불교인들이 자주 쓰는 인연이니 업보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연기의 가르침은 ‘변화와 관계’의 가르침이다. 물질계의 어떤 것도 순수한 독자 영역은 따로 없으며 유기적으로 서로 관련되어 겹쳐 있다. 무엇보다 그 모두가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불교 철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