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오전, 시운전을 위해 고속열차가 광명역사로 들어오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시발역으로 건설된 광명역이 사실상 중간 정차역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명시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광명시 관계자들은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말만 믿고 결정한 시의 주요 정책이 자칫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역과 용산역이 출발역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서울시의 힘에 밀린 것 아니냐”는 소외감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1월 초 건교부는 당초 하루 28회 열차가 출발하는 시발역으로 계획했던 광명역사 운행 계획을 평일에는 정차역으로만, 주말에는 경부선 4회 출발역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2004년 고속·일반열차 통합 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종 확정된 고속철도 운행시간표에 따르면 평일 하루 94회 출발하는 열차 가운데 36편, 주말 112회 출발하는 열차 중 44편이 광명역에 정차할 뿐 실제로 출발하는 열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에 걸친 정부의 말 바꾸기에 광명시와 주민들은 분노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정부가 광명역을 시발역으로 결정하고 이에 걸맞은 역사건립과 역세권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도 실질적인 교통대책과 주변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광명역이 시발역이 되지 못하는 건 건교부와 철도청의 늑장행정과 정책혼선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
건교부는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광명시 일직·소하동, 안양시 석수·박달동 일대 60만평에 종합환승센터 건설을 준비했고, 업무·상업·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역세권을 개발하기 위해 이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또 광명시는 업무·상업 부지에 대형유통센터, 국제회의장, 호텔 등을 유치하고 첨단음악산업단지를 조성해 조기에 역세권을 활성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광명역이 정차역이 되면 이러한 청사진은 물거품이 된다는 게 광명시와 주민들의 불안이다.
광명역 전경.
건교부 “교통 환경 개선되면 시발역 될 것”
이에 대해 건교부 이종국 고속철도운영전담 팀장은 “고속철도 시발역은 서울역, 용산역, 광명역 3곳이며 광명역이 중간 정차역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광명역의 교통 환경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시발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건교부는 지난해 말 택시구역제한 해제, 셔틀버스 운행, 공항리무진 증차, 버스노선 증설 등 대중교통망 확충 계획을 뒤늦게 발표했다. 신안산선(2011년)과 경전철(2009년)이 개통되면 광명역은 확실히 시발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철도청 고속철도건설본부의 관계자는 “광명역에서 열차를 출발시키는 것이 비용상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돼 출발 편수를 없앴지만, 성수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시발역으로 만들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변명을 듣는 광명시와 주민들은 ‘교통 기능 분산’을 이유로 광명역을 시발역으로 삼았다가 ‘이윤’을 이유로 내세워 중간 정차역으로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쪽이다. 최봉섭 광명시 기획감사과 정책개발팀장은 “적은 편수라도 광명역에서 열차가 출발하도록 만드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