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8

..

17인의 학자, 아시아를 진단하다

  • 입력2004-03-25 14: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7인의 학자, 아시아를 진단하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초야에 은거한 제갈공명을 찾았을 때 공명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라는 묘안을 내놓았다. 패업을 이루려면 먼저 인화(人和)를 차지하고, 북의 조조와 남의 손권에게 각각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확보하게 해서 정족(鼎足)의 형세를 갖춘 뒤 중원을 도모하라는 것이었다.

    최원식 인하대 교수는 이 ‘천하삼분지계’를 활용해 동아시아의 ‘신판삼분론’을 내놓았다. 이것은 동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연합에 대한 새 터전을 구한다는 점에서 정족론이다. 그렇다고 ‘중원을 도모해’ 하나의 패권을 구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를 용해하는 멜팅 포트(melting pot)가 아니라 각국이 위계를 해체해 각기 공생하는 샐러드 대접(salad bowl)의 문장(紋章)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처럼 협소한 민족주의의 틀과 공격적인 패권주의를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동아시아를 만드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민간 모임인 한국동북아지식인연대 소속 지식인들이 아시아 지역통합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최근 ‘동북아공동체를 향하여’(동아일보사 펴냄)를 펴냈다. 최원식 박세일 등 17인의 학자가 이 책에 정치 경제 가족사회 역사문화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치밀한 모색의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이들이 새삼 이 시기에 동북아 구상을 내놓는 까닭은 동북아 지역에 감도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미국은 팽창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통합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분열과 대립,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 문제, 북한의 핵개발 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 등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전쟁과 식민이라는 과거와, 이념의 대립과 분단의 아픔이라는 20세기 유물이 그대로 있다. 아시아는 이렇듯 20세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세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북아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개별국가 차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 환경 개발 안보 인권 교육 등 전 분야에서 협력과 규제를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데, 이는 동북아 시민사회가 연대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



    이밖에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한국의 생존과 발전 전략(송희연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정치학적 시각에서 본 동아시아 지역통합의 이론과 현황(최영종 가톨릭대 교수), 한중 상호 인식의 궤적을 추적한 ‘편의적인 오해’의 역사(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공동체 형성의 기초로서의 동북아 가족론(정현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등의 글들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