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학교로 돌아가면 미스코리아의 명예를 걸고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말한 유별난 미스코리아 진(眞) 수상자가 있었다. 2002년 미스코리아 금나나양(20)은 그 약속을 철석같이 지켜냈고, 그 결과 3월15일 세계적 명문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생물학과 합격통지서를 거머쥘 수 있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말이 있잖아요? 미국에서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갖고 역량을 키워내는 일도 애국이라는 판단에서 유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금양은 2003년 미스유니버스 대회를 통해 미국 대학을 직접 경험한 이후 오래 전부터 꿈꿔온 미국 유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재학 중이던 경북대 의대를 휴학하고 유학준비에 몰두해왔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지난해 말 치른 미국판 수능시험인 SAT 1, 2차 시험에서 수학 화학 등 수리과학 분야에서 만점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애당초 경북과학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의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진학했을 만큼 뛰어난 지적능력을 갖춘 금양은 그에 못지않은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덜컥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참가해 인생을 화려하게 바꾼 케이스. 그러나 단순한 ‘미(美)’의 사절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더 큰 인물로 성장하는 발판으로 활용했다. 금양은 평소 “미스코리아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자극과 활력의 원천이었다”고 자랑해왔다.

그는 미래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국제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에서 뛰어난 여성 지도자로 성장하고픈 욕심을 내비치면서도 우선 뛰어난 의학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학 졸업 이후 메디컬 스쿨에 진학해 임상의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특히 암을 정복하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지금도 암이 왜 불치병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요.”

금양의 부모님은 모두 학교 교사다. 7월 미국으로 떠나는 딸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어머니 이원홍씨(47)는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지 않아 오히려 나나를 아끼는 사람이 많았던 게 나나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