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와 LG이숍(위) 홈페이지.
2월10일부터 시행된 인터넷 쇼핑몰 공인인증제는 소비자가 10만원 이상의 물건을 구입할 경우 반드시 은행에서 인증서를 발급받아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새로운 온라인 결제방식이다. 신용카드번호 및 개인정보 유출, 카드 도용 등을 막기 위한 고강도 안전장치인 셈. 그러나 이를 추진한 금융감독원, 그리고 그 적용 대상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준비 소홀로, 정책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만 끼치고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급감한 인터넷 쇼핑몰 매출이다. ‘한국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협회’(이하 통신판매협) 김윤태 사무국장은 “공인인증제 실시 후 업체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40%까지 매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비밀번호를 포함한 카드정보 인증, ISP(카드사에서 도입한 인터넷 안전결제 시스템) 인증을 마친 뒤 다시 공인인증까지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고액 소비자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외면한 까닭이다.
인터파크 이종규 홍보팀장은 “공인인증제는 옥상옥이다. 신용카드 영수증에 사인만 하면 결제가 되는 오프라인보다 각종 인증을 거쳐야 하는 온라인 거래에서 카드 도용이 더 심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별도의 세제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프라인에 비해 카드수수료도 높은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상황을 감안할 때 공인인증제 실시 시기와 금액 한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업계는 금융감독원에 통신판매협 명의로 수차례 건의서를 제출했다. 3월15일 제출한 최종 건의서의 주요 내용은 △공인인증제 전면 실시 시기 6개월 연기, 그때까지는 10만원이 아닌 50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만 공인인증 요구 △공인인증을 받은 거래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증기관이 책임질 것 △인터넷뱅킹 사용자가 아닌 소비자에게도 인증서를 발급해줄 것 등이다.
“이러다 망하겠다”는 업계의 읍소와 소비자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도 결국 한발 물러서고 말았다. 3월21일 금융감독원은 “공인인증제 전면 실시를 10월1일 이후로 미루고, 그때까지는 30만원 이상 거래에만 공인인증을 요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전면 실시까지 카드사, 쇼핑몰 업체는 물론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공인인증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을 적극펼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공인인증제 실시가 결정된 시기는 지난해 7월. 8개월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시작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인터넷 쇼핑몰 업계도 소비자들의 원망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