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태권도 고단자로 구성된 특전사 요원들. 이들이 이라크에서 민사작전을 펼치는 주체세력이 된다.
2월 초 현재 미국 이외에 이라크에 파병한 나라는 36개국. 이 가운데 영국(1만1000명)이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했고, 이어 이탈리아(2700명) 스페인(2000명) 순이다. 700여명으로 편성된 서희(건설공병)·제마(의무) 부대를 파병한 한국은 8위다. 그런데 자이툰사단이 파병되면 3600명이 돼 한국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가 된다.
자이툰사단이 펼칠 민사작전은 서희·제마 부대가 해온 활동과 차원이 다르다. 의료지원은 아군부대 안에 야전병원을 차려놓고 이라크 주민을 받아 의료시술을 해주는 활동이다. 건설 지원은 부대 밖으로 나가 파괴된 학교나 다리·도로 등을 놓아주는 것이다. 공사현장이라고는 하지만 고정된 지역에서 아군의 삼엄한 경계를 받으며 공사하므로 그래도 안전한 편에 속한다.
민사작전은 위험지대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활동이어서 ‘작전’으로 불린다. 가장 일반적인 민사작전은 무장해제. 아직도 이라크에는 구(舊)이라크군 무기고에서 유출됐거나 반군(叛軍)세력이 밀반입한 무기가 민간에 적잖게 남아 있다. 이 무기들은 이라크 주민과 다국적군을 향해 발사될 수 있으므로 이를 회수하는 일이 민사부대에 주어진 첫 번째 임무이다.
3600여명 키르쿠크 중심 주둔
혹한기 훈련에 참가한 해병대 수색대 대원. 이들도 이라크에 간다.
이렇듯 민사작전은 전투작전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에 한국군 ‘최고사령부’인 합참은 정보본부 및 작전본부와 별도로 ‘민사심리전참모부’를 두고 있다. 미군을 비롯해 이라크에 들어가 있는 모든 다국적군 부대는 CJTF-7(Coalition Joint Task Forces-7) 사령부의 통제를 받는다. CJTF-7의 사령관은 대(對)이라크 지상전을 지휘했던 미 육군의 5군단장(중장)이 겸하고 있다. 자이툰사단은 CJTF-7의 통제와 함께 한국 합참의 민사심리전참모부로부터 전략과 작전지시를 받는다.
과연 자이툰사단은 이라크 주민을 상대로 하는 민사작전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그동안 한국군이 이라크 주민과 접촉해온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파병된 서희부대에는 부대 밖에서 공사하는 공병대를 보호하기 위해 육군 특전사팀이 배속되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 주민 지역으로 출동한 부대가 부딪히는 가장 골칫거리는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전쟁으로 거의 모든 학교가 파괴돼 학교에 가는 아이가 적은 편이어서, 아이들은 군부대가 들어오면 우르르 몰려나오곤 한다.
자이툰 사단장으로 예정된 황의돈 소장
그러나 서희부대와 함께 나갔던 한국 특전사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경계 임무에 투입되지 않는 요원으로 하여금 가까운 곳에서 발차기 시범을 보이게 한 것.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노상 태권도 도장’으로 몰려들어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자, 특전사 요원들은 훨씬 수월하게 경계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6개월 단위로 부대 병력 교체
이런 행동은 ‘윈-윈 효과’로 이어졌다. 상당수 부모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한국군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 것이다. ‘흥이 뻗친’ 일부 아이는 태권도를 가르쳐준 특전사 요원의 손을 잡고 집에 가자고까지 했다. 이라크에 파병된 모든 다국적군은 이라크 여성을 향해서는 손짓은커녕 눈길도 주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태권도 시범 이후 한국군은 오히려 이라크 어머니들로부터 손 인사를 받는 부대가 되었다. 요령 좋은 한국군이 눈치껏 손을 흔들었음은 물론이다.
자이툰사단의 중추는 2개의 민사여단인데, 1개의 민사여단에는 2개의 특전사 대대가 배속된다. 특전사 대대는 ○개의 지역대로 편성되고, 1개의 지역대는 ○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13명으로 구성된 팀은 팀장(대위)과 부팀장(중위)이 장교이고 나머지(11명)는 중·상사의 부사관이다. 병사는 한 명도 없이 전원 직업 군인인 만큼 숙련도가 높고 전투력도 강하다. 특전사 한 팀의 평균 무술 단수(段數)는 60단 정도나 된다.
지난해 5월 이라크로 떠난 한국 서희부대 1진.
이러한 민사여단을 거느릴 자이툰사단은 직할부대로 이미 파병돼 있는 서희·제마대대 외에 별도로 장갑차중대를 거느린다. 자이툰사단의 사령부를 경계하는 임무는 특전사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진 해병대 중대가 맡는다. 해병대는 비록 경계 임무이긴 하지만 1965년 베트남 파병 이후 39년 만에 파병 기회를 가진 데 크게 고무돼 있다. 따라서 수색대 요원 등 특수요원도 일부 선발해 유사시에 대비할 예정이다.
자이툰사단은 6개월 단위로 병사를 교체하는데, 이때 특전사와 특공여단 그리고 해병대는 예하 부대를 교대로 파병한다. 1진으로 1대대가 갔다 왔으면, 2진은 2대대, 3진은 3대대를 보내 전 부대가 파병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병을 원하지 않는 요원은 제외하고 그 자리는 지원자로 채우는데, 그 지원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하고 있다.
전쟁지역에 들어가는 군인은 ‘곱하기 2’의 경력을 쌓는다. 6개월간 전쟁지역을 다녀오면 1년간 복무한 것으로 간주돼 그에 상응하는 월급과 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이라크의 경우에는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자이툰사단 요원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대신 월 379만원(대령)에서 217만원(사병)의 ‘파병수당’을 받는다.
최근 이라크에 파병된 일본 자위대 대원 중 일부는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이에 한국군도 자극받아 특전사 요원들의 수염을 기르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졸지에 이라크를 무대로 한·일전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한국군은 4월 자이툰사단 본대가 출동하면 일본 자위대보다 낫다는 소리를 반드시 듣겠다며 한·일전을 앞두고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