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역사는 사법권 독립의 역사”라고 어느 역사가가 일갈한 적이 있다. 법치주의 시대라지만 국민들은 법치주의에 따른 포만감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흔히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그 권력을 구체화하는 법률을 집행하고 적용하는 법조 3륜(판사 검사 변호사)이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일상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법부는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다.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독선적인 운영 시스템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을 구축해놓았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 ‘검찰개혁’이라는 화두가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과 달리, 사법부는 여전히 변화에 둔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신임 대법관 임명을 앞두고 ‘제4차 사법파동’이 일어나면서 소장 판사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사상 최초로 ‘전국 법관회의’가 열리기도 했으며 그 결과 올해 ‘사법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대법원과 각계 이해 당사자들은 사법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주간동아’는 2월15일 대대적인 사법부 인사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 1970명에 대한 전면적인 통계분석을 시도했다. 학벌, 성별, 지역, 직급 등을 토대로 대한민국 판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분석자료는 현재 판사 사회가 처한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판사는 시대의 대세
· 여성판사 226명, 2003년 드디어 10% 벽 돌파 단 고등부장급 이상은 3명에 불과 · 42기 예비판사는 절반이 여성 올해 임용되는 43기 역시 여성 파워를 입증할 듯· 여성판사 상위 7개교 모두 강남, 서울 출신이 압도적
‘여성’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전효숙ㆍ사시 17회)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이영애(사시 13회) 고등부장판사가 여성 법원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기폭제는 바로 여성판사의 폭발적인 양적 증가다. 특히 지난해 대법원 인사1과에 따르면 막내인 사시 42회(연수원 32기) 출신 예비판사 109명의 절반에 가까운 54명이 여성판사였다. 그 결과 여성판사는 모두 226명으로 늘어나 전체 법관의 11%에 달했다.
여성판사가 급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물론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대적인 증원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나름대로 남녀평등이 자리잡은 1990년대라는 시대적 특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여성판사들의 출신지가 교육여건과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서울(38.5%)에 집중된 것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여성판사를 배출한 상위 7개 고등학교가 모두 서울, 그것도 강남에 있다는 사실에서도 바로 확인된다. 이런 경향은 2월15일 임용되는 사시 43기에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성판사의 증가가 ‘나이 어린’,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판사의 배출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여성 변호사는 “판사직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적합한 직업일 수 있다”며 “이제 여성판사가 남성판사 수를 역전하는 시점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 K-S마크 여전히 위력, 평준화 도입 20년이 흘렀어도 사법부는 지역 명문고가 지배· 명문고 위력 약화되고, 춘추전국시대 도래 무려 490여개 고등학교에서 판사 배출
“명문고라고 해서 딱히 유리한 것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쉽게 연결되는 화려한 인맥은 부럽더군요.”(10년차 L판사)
우리 사회의 가장 전통적인 키워드는 바로 학벌이다. 그것도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고등학교란 한 인물의 출신지역과 경제력,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마술과도 같은 분석틀이다. 지역주의 정서가 몸에 밴 산업화 시대의 그늘인 셈이다. 출신 고등학교는 강고한 조직력이 필요한 검찰 내에서 비교적 크게 부각돼왔다. 반면 재판관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사법부에서는 인맥에 의존하는 일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판사 배출 고등학교 상위권에는 평준화가 된 지 3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비평준화 시대의 여진이 남아 있다. 이는 경기고 등 상위 7개 고등학교에서 전체 판사의 15%를 배출한 사실에서도 바로 확인된다. 판사를 한 명이라도 배출한 고등학교가 무려 490여교라는 사실에 비추면 대단한 비율인 셈이다. 이는 반대로 한 명이라도 판사를 배출하려 했던 지역 주민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소망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역 명문고의 비율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점은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는 경기고 경북고 전주고 광주일고 등 4대 명문고의 부침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4개 학교는 고등부장판사 이상 직급(126명)에서 44.4%인 56명이 자리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2년간 단 5명의 판사를 배출하는 데 그쳐 대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강남지역 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의 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모든 분야에서 서울대 압도, 서울대 비(非)법대 출신도 상당수· 최고 요직 법원행정처 30명 판사 중 29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 지방대학 출신은 5%에도 못 미처
대학 출신은 ‘역시나’ 서울대 출신이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조직의 서울대 비율이 40%대라는 점에 비추면 사법부의 서울대 의존현상은 매우 심한 편이다. 서울대 출신 판사들은 그러나 “너무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처럼 학맥으로 뭉치지는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출신 중 비법대가 증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서울대 비법대 출신은 총 173명으로 대학순위 3위에 해당하고, 평판사는 145명으로 1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법조계로 모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되짚어보면 ‘고시광풍’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요직에 대한 서울대 법대 출신의 집중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법원행정처. 현재 ‘판결’ 위주가 아닌 ‘행정’ 위주의 국내 사법현실에서 법원행정처가 지니는 위상은 거의 절대적이다. 법원행정처 30명의 판사 가운데 무려 29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사실은 서울대 법대가 대한민국 사법권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 이외 다른 대학 출신들은 각기 자그마한 학맥 위주 모임을 꾸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결속력은 별 의미가 없다는 평이다. 주요 요직을 서울대 법대가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조직은 그 특성으로 인해 학맥과 지연보다 함께 일했던, 즉 ‘배석판사로 일했다’는 식의 스킨십이 중시된다는 특징이 있다. 검찰처럼 ‘쭛쭛쭛사단’을 꾸리지는 않지만, 자기가 모시던 분이 대법관이 될 경우 자신의 진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인맥이 대법관을 정점으로 구성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지방대 출신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본적(출신지)에서는 지역균형을 보이다가도 결국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대부분 서울지역에 편입되면서 결국 서울 출신이 전국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판사 나이
· 고위직으로 갈수록 ‘소년등과’입증 결국 젊은 수재들만 살아남아 - 고등부장 이상급 평균 사시합격 나이 22.8세, 부장판사급 24.04세, 평판사 26.09세·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3년 빨리 합격, 젊은 판사시대 이끌어 - 사시 42회 평균 합격 나이는 남성 28.75세, 여성 25.86세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사법시험 성적과 그 뒤 2년의 연수원 성적을 합산해 대개 성적순으로 상위권에 포진한 이들로 판사직이 채워진다. 2년의 연수원 기간과 3년의 군 법무관 기간을 합산하면 30세를 훌쩍 넘겨 판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판사가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성판사의 증가에다 사시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전에 비해 사시에 쉽게 합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해당 판사의 사시 합격 연령이 낮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년등과(少年登科)’에 성공한 사람만 대법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결과다.
또한 남성 예비판사의 평균 합격 나이가 28세인 데 비해 고등부장급 이상의 평균 합격 나이가 23세가 채 되지 않는 사실은 “법관 인사는 역시 성적순”이라는 속설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는 과거 수십년간 사시 수석이 대학 재학생 가운데에서 나온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즉 젊은 나이의 수재 출신만이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은 법관 인사가 ‘성실파’를 인정하지 않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우울한 한 단면인 셈이다.
· 현재는 지역 균형적 배분상태, 그러나 갈수록 서울 집중화 경향· 강남 파워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 재경지역 판사의 절반이 강남지역 출신· 영호남 고법·지법 향판 비율이 매우 높다*향판(鄕判·특정지역에서만 근무하는 판사)
‘사법부 내에 지역 색깔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전체 판사 가운데 서울·경기(29.96%), 영남(35.92%) 호남·제주(21%), 충청·강원(13%)은 약 20년 전의 인구비례와 비교해 매우 흡사하게 나타냈다. 또 고등부장 이상 고위직급 역시 지역색은 미미했다(영남 37.3%, 호남·제주 23.81%, 충청·강원 19.84%, 서울 12.7%, 경기 6.35%). 그러나 평판사 통계에서는 서울 출신이 급증해 평판사 1448명 중 29.56%인 428명을 차지했다. 특히 예비판사의 경우 서울 인구비인 21%대를 훨씬 뛰어넘는 40%에 육박했다. 이 역시 경제력과 교육수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 출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초임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법과 지원의 평판사의 경우 최근 재경지역 내의 강남 비율은 20%대였으며 42기에는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강남지역 출신 고등학교의 급격한 성장과 외국어고(특목고)로 대표되는 서울지역 출신들의 판사로의 대거 진출은 과거 지배계층이 혼맥을 통해 법조인을 끌어들였던 시대를 넘어 직접 판사를 재생산하는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경제력을 가진 계층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성적에 의한 판사 배출이라는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교육여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강남 출신 판사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향판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와 광주의 경우 자기 지역 출신 비중이 너무 높아 대구는 163명 중 67.48%인 110명, 광주는 127명 중 63.78%인 81명이 자기 고향에서 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부장 이상 판사의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구의 경우 80% 이상, 광주 역시 60% 이상이었다. 문제는 특정 고등학교 학맥으로 고위직이 채워진다는 것. 물론 향판제도가 업무의 원활함과 지역주민과의 교감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인적교류가 적다는 점은 언제나 부패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그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직급별 분석
· 고등부장 이상 126명 분석 결과 큰 차이 없어· 아직은 영남세가 법조계에서 센 편. 고위직일수록 서울대, 지방 명문고 집중 현상
법조계 인사들은 전체 판사 통계와 고등부장 이상급의 통계가 어떻게 다른지에 주목해보라고 주문했다. 판사가 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의지와 성적에 의해서지만, 고등부장 이상의 인사는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발탁인사로 이루어지므로 일반 판사의 통계와 약간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고등부장 이상 판사의 지역분할은 위에서 보았듯 황금분할이었으며 영남세가 약간 세기는 했지만 전체 비율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과거 사법시험이 소수정예를 추구했던 탓에 고등부장 이상 판사 526명 중 서울대 법대 출신이 408명으로 무려 77.6%에 이르고, 지역 명문고 출신이 대다수인 점은 또다시 지적할 만한 현상이었다.
※ 알림 : 이 통계는 2003년 4월1일자로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법관명부, 한국법조인대관(법률신문사) 그리고 2003년 대법원이 실시한 법관인사 등을 토대로 ‘주간동아’가 자체 분석한 결과입니다(2003년 12월 기준). 따라서 대법원의 통계와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특히 사법부는 하나의 거대한 성이었다. ‘국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독선적인 운영 시스템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을 구축해놓았다. 더욱이 지난 몇 년간 ‘검찰개혁’이라는 화두가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과 달리, 사법부는 여전히 변화에 둔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신임 대법관 임명을 앞두고 ‘제4차 사법파동’이 일어나면서 소장 판사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사상 최초로 ‘전국 법관회의’가 열리기도 했으며 그 결과 올해 ‘사법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현재 대법원과 각계 이해 당사자들은 사법 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주간동아’는 2월15일 대대적인 사법부 인사를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현직 판사 1970명에 대한 전면적인 통계분석을 시도했다. 학벌, 성별, 지역, 직급 등을 토대로 대한민국 판사가 어떤 사람인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분석자료는 현재 판사 사회가 처한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판사는 시대의 대세
· 여성판사 226명, 2003년 드디어 10% 벽 돌파 단 고등부장급 이상은 3명에 불과 · 42기 예비판사는 절반이 여성 올해 임용되는 43기 역시 여성 파워를 입증할 듯· 여성판사 상위 7개교 모두 강남, 서울 출신이 압도적
‘여성’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의 21세기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헌법재판소 재판관(전효숙ㆍ사시 17회)을 배출했으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이영애(사시 13회) 고등부장판사가 여성 법원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기폭제는 바로 여성판사의 폭발적인 양적 증가다. 특히 지난해 대법원 인사1과에 따르면 막내인 사시 42회(연수원 32기) 출신 예비판사 109명의 절반에 가까운 54명이 여성판사였다. 그 결과 여성판사는 모두 226명으로 늘어나 전체 법관의 11%에 달했다.
여성판사가 급증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물론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대적인 증원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나름대로 남녀평등이 자리잡은 1990년대라는 시대적 특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여성판사들의 출신지가 교육여건과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 서울(38.5%)에 집중된 것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여성판사를 배출한 상위 7개 고등학교가 모두 서울, 그것도 강남에 있다는 사실에서도 바로 확인된다. 이런 경향은 2월15일 임용되는 사시 43기에서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성판사의 증가가 ‘나이 어린’,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판사의 배출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여성 변호사는 “판사직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적합한 직업일 수 있다”며 “이제 여성판사가 남성판사 수를 역전하는 시점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 K-S마크 여전히 위력, 평준화 도입 20년이 흘렀어도 사법부는 지역 명문고가 지배· 명문고 위력 약화되고, 춘추전국시대 도래 무려 490여개 고등학교에서 판사 배출
“명문고라고 해서 딱히 유리한 것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쉽게 연결되는 화려한 인맥은 부럽더군요.”(10년차 L판사)
우리 사회의 가장 전통적인 키워드는 바로 학벌이다. 그것도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에 초점이 모아진다. 고등학교란 한 인물의 출신지역과 경제력, 심지어 정치적 성향까지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마술과도 같은 분석틀이다. 지역주의 정서가 몸에 밴 산업화 시대의 그늘인 셈이다. 출신 고등학교는 강고한 조직력이 필요한 검찰 내에서 비교적 크게 부각돼왔다. 반면 재판관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사법부에서는 인맥에 의존하는 일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판사 배출 고등학교 상위권에는 평준화가 된 지 30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비평준화 시대의 여진이 남아 있다. 이는 경기고 등 상위 7개 고등학교에서 전체 판사의 15%를 배출한 사실에서도 바로 확인된다. 판사를 한 명이라도 배출한 고등학교가 무려 490여교라는 사실에 비추면 대단한 비율인 셈이다. 이는 반대로 한 명이라도 판사를 배출하려 했던 지역 주민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소망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역 명문고의 비율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는 점은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는 경기고 경북고 전주고 광주일고 등 4대 명문고의 부침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4개 학교는 고등부장판사 이상 직급(126명)에서 44.4%인 56명이 자리를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 2년간 단 5명의 판사를 배출하는 데 그쳐 대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강남지역 학교와 외국어고등학교의 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모든 분야에서 서울대 압도, 서울대 비(非)법대 출신도 상당수· 최고 요직 법원행정처 30명 판사 중 29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 지방대학 출신은 5%에도 못 미처
대학 출신은 ‘역시나’ 서울대 출신이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조직의 서울대 비율이 40%대라는 점에 비추면 사법부의 서울대 의존현상은 매우 심한 편이다. 서울대 출신 판사들은 그러나 “너무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학처럼 학맥으로 뭉치지는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출신 중 비법대가 증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서울대 비법대 출신은 총 173명으로 대학순위 3위에 해당하고, 평판사는 145명으로 1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법조계로 모이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되짚어보면 ‘고시광풍’을 입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요직에 대한 서울대 법대 출신의 집중 현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법원행정처. 현재 ‘판결’ 위주가 아닌 ‘행정’ 위주의 국내 사법현실에서 법원행정처가 지니는 위상은 거의 절대적이다. 법원행정처 30명의 판사 가운데 무려 29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사실은 서울대 법대가 대한민국 사법권을 움켜쥐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 이외 다른 대학 출신들은 각기 자그마한 학맥 위주 모임을 꾸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결속력은 별 의미가 없다는 평이다. 주요 요직을 서울대 법대가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조직은 그 특성으로 인해 학맥과 지연보다 함께 일했던, 즉 ‘배석판사로 일했다’는 식의 스킨십이 중시된다는 특징이 있다. 검찰처럼 ‘쭛쭛쭛사단’을 꾸리지는 않지만, 자기가 모시던 분이 대법관이 될 경우 자신의 진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인맥이 대법관을 정점으로 구성된다는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지방대 출신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본적(출신지)에서는 지역균형을 보이다가도 결국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치면서 대부분 서울지역에 편입되면서 결국 서울 출신이 전국을 지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판사 나이
· 고위직으로 갈수록 ‘소년등과’입증 결국 젊은 수재들만 살아남아 - 고등부장 이상급 평균 사시합격 나이 22.8세, 부장판사급 24.04세, 평판사 26.09세·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3년 빨리 합격, 젊은 판사시대 이끌어 - 사시 42회 평균 합격 나이는 남성 28.75세, 여성 25.86세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사법시험 성적과 그 뒤 2년의 연수원 성적을 합산해 대개 성적순으로 상위권에 포진한 이들로 판사직이 채워진다. 2년의 연수원 기간과 3년의 군 법무관 기간을 합산하면 30세를 훌쩍 넘겨 판사가 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판사가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성판사의 증가에다 사시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전에 비해 사시에 쉽게 합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상위 직급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해당 판사의 사시 합격 연령이 낮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소년등과(少年登科)’에 성공한 사람만 대법관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결과다.
또한 남성 예비판사의 평균 합격 나이가 28세인 데 비해 고등부장급 이상의 평균 합격 나이가 23세가 채 되지 않는 사실은 “법관 인사는 역시 성적순”이라는 속설을 확인해주고 있다. 이는 과거 수십년간 사시 수석이 대학 재학생 가운데에서 나온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즉 젊은 나이의 수재 출신만이 승승장구했다는 사실은 법관 인사가 ‘성실파’를 인정하지 않아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우울한 한 단면인 셈이다.
· 현재는 지역 균형적 배분상태, 그러나 갈수록 서울 집중화 경향· 강남 파워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 재경지역 판사의 절반이 강남지역 출신· 영호남 고법·지법 향판 비율이 매우 높다*향판(鄕判·특정지역에서만 근무하는 판사)
‘사법부 내에 지역 색깔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전체 판사 가운데 서울·경기(29.96%), 영남(35.92%) 호남·제주(21%), 충청·강원(13%)은 약 20년 전의 인구비례와 비교해 매우 흡사하게 나타냈다. 또 고등부장 이상 고위직급 역시 지역색은 미미했다(영남 37.3%, 호남·제주 23.81%, 충청·강원 19.84%, 서울 12.7%, 경기 6.35%). 그러나 평판사 통계에서는 서울 출신이 급증해 평판사 1448명 중 29.56%인 428명을 차지했다. 특히 예비판사의 경우 서울 인구비인 21%대를 훨씬 뛰어넘는 40%에 육박했다. 이 역시 경제력과 교육수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서울 강남 출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확인됐다. 초임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법과 지원의 평판사의 경우 최근 재경지역 내의 강남 비율은 20%대였으며 42기에는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강남지역 출신 고등학교의 급격한 성장과 외국어고(특목고)로 대표되는 서울지역 출신들의 판사로의 대거 진출은 과거 지배계층이 혼맥을 통해 법조인을 끌어들였던 시대를 넘어 직접 판사를 재생산하는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경제력을 가진 계층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성적에 의한 판사 배출이라는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교육여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강남 출신 판사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향판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와 광주의 경우 자기 지역 출신 비중이 너무 높아 대구는 163명 중 67.48%인 110명, 광주는 127명 중 63.78%인 81명이 자기 고향에서 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등부장 이상 판사의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대구의 경우 80% 이상, 광주 역시 60% 이상이었다. 문제는 특정 고등학교 학맥으로 고위직이 채워진다는 것. 물론 향판제도가 업무의 원활함과 지역주민과의 교감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인적교류가 적다는 점은 언제나 부패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에 교류를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그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직급별 분석
· 고등부장 이상 126명 분석 결과 큰 차이 없어· 아직은 영남세가 법조계에서 센 편. 고위직일수록 서울대, 지방 명문고 집중 현상
법조계 인사들은 전체 판사 통계와 고등부장 이상급의 통계가 어떻게 다른지에 주목해보라고 주문했다. 판사가 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의지와 성적에 의해서지만, 고등부장 이상의 인사는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발탁인사로 이루어지므로 일반 판사의 통계와 약간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고등부장 이상 판사의 지역분할은 위에서 보았듯 황금분할이었으며 영남세가 약간 세기는 했지만 전체 비율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과거 사법시험이 소수정예를 추구했던 탓에 고등부장 이상 판사 526명 중 서울대 법대 출신이 408명으로 무려 77.6%에 이르고, 지역 명문고 출신이 대다수인 점은 또다시 지적할 만한 현상이었다.
※ 알림 : 이 통계는 2003년 4월1일자로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법관명부, 한국법조인대관(법률신문사) 그리고 2003년 대법원이 실시한 법관인사 등을 토대로 ‘주간동아’가 자체 분석한 결과입니다(2003년 12월 기준). 따라서 대법원의 통계와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